무시무시한 카메무시
내가 쓰루노유에 오기 직전에 두 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a.house에서 머물며 작업을 했던 승현작가가 내게 해 준 쓰루노유에서의 생활 이야기 중 90 퍼센트는 <카메무시>에 대한 것이었다. “카메무시가 뭐야? 거기에 출몰하는 무슨 토종 요괴 이름이야?” 내가 어이없다는 듯 묻자 승현작가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형, 차라리 요괴가 나을 것 같아요.”
카메무시는 일본어로 노린재를 뜻한다. 실수로 잘못 건들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그 조그만 곤충 맞다. 여름이나 가을에 가끔 방충망에 붙어있는 녀석들을 떼어다 버린 기억은 있지만 그것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난처했던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노린재라는 녀석이 왜 쓰루노유에서의 생활에 큰 화두(?)가 되었는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곳 사람들은 카메무시를 <카메짱>이라는, 귀여운 여동생 같은 친근한 이름으로 부른다. 그만큼 이곳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존재인거다. 아무튼 이 카메짱은 추울때나 더울때나 언제든 어디서든 나타난다. 이곳의 건물의 대부분이 오래된 목조 가옥인 것도 한 몫을 한다. 자다가 얼굴 위에서 뭐가 자꾸 움직이길래 손으로 만졌더니 순간 구린 냄새가 코를 찔렀다는 이야기는 승현작가와 카메짱의 동거 이야기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이라이트였다. 현지인들은 카메짱이 우리가 사는 집에 침입한 게 아니라, 그 반대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카메짱의 집에 무작정 들어온 불청객들 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이곳에서 카메짱은 흔하고 많다는 얘기다. 심지어 가을에는 벽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카메짱으로 가득 찬 벽이.
a.house에 도착해, 공항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을 꺼내 이토상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밥그릇 언저리로 카메짱이 예고도 없이 툭. 떨어졌다. 이토상은 질색했고, 결국 우리는 부엌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이토상은 이런 서프라이즈는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난꾸러기 카메짱들이 대들보 위에서 배를 부여잡고 키득키득 서로 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승현작가의 장렬한 희생 덕분에 미리 텐트형 모기장을 챙겨와 잘 때만이라도 카메짱들의 짓궂은 서프라이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숙소에 들어오고, 나올 때 항상 바닥과 벽을 확인하는 습관은 꼭 들여야 한다. 그리고 옷가지들은 되도록 플라스틱 박스에 뚜껑을 닫아서 잘 넣어둘 것. 자칫 하다가는 카메짱과 그의 향기를 함께 입게 될 수 있으니까.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