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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doseeker Apr 22. 2019

쓰루노유 다이어리 - 8

스타더스트(Stardust)



잠들기 전 노천탕 바위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고 까만 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에 수많은 꼬마전구를 박아놓은 듯 수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사실, 손에 무언가를–스마트폰이든 책이든-쥐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일이 힘겹게 느껴지게 된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멍 때리는 시간’을 보낼 시간 자체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나만 하더라도 이곳에서도 나름 하루를 바쁘게 살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긋하게 숲길을 산책할 때나,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불쾌한 생각들이 불청객처럼 불쑥불쑥 나타나곤 한다. 도시의 수많은 현대인들이 흔히 앓고 있는 이런 종류의 강박은 우리를 시간의 노예로 종속시킨다. 우리는 항상 뭔가 할 말을 찾아내야 한다는 그 강박관념 때문에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아무 말이 필요 없고, 누군가와 연결되어있지 않은 순간은 처음에는 조금 당혹스럽다. 그 또한 익숙함과는 다른 경험이니. 하지만 따뜻한 노천에 몸을 맡기고,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을 바라보는 시간은 결국 그 어색함을 잊게 해 준다.     





보이저 1호는 1977년에 우주로 쏘아 올려졌고, 1990년에 해왕성 부근을 지나던 중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촬영했다. 그 먼 우주에서 찍은 지구는 그저 창백한 푸른 점으로 보였을 뿐이었다. 

우주와 우리를 연결하는 단어로 종종 스타더스트(Star dust)라는 말을 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지구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거다. 우주에서 태양보다 훨씬 먼저 삶을 살아간 별들 속에서 만들어진 원소들이 재활용 된 것, 그러니까 우리는 별 먼지로 구성된, 별들의 후손이라는 이야기. 그래서 우주적으로 볼 때 이 창백한 푸른 점 위의 너무나도 작은 존재인 우리들 몸에는 139억년 우주의 역사가 담겨있다. 그래서 수많은 별과 만나는 밤이면, 마땅히 할 말을 잊은 채 그저 별빛을 바라보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 실존이란 그저 여기에 존재한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철학적인 명제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래서 따뜻한 양수 같은 온천물에 알몸으로 모로 누워, 머리 위로 펼쳐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광막한 별들의 세계-우리들의 고향과 마주하게 될 때, 마치 갓 태어난 순간의 아이처럼 온 힘을 다해 울음을 터뜨리고 싶어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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