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하게 된 지는 벌써 햇수로 4 년이 다 되어간다. 함께 하기 이전에 나는 그녀를 작가 임지민으로 알고 지내고 있었고, 당시 나는 이제 막 작가로서의 이력을 쌓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몇 번인가 서로의 전시를 오고가며 우리는 가까워졌다.
우리의 작업은 마치 서로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섬들처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완벽하게 달랐지만, 내가 그녀를 알아가며 깊이 감명을 받았던 부분은 그녀가 삶의 매 순간 만나는 모든 것들-기억, 사람, 사물, 동물 등 모든 것들-을 대하는 방식들이 작업의 이미지 속으로 여지없이 투과되어 보이는 것이었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나로서는 무척 신기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던 것은, 범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예민한 공감능력이었다. 나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이내 흥미를 잃고 의욕도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것이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지치지 않고 마음을 쓸 수 있고, 거기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 주는 온기에 놀랐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업에서는 그토록 아끼지 않는 마음을 준만큼 느껴지는 온기와 함께 그것을 결국 잃어버림으로서, 잃어버리게 될 수밖에 없는 유한하고 냉정한 현실에서 오는 아쉬움, 아픔, 견딜 수 없는 이별의 슬픔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작업 속 이미지들을 접할 때마다 항상 삶과 죽음을 함께 보게 된다. 양립할 수 없을 것처럼 애써 부정하지만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확실한 두 운명. 그 때문에 나는 그녀의 그림 앞에서 공연히 울고 싶어지는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마음의 온기가 너무나도 분명히 느껴지는데, 속절없이 자꾸만 멀어져가는 모든 것들과의 예정된 이별 또한 너무나도 분명하게 느껴져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결국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로부터 끊임없이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럼에도 그림 앞을 떠날 때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까닭은, 그만큼 삶을 소중하고 충만하게 다루고자 하는 의지가 전해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결국 멀어지기에 가까이 있는 순간들은 더없이 소중하니까.
임지민 개인전 <Tool And Boxes>
2020.11.14-12.13
아트스페이스 영 @art_space_o
서울 종로구 삼청로9길 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