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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업을 사랑하기 위해

지독관 습관으로부터

by Dodo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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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전진하기보다는, 왔던 길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고 떠나왔습니다.

학교가 아닌 곳에서 처음 작품을 발표한 이후로 지나온 시간이 벌써 9년.

작가의 역사에서 볼 때, '작품 활동의 초기'라고 기록될 될 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작지만 의미 있는 잠시의 쉼표이자 다음 문장을 위한 마침표를 찍는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시떼에 머문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갑니다만, 이렇게 처음 먹었던 마음과는 달리 어떤 노래 가사에서 이야기하듯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여기에서도 애써서 무언가를 발표하고, 기회와 계기를 잡아야만 한다는 강박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종종 조급하고 불안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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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내게, 그저 지금 그곳에 머무는 일 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무척 고마웠습니다. 내가 작가로서 보낸 9년의 시간을 나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그녀와 나의 오랜 동료 작가들은 나의 지독한 습관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무것도 모르고 작가의 길을 선택했던 그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런 종류의 조급함은 간절함과 함께 멋진 콤비를 이뤄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은 일에 도전하게 하고, 성장을 위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의 계기가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 긴장감을 앞으로도 버릴 수는 없겠지만, 거기서부터 잠시 거리를 둔 작업의 시간을 보내며 다소 긴 시간 동안 나의 바깥쪽으로 향해 있던, '작업에 대한 책임감'의 방향을 최대한 나의 안으로 돌려, 나의 업이 주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스스로 온전히 마음껏 맛보는 시간을 보내 보자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조금 더 나의 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2022년 4월 9일, 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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