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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doseeker May 02. 2022

다시 산티아고로 - 3일 차

빨랫줄을 공유하는 사이


3일째.

론세스바예스 - 랄라소냐 (50km / 382km)



론세스바예스의 순례자 아침식사는 오전 일곱 시. 어제저녁에도 그랬던 것처럼 처음 보거나 혹은 길에서 한두 번 만났던 이들과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빵과 , 치즈, 버터와 , 과일을 오렌지 주스와 커피와 함께 먹었다. 순례길에서  순례자 메뉴를 먹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머물다 가는 곳이 알베르게고, 식사 메뉴가 따로 제공되는 알베르게라면 그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에 순례길을 걷다 보면 수도 없이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를 하게 된다. 나는 엄청난 내향형인 데다가,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일이 부담스러울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어쩐지 여기에서는 i e 바뀌는 마법에라도 걸린  내가 먼저 물어보게 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도대체   먼 곳까지 와서 사서 고생을 하는지에 대한 각자의 사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게 되는데, 다들 살아온 환경이나 시간은 첨예하게 다르다 해도 결국 떠나온 이유는 비슷하다는 공통점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에 대해 사소한 모든 것들까지 알고 싶게 되는 것처럼, 순례자들은 스스로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기에 굳이  멀고  길을 걷기로 결심한 이들이다.




생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출발하기  알베르게에서 아침 식사를 마칠 때쯤, 알베르게 주인은 모두에게 오늘의 첫출발을 기념하는 세리머니에 참석하기를 제안했고, 우리는 거실에 둥그렇게 모여 섰다. 그녀는  채로 눈을 감아보라고 했고, 우리가 눈을 감자 우리의 여정을 축복하는 따뜻한 문장들을 나지막이 읊조렸다. 어느샌가 그녀로부터 시작해 모두가 차례차례 손을 맞잡았고, 우리는 서로의 손과 손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며 서로가 까미노에서 얻게  무언가에 대해 진심으로 응원해주며 포옹하는 것으로 세리머니를 마쳤다.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와서도 손바닥에 그들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순례길이 그저 걷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에서 일면식도 없는 이들과 수없이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우리는 모든 얼굴 근육을 사용해 미소를 띠고 "부엔 까미노"하며 여행의 안녕을 서로 바라 주고,  서로의 여정에 온기를 나눈다. 타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가 그저 존재해 준다는 이유만으로도 너무나도 다행이라는 -  사랑스러운 감정을 하루 종일 품게 되는 시간은 절대로 흔하지 않고, 일상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일수 있다.





랄라 소냐에 도착해 3 동안 묵은 빨래를 손으로 빨아 알베르게 뒷마당의 빨랫줄에 널었다. 곧이어 다른 순례자들의 속옷이며 양말이며 티셔츠와 바지들이  옷들  옆으로 줄줄이 함께 널렸다.  위에 함께라는 이유로  빨랫줄을 쓰는 가족이 된 것 같아 잠시 발과 어깨의 통증을 잊고 미소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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