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에 관한 학습 및 총평
첫날에 가르친 문구는 ‘父生我身(부생아신)’이다. ‘母鞠我身(모국아신)’까지 해서 한 문장이나 하루에 8글자를 하기에는 무리여서 매일 네 글자만 하였다. 글자의 훈과 뜻을 알려주었더니 바로 따라 하며 잘 알아듣는다. 읽어 보라 했더니 ‘아버지 부, 날 생, 나 아, 몸 신’ 그리고 “아버지가 나를 낳으셨다” 하며 또렷하게 말한다. 한 글자씩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순서에 따라 바로 쓸 때까지 여러 번 반복했다. 그 후 미리 준비한 프린트물 5장에 30번 반복하여 쓰게 하였다. 몸을 비비 꼬며 게으름을 폈지만 결국 다 썼다.
오늘의 점수를 주기 위해 평가를 했다. 예상외로 모두 만점을 맞았다. 한문은 보지도 않고 ‘부생아신’을 한자로 썼고 글자의 훈과 함께 뜻도 잘 안다.
둘째 날에는 어제 가르쳐 준 ‘父生我身(부생아신)’에 대응하는 ‘母鞠我身(모국아신)’의 글자 이름과 뜻 그리고 문장의 뜻을 설명해 주었다. 읽어 보라 하니 ‘어머니 모, 기를 국, 나 아, 몸 신’ 그리고 “어머니가 나를 기르셨다” 하며 또렷하게 말하고 그 의미를 아는 것 같다. 어제처럼 한 글자씩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순서에 따라 바로 쓸 때까지 여러 번 반복했다. 그 후 미리 준비한 프린트물 5장에 30번 반복하여 쓰게 하였다. 몸을 비비 꼬고 게으름을 피우며 5장 모두 쓰기가 힘든지 나도 모르게 한 장을 감추었다. 4장만 있고 더 출력하기도 뭐해서 4장만 쓰는 것으로 했다가 숨긴 것이 발각됐다. 그래서 이번 만은 벌로 5장 다 쓰고 다음번부터 4장으로 줄여주겠다고 했다. 한 장에 6번씩이니 30번 쓰는 것에서 24번으로 줄어든 것이다. 너무 박절하면 안 될 것 같아 감춘 잘못을 일깨워주고 대신 요청을 들어주었다. 아이가 한자를 쓰는 것이 참 독창적이다. 그렇게 획의 순서대로 쓰라고 말해도 금방 자기 맘대로 쓴다. 문장 하나를 순서대로 쓰질 않고 자기 편한 대로 글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획을 근다. 한문은 ‘모국아신’을 한자로 썼고 글자의 훈과 함께 뜻도 잘 안다. ‘국’은 어려운 글자인데도 보지도 않고 잘 썼다. 어제 배운 것과 함께 ‘父生我身 母鞠我身’을 썼다.
3일과 4일째. ‘一欺父母 ‘其罪如山(일기부모 기죄여산)’이다. ‘한 일, 속일 기, 아버지 부, 어머니 모’, 그리고 ‘그 기, 허물 죄, 같을 여, 뫼 산’으로 ‘한 번 부모를 속이면 그 죄는 산과 같이 크다’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는 일은 아주 나쁜 일이라고 알려주었는데 본인도 이미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쓰는 것을 4장으로 줄여 24번 반복하는 데 부모는 이미 한 것이니 안 써도 되지 않냐고 계속 주장한다. 꾀를 잘 피운다. 이걸 일일이 들어주어서는 물론 안 되니 다 쓸 수밖에.
5일과 6일째. 형제에 관한 예를 가르치는 것으로 ‘兄友弟恭 不敢怨怒(형우제공 불감원노)’ 이다. ‘맏 형, 우애할 우, 아우 제, 공손할 공’, 그리고 ‘아니 불, 감히 감, 원망할 원, 성낼 노’로 그 뜻은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공손하니 감히 원망하거나 성내지 말라’이다. 형제간의 우애를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형이 아우를 사랑으로 보살피면 동생은 형을 공경한다는 뜻임을 강조해 형이 먼저 동생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알려준다. 희한하게 쉬운 ‘女’를 잘 못 쓴다. 여러 번 고쳐주어도 고집스럽게 자기 방식대로 쓴다.
7일과 8일째. 형제에 관한 예를 가르치는 것으로 ‘一杯之水 必分而飮(일배지수 필분이음)’이다. ‘한 잔의 물이라도 반드시 나누어 마셔야 한다’라는 뜻이다. ‘한 일, 잔 배, 어조사 지, 물 수’, 그리고 ‘반드시 필, 나눌 분, 말이을 이, 마실 음’이다. 형제간에는 한 잔의 물이라도 반드시 나누어 마셔야 한다는 뜻이다. ‘飮’이 조금 복잡하긴 했지만 앞선 것보다 수월하게 쓴다.
가르치고 나서
2주를 함께 살며 매일매일을 같이 보내니 조금 시정되어야 할 것들이 눈에 띈다. 첫 번째는 주위가 좀 산만하다는 점이다. 잠시도 집중을 하지 않고 딴짓을 일삼는다. 이러하니 교실에서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자리를 자주 뜨고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주변 아이들과 선생이 당황할 수 있겠다. 거기다 자기주장도 상당히 세다. 두 번째는 게임에 너무 빠져 있다. 처음에는 게임하는 것을 상당히 조정하였으나 나중에는 우리도 힘이 빠져 놔두게 된다. 시간만 나면 오로지 게임만 하려 드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편 개성이 강하다. 이를 나쁘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장려할 수 있다. 붙임성도 좋고 정도 많다. 이해력도 빠르다. 안 하는 듯하면서도 다 보고 있는 것 같다.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보통은 넘는다고 본다. 짧은 시간에 웬만한 박자를 개념적으로 다 이해했을 뿐 아니라 카혼에 적용도 했다. 또한 오선보를 읽을 줄 알고 악보를 보고 피아노 건반을 독수리 타법이나마 누를 수 있다. 한문도 4자 8글자 4구절을 모두 외워서 쓸 수 있고, 그 뜻도 명확하게 안다. 실천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만일 안 하면 그때마다 적절한 구절을 말해주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아이는 명석하나 고집이 참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