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러한 조언은 차마 할 수 없었다.

by 고요지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야근은 당연하고 가끔은 밤을 새우며 일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적어도 IT직군은 다른 업무 직군에 비해 야근이 잦았던 건 사실이었다.

요즘은 그런 밤샘 작업이 거의 없는 근무환경이어서 너무 만족해하며 일하고 있는데, 그날은 시스템 장애로 인해 새벽 4시쯤 귀가를 해야 하는 어쩌다 있는 야근을 했다.

피곤한 몸으로 잠시 눈을 붙이고 바로 출근을 했는데, 그날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일이 생겼다.


"팀장님. 잠깐 시간 좀 있으실까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팀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을 건넸다.

통상 이런 경우는 퇴사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하며 불편한 마음으로 조그만 회의실로 이동을 했다.


"같이 일하는 팀원이 직군을 변경하고 싶다고 저한테 이야기를 했습니다.

곧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할 거 같아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 팀원과 함께 일하고 있는 후배 직원이 다른 팀의 전혀 엉뚱한 일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기도 하고, 우리 팀에서 비전 제시를 제대로 못했나 싶기도 하고 순간 많이 생각이 떠 올랐다.

새벽 야근에 피곤한 몸이 더욱 피곤해지는 기분이 들어 힘겹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오후가 되니 역시나 그 팀원은 면담을 요청했고, 나는 불편한 자리를 함께하며 설득에 온 힘을 기울이며 대화를 이어 갔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대략적으로 경험을 해 보았고, 이제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분야를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대략적으로 수행해 온 업무는 이제 겨우 2년 정도의 경험이고,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업무는 다른 팀에 이미 담당자가 배정되어 있어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한 이동을 하더라도 해당 역할이 명확하지 않아 실질적인 수행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솔직히 말해 부서 이동 자체도 쉽지 않았고 설령 이동하더라도 이미 담당자가 있는 상황에서 직접 업무를 수행할 기회는 제한적일 것이라 판단되었다.

더군다나 이동이 이루어질 경우, 우리 팀은 다시 한번 인력 부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년 차 직원이 어렵게 요청한 사안을 단순히 넘기기에는 내게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우리 팀의 향후 로드맵과 해당 팀원이 희망하던 업무를 연관 지어 설명하며, 그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면 우선적으로 담당하도록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설득하였다.


하지만 솔직히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팀 중에 가고 싶은 팀, 하고 싶은 일을 본인이 스스로 결정해서 선택한다면 그게 조직입니까?

그 업무를 하기 위해 그동안 무슨 노력을 했고, 어떻게 준비를 했습니까?

그리고 그 팀에는 이미 담당자가 있는데, 본인이 그 담당자보다 업무를 하기에 전문성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까?'


하지만 그러한 조언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다소 의외이긴 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2년 차에 불과한 직원이라면 어쩌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본인이 요청만 하면 다 될 거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스스로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개인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아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지끈지끈 아픈 머리와 피곤한 몸이 더더욱 나를 힘들게 하는 거 같았다.

이번 사안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요즘 젊은 직원들과의 인식 차이를 새삼 체감하게 되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