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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버린 이미지들

영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by 골방우주나

*해석은 개인의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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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리뷰는 나탈리 포트만의 신작이자 감독 데뷔작인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이다. 아모즈 오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시킨 것이다.

오즈는 자신의 집안 5대를 풀어낸 이 잔잔한 이야기를 보다 큰 역사 ―18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동유럽 유대인들의 운명, 시오니즘 운동, 영국의 팔레스타인 통치, 예루살렘 포위, 독립 전쟁, 이스라엘 건국 등―의 일부로 솜씨 좋게 짜 넣는다.[네이버 지식백과]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2007. 1. 15., 마로니에북스)

나탈리 포트만은 유대인으로 이스라엘 출신이다. 그래서 영화 또한 소설만큼이나 '자전적'인 경향이 있다. 오즈가 자전적인 소설이기에 서술한 방식처럼 영화도 액자식 구성을 따른다. 늙은 아모스가 자신의 유년시절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그러나 나탈리 포트만의 이런 선택은 의문스러운 점을 남긴다.

%C8%B8%BB%F3.jpg?type=w1 주연 배우 겸 감독

최근에 배우가 주연과 감독을 함께 한 영화가 있었다. 바로 [마일스]다. 돈 치들이 주연과 감독을 맡아 마일스 데이비스의 에피소드를 영화화했다. 그러나 영화는 성공적이지 못 했다. 어지럽고 정신없는 연출, 마찬가지로 정신없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다소 진정되지 못한 채로 서사구조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 했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또한 그런 경향이 있다. [마일스]만큼 정신없지는 않지만 장면의 연결들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장면을 이끄는 시점의 문제가 두드러진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아모스가 자신의 어머니 파니아를 떠올리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러나 극의 전반부는 관찰자적 시점으로 진행된다고 느껴진다. 아모스가 이야기하는 과거가 아니라 과거의 부분을 영화로 찍어놓은듯했다. 회상에 의한 서술이 아니라 회상의 서술을 재해석한 느낌이랄까.

%BF%B5%BB%F3%B9%CC.jpg?type=w1 까악 까악..

영상의 전체적인 톤이나 영상미는 놓치지 않았다. 카메라팀은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에 맞는 영상들을 감독에게 제공했다. 영상의 톤은 사랑과 어둠이라는 확연하지 않은 느낌을 어느 정도 포착해냈다. 하지만 나탈리 포트만의 연출이 자연스러웠는지가 의문이다. 같은 톤으로 점철된 영상과 그런 영상에서 주어지는 이미지들은 조금 더 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한다. 또한 결과만이 아닌 계기를 설명해줄 이미지들이 필요했다. 물론 파니아가 얻은 삶의 충격들을 유년기의 아모스가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회상이라는 점에서, 나이가 들면서 여러 세대를 거치며 얻은 그의 오랜 경험에서 파니아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지 않았을까.
그렇게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는 [마일스]처럼 감독의 감상평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남기며 끝이 난다. 아쉬운 과정을 거쳐 쉬운 결말을 내는 감상평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한 작품인데 아쉬웠다. '시대의 개인에 남긴 기록'이라는 형태를 영화가 드러내 주길 바랐다. 그러나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엔 어떤 개인의 기록을 본 감상평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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