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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방우주나 Sep 17. 2016

영화 리뷰 [매그니피센트 7]

허무하게 마무리 짓는 중대함

*해석은 개인의 차이가 있습니다

 의열단장님께서 리볼버와 나이프에 심취한 것일까. 이병헌의 한국 영화와 미국 영화가 추석에 만나는 묘한 관계를 맞았다. 심지어 KBS에선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까지 방송한다니 이병헌으로 차있는 추석이다. 그 영화들 중에서 [매그니피센트 7]을 살펴보자.
 '이병헌의 믿을 수 없는 필모그래피', '개성과 매력을 겸비한 카우보이들', '맥크리의 영화' 등 화젯거리가 가득한 영화다. 덴젤 워싱턴을 비롯한 에단 호크, 이병헌, 크리스 프렛 등이 출연하고 안톤 후쿠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한 작품 [황야의 7인]을 다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시대극 중에서도 장르적 특성이 강한 서부극이고 리메이크 작품이다 보니 꾀나 클래식한 맛을 지키려고 애쓴다. 그래서 화젯거리에 비해 널리 받아들여질 영화는 아니다. 강한 특색에 취향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을듯하다. 

빵야!

  CG 가 넘쳐나는 화려한 영화를 선호한다면 이미 영화의 매력 포인트를 잃은 것이다. [매그니피센트 7]에선 대부분의 서부극 영화가 그렇듯 꾀나 진지한 부분들이 있다. 총집에 손을 올리는 장면, 순식간에 일어난 승부, 모자를 고쳐쓰며 보이는 강렬한 눈빛까지. 서부극의 클리셰들이 가득하다. 누군가에겐 '클래식'이지만 누군가에겐 '지루함'일 수도 있다. 심지어 셈 치좀(덴젤 워싱턴)이 7인의 팀을 모으는 과정에는 심각하게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서부극의 매력이지 않을까.
  지루함이 매력이란 말은 아니다. 시대적 특성을 고려하자면 그렇다. 서부극의 배경은 총 한 자루에 하루하루 목숨을 거는 삶을 사는 무법자들의 시대다. 그런 그들의 총에 손이 올려진다는 것은 생사의 기로에 선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승부는 그 기로를 가르는 것. 모자를 고쳐쓰고 죽음에 대한 예를 차리는 것까지. 서부극의 매력을 담고있는 영화다. 아쉬운 점은 많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명해진 화질과 실제 같은 효과를 사용하지만 연출은 클래식한 정도에 머무른다는 점이다. 서부극의 진중한 매력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다른 시도들과 색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자 다들 말타고, 치즈~

*주의 : 아래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용이나 주요대사에 대한 글이 있습니다


 화려한 CG 영화로 가득한 상영작들 중에서 자신만의 색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영화는 찾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매그니피센트 7]이 추구하는 '클래식'은 나름 설득력 있는 선택이다. 그러나 긴장감 있는 연출을 위해 오직 '클래식'을 선택하는 것은 다소 아쉬운 방법이다. 선명한 화질로 드러나는 카우보이들의 모습은 깔끔하다. 그러나 상당히 깔끔하게 보여지는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은 올드하다. 전체적인 분위기의 조율이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 느낌이다. 
 '분위기의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클래식'함을 선택했다면 배우들의 모습이나 화면 또한 올드한 느낌, '클래식'을 선택했어야했다. 그러나 깔끔하고 선명한 배우들과 화면에 비해 지루한 느낌까지 주는 '클래식'한 연출은 아쉬운 매칭이다. 굳이 과한 선택들, 오래된 렌즈를 쓰거나 화면 비율을 조정하는 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클래식'한 화면이 필요한 연출이 아니었을까. 서부극을 자주 접하지 않은 관객들의 입장에서 세련된 서부극을 단편적으로 소비하는 것보다 '서부극의 뉘앙스',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선택이 낫지 않았을까.

흔한 서부극 주인공들

 애매한 방식은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20분 간의 격정적인 총격전 이후 급작스러운 마무리를 맺으려한다. 살아남은 3명은 마을을 금방 떠버린다. 치좀은 자신의 복수를 위해 보그를 죽이고 보수금도 받지 않은 채 마을을 떠난다. 격렬했던 총격전의 여운은 죽은 자의 시체를 잠깐씩 돌아가며 비추는 것으로 끝이 난다. 필자는 총격전의 여운을 풀어가는 시간이 조금더 여유롭게 진행되었으면 했다. 마치 시간에 쫓기듯 빠르게 끝을 내는 모습은 긴박하게 달려왔던 총격전의 버거운 호흡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끝으로 향한다. 그들이 떠나고 나레이션은 그들에게 '매그니피센트'하다며 영화를 마무리 짓는다.
 물론 이야기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영화를 관통하는 긴장감, 총에 손을 올린다는 단순한 동작으로도 느껴지는 긴장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다. 관객이 영화의 인물들이 느끼는 긴장감에 녹아들도록하는 이야기와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 보그라는 인물의 등장은 전개의 역할로서 그럴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점점 긴장감을 만드는 요소들은 허무하게 끝이 나거나 단발적으로 이야기 된다. 인물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가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을 고려하자면, 과연 7인의 카우보이를 모으는 과정에서 그런 충분한 이야기가 설명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무작정 뽑아드는 총에 긴장감을 느낄 관객은 없다. 오히려 영화의 주요 소재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게 할뿐.

스포일러 스틸컷. '3명만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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