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일정은 기준이 있지만
퀄리티는 기준이 없다
늘 시간에 쫓기곤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정과
업무 퀄리티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순간이
수도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물론 여기에서의 갈등이란
말도 안 되는 퀄리티와 일정 사이의 고민이 아닌
일정을 100% 맞추고
퀄리티를 85% 정도 맞추느냐
퀄리티를 100% 맞추고
일정을 85% 정도 맞추느냐
정도의 미묘한 차이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직장 생활 초기에는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본인 업무에 대한 냉철한 기준과 자존심이 있었고
거짓말 잘 못하는 성격도 한몫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일정 딜레이에 대해 상사에게
양해를 구하느라 쩔쩔매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직장이란 곳은 같은 상황에서
퀄리티를 조금은 포기하더라도 일정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며 업 특성이나
종류, 상황에 따라 충분히 다를 수 있음을 밝힌다)
사실 미묘한 디테일의 차이는 위로 갈수록
잘 느끼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계획된 일정에 맞출 수 있느냐
아니면 없느냐 였던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직장의 대부분
구성원들이 모두 미생이다.
나도 미생이지만 팀장도 미생이고,
부장도 미생이고, 하물며 대표도 미생이다.
상사 입장에서 일정 꼬박꼬박 맞추는
구성원이 이뻐 보일까
아니면 보이지도 않는 퀄리티 때문에
일정 못 맞추는 구성원이 이뻐 보일까.
당연히 전자일 것이다.
문득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책을 보며
기억에 남았던 구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
완벽하진 않아도 85퍼센트 정도 괜찮다 싶으면
넘기고 다음 일을 하세요.
완벽하게 한다고 한없이 붙잡고 있는 거
좋은 거 아닙니다.
왜냐하면 완벽이라는 것은 내 생각 안에서만
완벽한 거니까요.
- 혜민 스님 -
혜민 스님의 말씀처럼 완벽이란 것은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것 같다.
결국 내 생각 안에서의 기준이기에.
하지만 일정이란 건 기준이 있다.
고로 중요하다.
일이라는 건 언제나 일정이 촉박하게
주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일이 손에 익지 않은 입사 초반일수록
일정과 퀄리티 사이에서의 갈등은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직장 생활 초반 어설프게 일정을 맞추려다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에 적어도
일이 손에 익기 전까진
일정보단 퀄리티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 시기엔 본인이 퀄리티를
판단할 수 있는 실력이
부족하기에 자칫 퀄리티 50%도
안 되는 수준에서 일정과
타협하여 결국 더 큰 문제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배에게 꾸중은 듣겠지만
그것 자체가 신입사원의 특권이자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 아니겠는가.
본인이 업무를 100% 이해하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
어느 순간 일정과 퀄리티의 타협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다.
사실 개인적인 바람은 직장인 모두가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는 상황이 왔으면 하는 것이다.
퀄리티와 일정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업무 환경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