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망했다는 직감이 들었다.
1년 동안 이곳만 바라고 준비했다. 지난 탈락으로 이미 쓴맛을 보았지만 무엇이 부족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자소서랑 면접은 나쁘진 않았는데.. 자격증이 부족했나? 여기는 영어를 많이 본다지만 인턴까지도 영어를 보나? 그렇게 영어를 끝내자마자 모집 공지가 또 올라왔다. 자소서를 수정하고 제출했다. 면접이 될 줄 몰랐기에 면접 통보를 받고 단 이틀의 시간 안에 준비해야 했다. 면접 준비도 미리 다 해둘걸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두 번째 면접을 보고 왔다. 조졌다.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말하긴커녕 암기한 것을 버벅거리며 읊느라 준비를 안 한 것처럼 보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석으로 말한 것이 더 나았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집에 가는 길, 용산역에 붙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광고판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대학원에서 탈출을 꿈꾸는 친구와 밥 약속을 잡으며 시답잖게 주고받는 카톡으로 기분이 나아졌다. 위로와 응원을 받는 것도 힘이 될 때도 있지만 내 좌절을 일일이 말하고 위로받는 과정이 더 힘들 때가 있다. 말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상기되고 명확해지니까.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한테 들어서 결과를 알고 있을 텐데 어땠냐고 물어보신다. 망했다고 했다. 너무 긴장해서 말을 너무 멈췄다고. 왜 긴장을 했냐는 타박이 돌아왔다. 지금 제일 속상한 건 난데. 같이 소리를 높이다가 아빠의 반복되는 책망에 대답을 멈췄다. 잠시의 침묵이 지나고 속상해서 풀이 죽은 아빠의 목소리에 죄송했다. 자괴감에 죄책감까지. 내가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걸까.
그냥 난 취업이 하고 싶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