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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에게 May 15. 2024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서른 예찬


회사 생활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요가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화가 잔뜩 난 채로 매트에 몸을 누이면 들려오던 선생님의 나긋한 소리. 서두르지 않고 몸을 열고 펴내는 일. 그것으로 몇 달을 간신히 버티다 회사를 그만두었다. 


살면서 요가를 해본 적은 많았으나 값을 지불하고 정규 수업을 수강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인생에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다. 자주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부산스러운 나 같은 사람에게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운동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요가의 장점은 단순히 시원하고 날씬해진다는 것에 있지 않다. 찬 공기로 들어온 숨을 따뜻한 공기로 내보내는 동안, 나도 모르게 경직된 부분을 어르고 달랜다. 잘되지 않는 동작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있었구나. 얼굴 근육조차 풀어 놓지 못한 채 하루를 보냈군. 그렇게 힘겹게 나를 위해 존재하는 근육에 숨을 불어주면, 미처 가 닿지 않는 마음 깊숙한 곳에도 자그마한 위안이 맴돈다. 드디어 나를 보살펴준다는 감각만으로 바쁘단 핑계로 그저 스쳐버린 뭉침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을 지긋이 누르고 펴주며 그저 본다. 과격하게 당기거나 엄청 빠르게 해결하려하지 않고. 순리대로 풀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집중하다보면 놀랍게도 나 자신이 타자화된다. 영혼은 공중 어딘가로 분리되어 오늘도 나를 사랑하려 애쓰는 나를 조금은 더 애틋하게 지켜보게 된다. 어깨를 짓누르던 산더미 같은 걱정에게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해 줄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온몸으로 하는 명상. 어쩔 줄 모르던 것들이 고요히 가라앉는 시간.


아침에 일어나면 내 방의 오래된 목재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은은한 햇살에만 기대어 몸을 쭉 펴자. 오늘 하루도 잘 부탁해. 나의 몸과 마음에게 전한다. 그 시간에 나는 나이자 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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