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해 적진으로 뛰어든 남자
지난 시간까지 3주에 걸쳐 문화 교류에 힘쓴 삼국시대 사람 3명과 친해져 봤습니다. 오늘부터는 삼국시대의 로맨티스트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첫 번째 인물은 고구려 안장왕입니다.
안장왕은 본명은 흥안으로 광개토대왕이나 장수왕처럼 영토를 넓힌 정복 군주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 속에 숨겨진 안장왕의 진짜 매력은 바로 국경을 넘은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이야기는 그가 아직 태자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고구려는 백제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태자 흥안은 적의 내부 사정을 염탐하기 위해 상인으로 위장하고 백제의 개백현(지금의 고양시)으로 잠입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운명의 여인, 한씨(한주)를 만납니다. 적국의 태자와 시골 처녀의 만남. 두 사람은 신분과 국경을 뛰어넘어 깊은 사랑에 빠졌고, 흥안은 "반드시 돌아와 너를 맞이하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고구려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비극이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개백현의 태수가 한씨의 미모에 반해 수청을 강요한 것입니다. 한씨는 "이미 정해진 님이 있다"며 거절했고, 분노한 태수는 그녀를 옥에 가두고 죽이려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흥안, 이제는 왕이 된 안장왕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전쟁을 선포합니다. 이것이 바로 529년, 고구려가 백제를 공격한 안장왕의 친정입니다. 안장왕은 직접 군대를 이끌고 백제 북쪽 변경의 혈성을 함락시키고, 오곡원(황해도 서흥)에서 백제군 3만 명을 격파하여 2천여 명을 베는 대승을 거둡니다.
역사책에는 안장왕의 친정이 영토 확장과 남진 정책의 일환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옥에 갇혀 죽어가는 연인을 구하겠다는 한 남자의 절박한 심정이 서려 있었을 것입니다. 안장왕은 별동대를 보내 극적으로 한씨를 구출했고, 그녀를 고구려로 데려와 왕비로 맞이했습니다.
지금도 안장왕이 한씨 미녀를 만났던 고양시 고봉산 일대에는 두 사람의 사랑과 관련된 지명들이 남아있습니다. 한씨가 안장왕을 맞이했다는 왕봉(달을성현), 서로 만난 고개라는 견달산 등이 그것이죠.
사랑을 위해 왕관의 무게를 걸고 전장에 뛰어든 그의 모습은 권력과 야망이 판치던 삼국시대에 피어난 가장 낭만적인 꽃이었습니다. 안장왕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에게는 목숨을 걸 만큼 소중한 사랑이 있는가?"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적진에 뛰어든 남자. 안장왕과 더 친해지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