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서평]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아름다운 동화에 숨겨진 잔혹한 모순

by cm

​살다 보면 마음이 한없이 건조해지고 뾰족해지는 날이 있습니다. 세상의 무자비한 속도에 지치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상처받았을 때, 우리는 어디에서 위로를 얻어야 할까요?


​오늘 이야기할 책, 포리스터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은 제목 그대로 얼어붙은 영혼에 따뜻한 장작불을 지펴주는 책입니다.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다섯 살 소년 '작은 나무'가 체로키 인디언 핏줄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산속에서 살아가며 배우는 소박한 삶의 철학은 출간 이후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인생 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작은 나무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복잡한 수학 공식이나 세상에서 성공하는 처세술이 아닙니다. 그들은 바람의 냄새를 맡고, 나무의 숨소리를 듣는 법을 가르칩니다.


​사냥할 때도 결코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만큼만 그것도 무리에서 가장 약하거나 병든 녀석을 잡아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체로키족의 철학, 즉 자연의 이치(The Way)를 알려줍니다. 자신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하는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세상을 병들게 하는지를 산골짜기 노인들의 입을 통해 넌지시 꼬집는 것이죠.


​또한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다"라고 말합니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것을 내 입맛대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이 통찰은 관계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는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하지만 이 책을 온전히 읽어내기 위해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충격적이고 불편한 진실 하나를 알아야 합니다. 출간 당시 자전적 에세이로 알려져 감동을 더했던 이 책이 사실은 100% 허구의 소설이었다는 점입니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인디언의 지혜와 포용력을 찬양한 작가 '포리스터 카터'의 진짜 정체입니다. 그의 본명은 아사 얼 카터(Asa Earl Carter). 그는 끔찍한 인종차별주의자였으며,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했던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단의 악명 높은 리더였습니다.


​인종 혐오의 선봉에 섰던 자가 어떻게 이토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의 글을 쓸 수 있었을까요? 과거를 세탁하기 위한 기만이었을까요, 아니면 증오로 얼룩진 그의 내면 깊은 곳에 숨어있던 구원에 대한 갈망이었을까요? 이 잔인한 모순은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며, "작가의 끔찍한 삶과 위대한 작품은 분리될 수 있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작가의 위선적인 실체를 알고 나면 밀려오는 배신감에 책을 덮고 싶어 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거대한 모순 덕분에 소설 속 작은 나무가 전하는 위로의 온기만큼은 기적처럼 더 선명해집니다. 책 속에 담긴 자연의 이치와 사랑의 메시지는 작가의 삶을 초월하여 이미 스스로의 생명력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