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잘못된 자신감
흔히들 인간을 만물의 영장, 지구의 지배자라고 합니다. 실제로 인류가 이룩한 눈부신 문명과 과학 기술을 보면 스스로를 꽤나 똑똑한 존재라고 자부할만합니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정말 그렇게 지혜로울까요?
오늘 이야기할 책인 톰 필립스의 <인간의 흑역사>는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아주 많이 멍청하다"는 사실을 유쾌하고도 뼈 때리게 증명해 내는 책입니다.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가 나무에서 내려온 순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굳건한 믿음과 열정으로 저지른 크고 작은 헛발질들을 모아놓은 흑역사 오답 노트라고 할 수 있죠.
저자는 우리의 뇌가 여전히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 초원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합니다. 생존을 위해 패턴을 찾으려는 본능은 현대에 와서 엉뚱한 음모론을 믿게 만들고,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본능은 끔찍한 집단 광기로 이어진다고 얘기합니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인간 특유의 근거 없는 자신감입니다. 역사를 뒤흔든 수많은 대참사들은 악의적인 의도보다는 "내 계획은 완벽해!", "이번엔 다를 거야!"라는 오만하고 맹목적인 확증 편향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입니다.
책에는 웃지 못할 참사들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1950년대 중국의 마오쩌둥은 농작물을 쪼아 먹는 것을 보고 "저 참새는 해로운 새다"라며 참새를 대대적으로 소탕했다가 해충이 창궐하여 끔찍한 대기근을 초래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토머스 미즐리라는 발명가는 유연휘발유와 프레온 가스를 발명했습니다. 두 가지 물질은 모두 지구 환경을 멸망 직전까지 몰고갈 수 있는 것들이었죠. 이로써 토머스 미즐리는 단일 생명체 역사상 지구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인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행동했지만 결과는 파멸적이었습니다. 복잡한 세상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이 얼마나 무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흑역사들입니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는 바보짓의 반복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가 인류 혐오나 비관론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틀릴 수 있는지, 우리의 치밀한 계획이 얼마나 어설픈지를 인정하는 겸손함이야말로 인류가 자멸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을 강조하죠.
어차피 완벽할 수 없기에 우리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내면에 숨겨진 유쾌하고도 씁쓸한 멍청함을 너그럽게 마주해 보는 여유가 흑역사를 줄 이는 방법일 것입니다.
"우리는 실패로부터 배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가장 자주 배우는 교훈은 '우리는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