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구독 서비스 계정 공유를 생각해보다.
구독 서비스를 분류하여 본다면 실물 구독 서비스와 디지털 구독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쿠팡에서 주기적으로 사 오던 샴푸나 바디워시 같은 생필품을 주기적으로 받아보고 싶어서 구독 서비스를 신청한 경우는 실물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 소비를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하였다면 디지털 구독형 서비스에 가입하여 사용 중인 것이다.
이렇게 분류해놓고 보면 디지털 구독 서비스의 특징이 바로 보인다. 대부분 필연적으로 소비자의 시간 투자가 같이 일어나게 된다. 바쁜 현대인들의 디지털 재화 소비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쿠팡에서 배송받은 샴푸를 내가 당장 소비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소비하거나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데 넷플릭스를 이번 달 안에 보지 않을 경우 낭비되는 금액이 상당하다.
이렇듯 디지털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의 시간소비와 비례하여 가치를 매길 수 있다. 소비시간이 짧은 소비자 중 일부는 해당 구 독서비를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어 할 것이다. 비어있는 집을 여행객에게 내어주고, 쓰지 않는 물건을 공유하고 소득을 얻는 것처럼 나의 디지털 계정도 그렇게 역할할 수 있다. 공유경제의 논리다.
이런 니즈를 바탕으로 여러 구독 서비스 계정 공유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사용자들에게 사용 중인 OTT의 계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비용을 1/N로 나누라고 권장한다. 넷플릭스를 예로 들면 자신이 계정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을 포함한 5명의 사람에게 계정과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그들로부터 일정액을 매월 이체받는다. 계정 공유 서비스들은 이 과정에서 메이트 매칭과 커뮤니케이션, 정산을 쉽게 도와준다.
하지만 생각해볼 점이 있다. 넷플릭스는 이용약관에 본인의 계정을 가족을 제외한 사용자와 공유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디지털 구독 서비스 약관에 비슷한 조항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 구독 서비스 계정 공유 사이트들은 어떻게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인가? OTT 서비스들의 경쟁이 치열하기에 단지 어뷰징을 눈감아 주고 있는 것 아닌가?
필자는 여기에 여러 의문점이 있고 답변을 찾는 중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어뷰징을 권장하는 모 스타트업은 정부로부터 지원사업을 받아 성장했고, 정부 기관장이 주는 상도 수상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악용하는 것을 권장하는 스타트업을 장려하는 것인가?
만약 사용자를 늘리는 경쟁 기라서 어뷰징을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이라면 그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해당 비즈니스들은 서비스 중지를 요청받거나, 그동안 어뷰징 한 기간을 소급하여 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또한 영구적으로 어뷰징을 눈감아 주는 것이라면 이제 서비스의 대상을 Entertain형 서비스가 아닌 사무용 서비스로 바꿔보자. adobe XD를 사용하는 디자이너 A가 해당 소프트웨어의 계정을 디자이너 B와 공유하여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가? Microsoft Office 365는 어떠한가? 구독형 서비스 이용권의 가격이야 비즈니스와 사무용 SaaS 서비스들이 훨씬 단가가 비싸다.
필자는 지금 계정 공유 현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남는 자원을 공유하려는 본성에 근거한 니즈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어떻게 하면 적법한 절차로 비즈니스 수단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는 중이다.
구독 서비스 시장은 더욱 커져갈 것이고, 우리의 생활은 점점 더 많은 구독형 서비스에 익숙해질 텐데 많은 창업가들이 이 분야를 혁신하려고 뛰어들 것이다. 다만 이글에서 다룬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이 이 분야에서는 중요한 선결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