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와이프랑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신선한 생각이 났다. 와이프 왈 "오늘 기분이 너무 울적해서 사내 몰 들어가서 복지포인트로 이것저것 샀어. 덕분에 기부니가 좋아졌어!" 일부분 공감 가는 이야기여서 일단 잘했다고 해주고, 잠시 공상에 빠졌다.
와이프가 주문한 물건은 돼지고기, 딸기 등 우리 부부가 주말에 먹을 것들인데 어떻게 이 작은 소비행위로 즐거워할 수 있을까? 명품을 산 것도 아니고, 단지 몇 가지 먹을거리를 샀을 뿐인데..
하지만 종종 나도 개인적으로 필요하거나, 업무적으로 필요한 몇몇 가지들을 온라인으로 살 때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하고, 최종적으로 "감사합니다. 결제 완료되었습니다"의 메시지가 나오는 결제 완료 페이지를 볼 때의 쾌감은 꽤 크다. "이 어려운걸 해냈어. 내가 이 어려운 쇼핑 과정을 끝냈어!"에서 오는 뿌듯함과 고 인플레이션 시대에 오늘의 물건값이 제일 싼 이 시대의 참 가성비 소비를 했다는 안도감도 한 스푼 들어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보편적으로 이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이것은 실로 대단한 발견이고, 사업의 시작이 될 것이다. 내 머리는 바로 솔루션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쇼핑몰을 만들자! 페이크 쇼핑몰! 사람들이 맘껏 주문할 수 있게 하고, 마치 진짜처럼 결제 페이지를 띄워주는 기부니가 좋아지는 그런 쇼핑몰.
하지만 실제론 결제가 일어나지 않는..
대신 나머진 모두 실제와 같아야 해. 상품도 진짜고, 상품페이지도 진짜고, 구매한 뒤 카카오톡 메시지도 발송되어야 해.
그리고 흥미요소를 주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조금 넣어야겠어. 하루에 한 명을 추첨해서 그날 결제한 물건을 진짜로 익일 발송하는 거야! 서프라이즈로! 이 추첨과 배송과정, 물품을 수령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서 유튜브에 공개하는 거야. 우리가 진짜 진심이고, 이건 좋은 마케팅 사례가 될 것이야.
그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하루에 한 번만 결제할 수 있게 해야겠어. 여러 번 결제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람은 멤버십으로 가입시켜서 유료 서비스를 해봐야겠어!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엔도르핀이 솟아나며 기부니가 최고조에 달했다. 역시 나는 새로운 걸 생각해 낼 때 즐거운 사람이구나. 가장 창의적일 때 가장 나다운 건가?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학습지 선생님과 종종 싸웠다. 영어와 수학 학습지를 했었는데 요즘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의 수학 학습지는 약간 과장 보태서 계산 머신을 만드는 학습이었다. 똑같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문제가 학권의 학습지에 빼곡하게 오와 열을 맞혀 자리 잡고 있었고. 이걸 풀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던 거 같았다. 우리 집 살림이 빠듯하다는 걸 어려서부터 알고 있어서 인지 더 끊어내고 싶었던 거 같다. 반면에 영어 선생님과는 아무런 트러블이 없었다. 매번 새로운 카세트테이프에 새로운 내용이 들어있고, 학습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단지 며칠 전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가 글이 옆길로 새 버렸다. 이래서 글쓰기가 어렵다. 덜어내는 글쓰기를 해야 하는데...
내가 떠올린 기부니가 좋아지는 쇼핑몰은 정말 현실에 존재했으면 좋겠다. 어찌 보면 중국의 왕홍 비즈니스와도 닿아있는 거 같기도 하다. 가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건 다른 문제다. 너무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란 것을 잘 알기에 이젠 그 선택에 신중해졌다. 하지만 언젠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샷 비즈니스를 고통을 참아가며 만들어 내는 작업을 누군가와 함께하고 그 성취감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다. 그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