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설렘의 내음
봄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3월 초엔 특별한 공기가 있다. 매년 3월 초 아침에만 느낄 수 있는 공기의 냄새가 있다. 아마도 특정 온도와 습도에 적당한 일조량을 받았을 때 나는 공기와 흙내음 일거다.
추억이 묻어있는 옛 노래를 들었을 때 드는 감정처럼 나는 이 3월의 공기를 맡으면 셀렌다. 이 아침 공기의 내음을 맡으며 보내왔던 수십 년의 3월의 추억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서서 맞이한 입학의 순간, 새 학년에 올라가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순간, 새내기로 동아리 박람회를 하는 교정을 거닐던 순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맞이한 고요한 아침의 놀이공원과 맞이한 순간 등 세월과 함께 켜켜이 쌓여있는 셀렘의 순간들이다.
3월은 무언가 새로 시작하는 순간이 많아서, 당시의 상황이 낯설고, 두근두근 긴장도 되어서 뇌가 냄새를 더 잘 기억하기도 하는 거 같다. 이런 특별한 내음을 기억한다는 소리는 살아오면서 누구한테도 들어보진 못했다. 가끔 이런 이야기를 주위에 하면 신기해하곤 했다.
나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서 더 소중한 기간인데, 이 냄새가 나는 기간은 정말 짧다. 일교차가 심한 3월 초의 아침 공기만인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면 다른 공기 냄새로 바뀐다. 이 역시도 다른 사람은 잘 느끼지 못하는 거 같다.
공기를 가두어서 그 향을 복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3월의 공기를 향수로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다면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꼭 사고 싶다. 혹은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향수의 이름은 'pounding March' 두근거리는 3월 정도로 지어보고 싶다.
나에겐 매년 봄이 기다려지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 좋은 시기를, 짧은 시기를, 행복한 순간을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맞을 길이 없다. 며칠 전 아침 출근길에 그동안 잊고 지내던 이 공기를 우연히 마스크를 내렸을 때 깨달았다. 아 올해도 왔구나! 내가 널 깜박할 뻔했구나.
수년 뒤 혹은 수십 년 뒤 3월이 되어 이 공기를 다시 맡았을 때, 2022년의 3월도 떠오를까? 아니 어쩌면 코로나의 순간들은 잊힐까?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건 냄새 속에 내 추억을 저장할 수도 없다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