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는 거의 마무리되었고, 하염없는 눈칫밥과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진짜 내일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온갖 고민과 후회로 힘들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눈치 보고 있다가 그나마 가끔 조금 협조적인 경찰이 옆에 왔을 때 한 마디씩 붙여가며, 원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혹시 내 폰 잠깐 돌려줄 수 있어? 친구들이 걱정하고 있을 거야"
난 혼자 온 보라카이에 일행과 같이 왔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짜 더 심각한 상황이 될 거 같았다.
다행히 폰을 잠시 받았지만 내 폰엔 아무 연락처도 없는걸 미리 알고 있었다.
역시나 와이파이가 없었고 인터넷도 쓸 수 없었다. 다시 폰을 돌려주고 또 기회를 봐서 요청했다.
"혹시 나 파출소 전화기 잠깐 쓸 수 있을까?"
파출소에는 80년대에나 쓰이던 유선전화기가 한 대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형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았다. 헉. 어쩌지.. 유일하게 연락할 수 있는 곳인데..
이 오해를 풀어줄 수 있는 아는 사람 단 한 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전화기를 쓰겠다고 잠깐 허락된 시간이라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어디라도 전화를 걸어야 했다.
전화기 옆에는 90년대에나 보던 전화번호부, 즉 Yellow Book이 있었다.
보라카이 섬 안의 모든 관공서, 회사, 개인들까지 전화번호가 총망라되어있었고, 책은 매우 낡았다.
걸어도 받지 않는 게하에 다시 한번 전화를 거는척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책을 펼쳤다.
책은 알파벳 순서로 정리되어 있었는데 Hana Tour, Modu Tour란 글자가 눈에 띄었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나에겐 지금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아마도 전화번호가 바뀌었던지 폐업하였던지, 자리를 비웠던지 일 것이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어떤 수든 써야 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지 않나
난 이윽고 'K'로 인덱싱 된 페이지로 넘어가서 kim의 성을 가진 사람을 찾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중 아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현지인 한 명이 영어로 전화를 받기에 김**씨가 있으면 바꿔달라고 했다. 다행히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Hello, This is Kim** Speaking"
오 마이 갓 드디어 한국인과 통화를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