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라클코치 윤희진 Dec 18. 2023

순 식구들과의 송년 모임

백일백장 글쓰기_13기_아흔여덟 번째 글

   

12월은 송년회가 많은 달이다. 2023년에는 6 교구 직장 1 순에 속해서 순모임도 그나마 열심히 참석했던 해이다. 물론 교사도 하고 있던 터라 매월 첫째 주 교사 월례회와 겹치면 늦게 참석하거나 못할 때도 있었지만. 별내로 이사 오고, 조금은 느슨해진 내 신앙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음에 감사하다. 오늘 순 식구들과 송년 모임이 있는 날이다. 만 오천 원 상당의 선물도 준비하라고 하셔서, 공저 《오늘이 전부인 것처럼》 를 포장했다. 드레스 코드는 상의 빨간색, 초록색, 흰색이 들어간 옷이라고 해서 지국에서 받았던 흰색 털조끼를 외투 안에 입었다. 어제보다 따뜻하게 입어 이 정도 입으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그렇게 입었는데도 추웠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각에 교회 승합차가 오는 바람에 교회에도 늦게 도착했다. 화장실 잠시 다녀오니 예배당에 올라갈 시각이 되었다. 화장실 앞에 놓여 있는 ‘함께 성탄 박스’를 보니 마음이 넉넉해진다. 우리 교회에서는 지역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가정, 또는 순 식구들이 박스에 생필품 등을 채워서 전달하고 있다. 올해에도 많은 성도들이 그 일에 발 벗고 나섰다. 이번 주 중으로 지역 행정기관과 협의 후에 결정한 이웃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예배실에 올라가니 익숙한 찬양이 들려왔다. 〈천사들의 노래가〉 허밍으로 흥얼거릴 수도 있는 성탄찬양이다. 성탄이 가까웠다. 이제 일주일 정도 후면 성탄절이니까.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하긴, 백일백장 글쓰기가 시작될 때 끝나는 날을 체크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12월 19일 백일백장 글쓰기가 끝나면, 곧 크리스마스이고, 연말이겠다.’

어쨌든 오늘 예배를 다 마치고, 초등 2부 예배까지 마쳤다. 다음 주에 할 교회학교 성탄 발표회 연습을 했다. 우리 초등 2부에서는 연극을 하기로 했다. 오늘 한 번 쭉 맡은 역할과 아이들을 무대에 올려 대본 읽기를 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중간에 어머님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오기 위해 오셔서 친구들을 보냈다.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순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1층에 있으니 어서 내려오라는 것이다. 김정선 집사님의 차를 타야 하니, 조금 더 기다렸다. 차가운 바람을 뚫고, 순장님이 바리바리 싸 준 옷가지들을 들고 부순장 님 차를 탔다. 우리가 간 곳은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식사했던 애슐리 퀸즈가 있는 건물 1층에 위치한 프리미엄 중화식당 ‘린’이다. 주차를 하고도 위치를 못 찾아 힘들었긴 했지만, 장소를 물어보려고 들어간 편의점에서 박연희 집사님 막내 시유와 남편 집사님을 만났다. 친절한 편의점 직원(점장님이신지도 모르지만)이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나마 햇볕이 쬐는 쪽을 걸어갈 때는 따스했지만, 코너를 돌자마자 바람이 장난 아니다. 얼른 식당으로 들어갔다. 멋진 리스 장식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아 사진을 찍었다. 들어가니 철제 인테리어도 예술이다. 크리스마스트리도 잘 만들어 한편에 세워두었다. 박연희 집사님이 오자마자 주문했다. 차돌 짬뽕밥 2개, 해물짬뽕 2개, 짜장 1개, 굴짬뽕 1개, 탕수육 1개 이렇게 시켰다. 먼저 나온 단무지, 땅콩, 자차이를 먹었다. 배가 고파서인지 자차이가 맛있었다. 오돌오돌한 식감이 딱 내 입맛에 맞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요리가 나왔다. 탕수육 색깔이 노르스름했다. 탕수육 소스는 짙은 갈색이고 각종 채소가 들어간 게 달콤 새콤했다. 탕수육을 거의 다 먹으니 드디어 각자 시킨 식사가 나왔다. 나는 차돌짬뽕밥을 시켰다. 국물이 벌건 게 예사롭지 않다. 역시 한 입 먹으니 칼칼하다. 딱 내 스타일이다. 짜장도 한 숟가락 주시기에 먹어봤는데, 면발이 쫄깃하니 맛있었다. 정작 내가 시킨 짬뽕밥에 있는 차돌은 다 건져 먹었는데, 더 이상 먹히지가 않았다. 이미 자차이와 탕수육으로 배가 부른 상태여서인가 보다.     



2차는 알파카를 볼 수 있는 특이한 카페, 축구 선수 김병지 아내가 운영하는 ‘파차’이다. 주위에 배밭이 펼쳐져 있다. 추우니까 바로 알파카를 구경할 생각도 못하고 실내로 들어갔다. 자리를 맞춰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마침 들어가자마자 6명이 넉넉히 앉을만한 자리가 있었다. 잠시 후에 이곳을 안내해 주신 박연희 집사님이 2층이 더 좋을 것 같다며 가보자고 하셨다. 올라가 보니 룸 하나가 맘에 들었다. 짐을 들고 올 때까지 있기로 했다. 다른 사람이 앉을 수도 있으니까. 짐을 들고 집사님이 오셨기에 주문을 하러 내려갔다. 나는 제주 한라산엔 한라봉청티를 마시기로 했다. 잠시 뒤 우리가 주문한 커피 및 티를 갖고 박연희 집사님과 차를 가지러 집에 가셨던 김경미 집사님도 합세했다. 선물 교환 먼저 했다. 일단 선물에 번호를 먼저 붙이고, 다른 종이에 번호를 써서 접어 두었다. 그래서 뽑기로 번호에 해당하는 선물을 가져가는 걸로 했다. 처음에 뽑았을 때 내가 내 번호를 뽑는 바람에 다시 뽑기로 했다. 두 번째는 김정선 집사님이 본인 걸 뽑아서 다시 하려다가 그냥 박연희 집사님이 뽑은 것과 바꾸기로 했다. 서로 받은 선물 개봉식을 했다. 2번이 내가 준비한 선물인데, 부순장 님이 그걸 뽑았다. 사인본을 드리니 너무 기뻐하셨다. 나는 김경미 집사님이 준비해 오신 핸드크림과 선크림을 받았다. 한동안 핸드크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정성스레 준비한 사람도, 그것을 받는 사람도 서로 좋은 시간이었다. 얼떨결에 시킨 한라봉청티도 이야기꽃 피우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어느덧 밖이 어둑해지고 있었다. 자연스레 순장님이 1년을 보내며 순 식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보낸 지난 1년이 스치듯 지나갔다. 다음으로는 굵직굵직한 기도제목을 나누었다. 가정마다 다 문제가 있고,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도제목들이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모아 함께 기도해 줄 순 식구들이 있기에 용기를 내어 보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준비해 온 의상을 입고, 머리에 크리스마스 분위기 머리띠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순 식구들과 송년 모임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들과 내년에도 한 식구로 신앙이 성장하기를 기도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슬픔이 설렘이 될 때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