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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Sep 28. 2023

추석 연휴 첫째 날

백백 프로젝트_13기_100_열여덟 번째 글


오늘은 추석연휴 첫날이다. 새벽 3시에 알람 소리가 울려서 깼다. 새벽에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남편이 어제 자면서 맞춰놨기 때문이다. 운전면허는 남편만 갖고 있어서 경남 진주까지 혼자 운전해야 한다. 많이 힘들 것이다. 매년 설 명절과 추석 명절, 여름휴가 때만이라도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한다. 더 자주 찾아뵙고 싶은데, 쉽지 않다. 남편은 주일에 사역을 하고, 나도 교회 학교 교사이기에 토요일 갔다가 주일 오는 일정도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잔 지 얼마 되지 않아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거실에서 잤던 딸도, 방에 자던 아들도 아빠의 호통소리에 금방 일어났다. 새벽부터 시끄럽게 뭔 일인지. 어서 옷을 갈아입고, 잠옷은 가방에 넣었다. 화장실도 미리 다녀오고, 물도 텀블러에 넣었다. 모레 다시 올 집이지만 문단속도 열쇠로까지 철저히 잠그고 집을 나섰다. 새벽이라 고요하다. 날씨가 차갑다. 반팔을 입고 온 딸에게 갖고 온 점퍼를 건넸다. 이 새벽에 반팔이라니. 근데 일교차가 워낙 커서 점심 때는 오히려 반팔이 나을 수도 있다. 내가 기도하고, 드디어 출발. 정말 오랜만에 새벽에 시골에 내려간다. 점심시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출발했다. 타자마자 눈을 감았는데, 눈을 뜨니 벌써 충주 휴게소이다. 세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그도 그럴 것이 원래도 잘 시간이기 때문이리라. 불편한 차 안이었지만, 그래도 무거운 눈꺼풀을 어쩔 수는 없는 가보다. 충주 휴게소에서 내려서 화장실에 들렀다. 차도 쉬고 난 후에 주유까지 완료!





원래는 10월 3일까지 내리 쉬지만, 우리는 토요일에는 올라와야 하는 일정이다. 시댁에 가서 한 밤 자고, 내일은 추석 예배를 드린다. 오후에 친정으로 넘어가서 한 밤 자고 토요일 아침 먹고 올라와야 한다. 충주 IC부터 국도를 타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나와 배가 고파서 순댓국집을 찾았지만, 간 곳마다 문을 닫았다. 하는 수 없이 가는 길에 소머리국밥 집에 차들이 늘어서 있어 주차를 했다. 문이 활짝 열려 기쁜 마음에 들어갔다. 소머리국밥 치고는 양도 적도 비쌌지만,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속이 풀어지고 좋았다. 고기살보다 머리 고기가 좀 더 많이 들어있었다. 익숙하지 않은지 딸은 고기랑 바꾸자고 했다. 매콤한 청양고추 간장 고추냉이 소스에 찍어 먹으니 쫄깃하고 맛있었다. 국물은 뽀얀 게 고소하니 진한 맛이다. 간이 하나도 안 됐지만, 나는 소금을 조금만 넣었다. 짜면 금방 질리기 때문이다. 내 국물을 먹고 아이들 국물은 먹으니 짰다. 뜨거울 때 국물에 소금 간을 하면 식었을 때 짜게 된다.

다시 고속도로를 타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길을 막았다. 그래서 백두대간 이화령을 지났다. 빙빙 고개를 돌아서 속이 메슥거린다. 잠도 다 깬 상태이다. 시간은 벌써 12시가 넘었다. 참외의 고장 성주도 지나고, 고령을 지났는데, 딸이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해서 친정에 가기로 했다. 간 김에 친정에 드려야 할 선물을 내려놓고, 점심도 먹었다. 쫀득한 돼지감자 전분으로 만든 오징어부추전이 예술이다. 열무김치와 고기 듬뿍 된장찌개를 넣고, 참기름 솔솔 뿌려 비빔밥까지 완성했다. 열무김치 양이 적어서 조금 더 넣어 먹었다. 역시 이 맛이다. 부추전은 한 판 더 먹었다. 돼지감자 전분이 이렇게 쫄깃할 줄은 몰랐다. 부침가루를 넣어 만든 거랑은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딸은 실컷 피아노 치고 놀더니 출발하려니까 열무비빔밥과 부추전 먹는다고 난리다. 내일 다시 올 거라 인사드리고 시댁으로 향했다. 친정인 합천에서 시댁 진주까지는 1시간 조금 더 걸린다.





시댁에 오니 작은 서방님, 동서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금방 자다 일어난 우주도 인사를 한다. 참 잘 큰다. 거의 10시간 이상 운전하느라 수고한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아이들도 새벽부터 챙기느라 수고 많았다. 추석 명절이지만 글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남편의 아이패드로 글을 썼다. 시댁에 와서 어머님께서 만든 황태튀김과 동서가 거의 다 튀겨낸 고구마튀김으로 배를 불린다. 곧 저녁이다. 큰 서방님과 동서, 조카들도 도착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명절이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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