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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Oct 07. 2023

서울세계불꽃축제 관람을 안방에서

백백 프로젝트_13기_100_스물일곱 번째 글


작년 이 맘 때에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유튜브로 관람했었다. 현장감은 극히 떨어지지만, 세계 각국의 하늘을 수놓은 불꽃은 화면에서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사실 현장에 가서 본다는 건 거의 꿈같은 일이다. 설령 갔다고 해도 수많은 인파 속에서 힘들었을 것이다. 들은 얘기이지만, 불꽃놀이가 잘 보이는 곳 호텔은 평소보다 3배 넘게 비용을 받았다고 한다. 시즌 특수이다. 아직 네이버 박스 안에는 작년에 찍어놓은 불꽃축제 사진들이 수십 장 저장되어 있다.     

오늘도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있는 날이다. 7시 20분에 시작하지만, 미리 유튜브 생방송 화면을 켜 놓았다. 7시부터 20분까지는 개막식을 진행했다. 시간이 좀 딜레이가 되어 7시 25분이 되자 카운트 다운을 외치고 바로 순서가 이어졌다. 중국팀 불꽃쇼가 처음으로 하늘을 수놓았다. 아름다운 중국풍 음악이 장내를 울려 퍼졌다. 채팅창에는 수도 없는 글들이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글보다 순간의 불꽃을 감상하는데 집중했다. 중국팀(SUNNY) 이번 불꽃 축제 주제는 〈현실로 이뤄지는 꿈〉 〈희망찬 내일〉이다. 이어 한화에서 잠깐 영상을 보여줬다. 폴란드팀(SUREX)이 해야 될 시간이 지났는데, 준비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원래는 7 48분이면 시작해야 되는데, 어느덧 시각은 8시 2분이 되었다. 사회자가 대기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결국 우리나라 불꽃쇼를 먼저 하기로 했다. 〈Life is Coiorful〉 을 주제로 다채로운 색깔로 내일의 세상을 밝게 비추는 밝은 미래를 희망하는 한국팀의 염원을 담아 주식회사 한화가 제작했다. 역시 한국팀의 불꽃쇼가 가장 화려하고 다채로웠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갖가지 모양으로 한강 하늘을 수놓았다. 역시 우리나라 한국 기업 한화이다. 클래식부터 잔나비 노래, 댄스곡, 고전, 팝송 등을 사용했다.

갑자기 남편이 방에 들어와서 물었다.

“저녁은 어떻게 할 거예요?”

아까도 밥 해 놓은 걸 다 먹어서 햇반으로 아들과 내가 늦은 점심을 해결했었다. 저녁이 생각 없다고 해서 내일 새로 밥을 안치려 했다. 아들이 배가 고프다며 밥을 달라고 했다. 뭘 할까 고민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물에 중탕하거나 바로 끓여 먹을 수 있는 누룽지 삼계탕이 한쪽에 세워져 있었다. 마치 오늘은 자기를 선택해 달라는 듯이. 다시 불꽃쇼를 보러 안방 침대 옆 내 자리에 앉아 유튜브로 관람을 했다. 

한국팀 불꽃쇼가 마치기 전에 부엌으로 가야 했다. 삼계탕이 다 끓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배려로 레토르트 식품으로 조제된 누룽지 삼계탕이 냄비에 잘 담겼다. 마음 같아서는 마늘 다진 것과 파 송송 채 썬 것을 넣고, 김치랑 먹고 싶었지만 귀찮아졌다. 그래서 그냥 조리된 대로 먹었다.

한국팀 불꽃쇼 중간 부분부터 다시 돌려 보았다. 중반 이후에 더 갖가지 색깔의 화려한 불꽃들이 펑펑 소리를 내며 공중에서 예쁘게 퍼져나간다. 멈추고 사진을 찍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중국팀 공연 때 한 부분, 우리나라 공연 때 한 부분을 십몇 초씩 동영상으로 남긴 게 전부다. 유튜브로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팀은 〈Light Up The World〉이라는 주제 아래 희망의 빛으로 가득 찬 눈부신 세상이라는 메시지를 하늘에 수놓기로 예정되었으나 취소되었다고 한다. 많이 아쉽다. 컴퓨터 오류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말이다.     

이렇게 서울세계불꽃축제가 끝이 났다. 이제 100만여 명이 무사히 귀가하기를 기도해야 할 시간이다. 한 명도 안전사고 일어나지 않도록. 1년 전 있었던 이태원에서의 압사사고 같은 불행이 이 땅을 다시 뒤덮지 않도록 말이다. 훌륭한 시민 의식이 발휘되길 바라며 오늘의 글쓰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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