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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Oct 06. 2023

내 눈길을 사로잡은 소설_작은 땅의 야수들

백백 프로젝트_13기_100_스물여섯 번째 

소설을 이렇게 몰입해서 읽은 적이 언제였는가 싶다. 오늘 읽은 소설은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긴 그 시기를 시작으로 광복 이후 몇 년간의 일을 배경으로 쓰였다. 처음에는 별 흥미 없이 읽었다. 교보문고에서 매월 이북을 지원하는데, 지난 9월에 다운로드한 책이었다. 도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이리도 내가 몰입하게 되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인터넷 서점을 뒤져본다.


이 책은 잊어서는 안 될 우리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린 소설이다. 《더 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영미권 40여 개 주요 매체도 극찬했으며 전 세계 13개 국어로 번역, 출간된 소설이다. 2022년 국내 출간 즉시 전 서점 베스트셀러를 석권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 작가의 기념비적인 데뷔작이다. 호랑이와 인간이 대치하는 강렬한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작은 땅의 야수들』은 혼란스러운 시대에 서로 다른 욕망을 품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운명적으로 얽혀 흥망성쇠 하는 장대한 대서사시다. 1917년 일제강점기 조선, 한겨울의 눈 덮인 깊은 산속에서 극한의 추위 속에 굶주림과 싸우며 짐승을 쫓던 사냥꾼이 호랑이에게 공격받고 있던 일본군 대위를 구한다. 이 사건으로 그들의 삶은 운명처럼 연결되고, 이 만남으로부터 반세기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일본군 대위는 소설 속에 나온 인물, 야마다 겐조이다. 야마다가 훗날 이 사냥꾼의 아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가 사냥꾼에게 건넨 은담배갑을 보고 구해주게 된다. 이 소설 중간에 나오는 역사적 서사들은 역사책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독립 투사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나의 눈과 귀를 주목하게 했다.  


영미권 40여 개 매체에서 극찬을 받고, 13개국에 판권이 팔려 나간 이 작품은 2022년 9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국어판이 출간된 직후에는 영상화 판권이 팔려 OTT 콘텐츠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한국어판은 국내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특히 국내 독자들은 번역 소설이라고는 믿지 못할 만큼 한국의 고유한 정서를 제대로 표현했다고 평하며 다른 언어로는 적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모국어 판본만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호랑이만큼은 정말이지 놓치고 싶지 않아. 일본에는 그처럼 사나운 맹수가 없거든. 영토로 따지면 우리가 훨씬 더 큰 나라인데도 말이야. 이 작은 땅에서 어떻게 그리도 거대한 야수들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신비로울 따름이야.” _본문에서


책 소개에는 저자가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배경도 나온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녀가 어쩜 이렇게 한국인의 정서를 잘 표현했는지 읽는 내내 감탄했던 터였다.

저자 김주혜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면서 한국의 역사를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인식했다. 이러한 가족 내력이 있기에 저자에게 한국의 독립운동과 근대사는 고리타분한 역사가 아니라 현실의 한 부분이었다. 그의 조부 시절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한반도는 왜적을 피로 물리쳤으며, 야수들은 아직 분단되지 않은 남과 북의 영토를 넘나들었다. 저자는 이렇게 가까운 한국의 역사를 전 세계 독자에게 알리고 싶었고, 나아가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리커버 특별판 표지의 콘셉트는 ‘호랑이’다. 사실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호랑이는 특별한 동물이다. 이 소설에서 호랑이는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당시 일본은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기 위한 일환으로 호랑이 사냥을 했다. 호랑이가 우리 국민에게 연민의 대상이자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작은 땅덩이인 한반도에서 오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호랑이 같은 맹수가 인간과 공존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민족의 자연에 대한 경의와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뜻을 기려 참혹했던 시대를 견디고 살아남은 한국인의 기개를 표지에 담았다. 현재 저자는 한국범보전기금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호랑이와 아무르표범을 한반도로 복원하는 일을 돕고 있다.


책 소개에는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 묘사는 너무도 생생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했다. 날씨나 인물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몇 번 나오는 남녀 정사를 다룬 부분은 낯을 발그레 만들 정도였다. 소설가들의 이런 표현을 보면서, 책 쓰기 사부님이 글을 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떠올려 본다. 장면을 그림 그리듯 구체적으로 써라! 두루뭉술하게 퉁치는 단어가 아니라. 이 책의 배경과 저자의 이야기를 알고 나니,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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