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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Oct 14. 2023

뿌리 염색하러 염색방에 가서

백백 프로젝트_13기_서른네 번째 글

6주에 한 번씩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염색방이다. 어떤 때는 한 달에 한 번, 5주에 한 번. 시간이 안 맞거나 하면 6주 지나서 간다. 블로그에 검색해 보니 9월 9일에 갔다. (기록의 힘이 이렇게 크다.) 머리카락이 어쩜 이렇게 빨리 자라는지 새치염색 해야 할 때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늘이 10월 14일이니 5주 정도 만에 가는 거다. 오늘이 지나면 다음 주 또 시간을 내어서 가야 하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서둘러 염색방으로 향했다.


내가 간 시각에 마침 두 명의 손님이 도착해 계셨다. 물론 하고 계신 손님 두 분도 계셨고. 직원이 내가 들어가자마자 하는 말. 

“손님이 한꺼번에 세 명이 같이 오셨네요.”

내가 오고 나서 또 누군가가 들어오셨다. 원래 몰릴 때 몰리는 법이다. 내 차례가 아직 되지 않아 앉아 있으면서 책을 읽었다. 다음 천무 때 선정도서인 리베카 솔닛이 지은 《멀고도 가까운》이란 책이다. 어렵기도 하고, 매장에 켜놓은 텔레비전 때문에 집중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소리 내어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곧 앞 손님이 염색이 끝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가운 입고 대기하고 있던 나는 거울 앞 의자에 앉았다. 안경도 벗어 놓고 전문가의 손길을 느꼈다. 이상하게 누군가 내 머릿결을 만져주면 기분이 좋다. 노곤해지고 스르르 잠도 오고. 특히 염색방은 두피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있어서 좋다. 이 염색방은 지난 9월 9일에 처음 오게 된 염색방이다. 원래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는 다온 염색방에 다녔었다. 이 염색방과 같은 프랜차이즈였는데, 1년 전쯤에 프랜차이즈를 내리고 자체 브랜드로 오픈을 한 곳이다. 9월부터는 기본요금이 인상되어서 9월에 이곳으로 바꿔서 다녀보았다. 일하는 분이 이야기도 잘해 주시고 (그때는 손님이 나밖에 없어서 더 그랬던 듯), 친절하셔서 이곳으로 바꿔서 오기로 결심했다. 한 달 정도 만에 다시 왔는데, 손님이 이렇게 많다. 하긴 많은 시간에 오기는 했다. 내가 보기에 점심시간에 오면 적을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염색하면서 안 사실인데, 멋 내기 염색을 할 때 가격 책정 기준이 좀 특이했다. 어떤 손님이 8월 20일에 염색을 하러 오셨었다. 오늘이 10월 15일이니 원래는 두 달이 안 되는 건데, 8월, 9월, 10월 해서 3개월로 책정된다고 했다. 그래서 8천 원이 추가된다고 한다. 그 손님 같은 경우 오늘 18,000원에 앰플 9,000원 해서 27,000원을 결제했다. 뭐 다른 미용실에서 염색하는 것 보다야 훨씬 싸긴 하다. 근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8월 20일부터 10월 15일이면 2개월이 안 되는 건 확실한데, 3개월로 계산한다는 것 자체가. 나라면 본사에 물어보기는 할 것 같다. 어쨌든 뭐 나의 문제는 아니니까 요 정도로 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전체 염색을 해야 할 경우라면 생각해 봐야 한다. 그 논쟁을 듣다 보니 어느새 내 머리 뿌리 염색이 끝나서 비닐을 씌워주셨다. 비닐은 딴 게 아니라 1회용 위생팩 한쪽을 잘라 고깔 모양처럼 만든 것이다. 이 발상이 처음엔 신선했다. 

“50분에 샴푸 할게요.”

직원은 나에게 말하고 옆에 메모지에 적어두었다. 나중에 내가 잊어버리면 안 되니까. 예전에 다른 염색방에서 염색할 때 원장님도 나도 시간을 까먹고 있다가 염색한 지 1시간쯤 되어서 샴푸 한 적이 있다. 아주 머리가 새까맣게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50분이 될 동안은 시간이 좀 되니까 아까 꺼내 둔 책을 펼친다. 그러나 여전히 문자만 읽게 되고 뭔 말인지 집중이 안된다. 책은 나중에 도서관에 가서 읽기로 하고, 텔레비전을 보기로 했다. 안정환, 추성훈 선수가 나오는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뭐 그런 프로그램인데 정확한 건 모르겠다. 거기서 낚시도 하고, 해물도 잡아서 밥도 해 먹는 프로그램이다. 시간이 흘러 벌써 50분이다. 내 머리를 확인하시더니 샴푸실로 가자고 했다. 내가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시간이다. 편안하게 누워서 내 머리카락을 따뜻한 물로 씻어주는 이 시간이 좋다. 노곤하게 피곤도 풀어지고, 스르르 눈까지 감긴다. 염색약이 묻었을까 봐 로션을 수건에 묻혀 정성스레 닦아주는 손길도 감사하다. 무엇보다 풍성한 거품이 나는 샴푸로 깨끗이 내 머리를 감겨주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샴푸가 끝나면 톡톡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다. 이후에 직원이 영양헤어크림 같은 걸 발라주는 데 이 제품이 좋다. 그리고 남은 물기를 말리기 위해 셀프 드라이를 한다. 드라이기가 좀 특이하다. 풍량을 조절하는 오르락내리락하는 버튼이 있고 위에 누르는 버튼이 있다. 풍량 조절을 하기 위해 올리면 찬바람이 나오는데 위에 버튼을 누르면 강하며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것이다. 대부분 그 반대인데 말이다. 어느 정도 말린 뒤 거울 앞에 있는 에센스와 수분 크림을 발라 머리를 정돈한다. 그러면 드디어 염색 끝! 염색약 냄새가 역겹지 않아 좋다. 그야말로 9천 원의 행복이다. 

가을이라서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한 번 주고는 싶지만, 미뤄야 할 것 같다. 라이팅코치양성과정을 듣느라 많은 돈을 카드할부로 결제하다 보니 버는 돈은 적은 그대로 일정한데, 나가야 할 돈은 크다. 그래서 그동안 가계에 보태오던 생활비도 남편에게 주지 못하고 있다. 최대한 식비도 아끼기 위해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것도 줄여 집에서 해 먹고 있다. 라이팅코치 활동을 해서 수강생이 생기거나 하면 다시 살림에도 보태고, 나를 위해서도 조금씩 투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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