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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Oct 15. 2023

잠언_게으름과 나태함에 대해

토요일이 되면 하는 일 없이 시간을 흘려보낼 때가 많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힘들게 일한 나에게 보상이라도 주려는 듯. 어제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7시부터 9시까지 책 쓰기 정규수업을 듣고, 10시까지 아침을 차려서 밥을 먹은 게 오전에 한 일 전부다. 책을 뒤적거려도 보았지만, 집중도 되지 않았다. 졸려서 잠을 잤다. 일어나니 밥 먹을 시간이다. 남편이 탕수육 쿠폰이 있어 짜장면과 짬뽕을 시켜준단다. 그래서 그걸 먹었다. 


뿌리염색을 금요일 아침 시간 내어 가기로 했지만, 토요일 오후에 하게 되었다. 뿌리 염색을 마치고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니 금세 저녁 시간이 되어버렸다. 저녁에는 글 한 편 쓰고 책을 읽었다. 다른 책 보다 성경책으로 그냥 인증했다. 수면 시간을 제외하면 17~8시간 정도를 사는데, 지나 보면 시간이 금방 흘러가 있다. 특히 토요일은 말이다. 아침에 시간 계획을 제대로 세워놓지 않으면 낭비하기 딱 좋은 날이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초등 2부 예배까지 마친 이후에 여느 주일처럼 순모임에 참석했다. 일주일 간 어떻게 보냈는지를 나누고 기도제목까지 나눴다. 입에 모터라도 달린 마냥 이 시간만 되면 왜 이리 나는 할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할 말을 하다가 기도제목을 이야기하라는 집사님 말씀에 어서 정리해서 말씀드렸다. 돌아가면서 일주일 근황과 기도제목을 나누었다. 속 시원하게 이렇게 나눌 수 있는 순 식구들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엄마들이다 보니 자녀 기도제목도 꼭 들어간다. 이제 말씀을 나누는 시간. 이번 주 말씀은 잠언 말씀이다. 너무나 유명한 말씀이다. 

“게으른 자여, 네가 어느 때까지 누워 있겠느냐. 네가 어느 때에 잠이 깨어 일어나겠느냐.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 더 누워 있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구절이다. 성경에는 비유를 통해 지혜를 주는 말씀이 많다. 이 구절 앞부분은 개미의 예를 들면서 개미가 두령도, 감독자, 통치자도 없지만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니 개미에게서 배우라고 얘기한다. 게으른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구절이다. 토요일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고 오늘 주일을 맞은 나에게도 중요한 교훈으로 다가왔다.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주어지는 것이 시간이라는 자원이다. 어떤 이는 돈으로 이 시간을 산다. 어떤 이는 시간을 팔아 돈을 번다. 어떤 편에 속하는 게 나은 선택일까?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오늘 순장님은 자신이 얼마나 게으른 사람인가 나누어 주었다. 옆에서 듣고 있기에 민망할 정도로 겸손히 말씀하셨다. 나도 다르지 않는데 말이다. 예배의 자리에 나오지 않는 것과 연관시키시니 나는 더 찔렸다. 별내역에서 평내호평역까지 전철을 타야 하는 거리라 핑계 삼아 금요 심야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 주부터는 핑계마저도 댈 수 없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수업이 8시부터 40분 정도 추가되었다. 만약 심야예배를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면, 당연히 이 수업과 지역을 받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곤고하다.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수업을 더 해서 수입을 늘려야 할 형편이다. 수업은 일단 받기로 한 거니까 이제 심야기도회 참석은 그 친구가 그만두지 않는 이상은 어렵게 되었다. 

나는 고작해야 시간을 허투루 쓰는 걸로 예상하고 이 말씀을 적용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 나눴는데, 역시 순장님의 신앙 깊이는 다르다. 그래서 순장 직분을 주신 것 같다. 

나를 게으르고 나태하게 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생각이 나를 게으르고 나태하게 한다고 나누었다. 신앙도 자라야 하는데, 지금 나 정도면 잘하고 있다는 기고만장함이 나를 게으르고 나태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보다 내일이 1퍼센트 나아진 삶을 살기 위해 지금보다 시간을 좀 더 촘촘하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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