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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Nov 11. 2023

딸 자취방 정리해 주러

백일백장 글쓰기_예순두 번째 글

딸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1학기 때는 CCC 사랑방에서 동아리 선배들과 같이 살았다. 2학기부터는 같은 과 친구들 2명과 함께 주택 2층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 가장 큰 방을 딸이 사용하고 있는데 월 30만 원이다. 중간방은 25만 원, 작은 방은 20만 원이다. 친구들 없을 때 처음 방문해 보았다. 제일 작은 방보다 딸 방이 2배 이상 커 보였다. 여름이라 시원해 보이기도 해서 10만 원 더 주고 큰 방에 있는 편이 좋다고 했다. 물론 내가 갔을 때는 남편과 딸이 정한 후였지만, 잘했다고 해줬다.     



그러고 얼마 전에 딸이 발목을 다쳐서 한 번 더 방문했는데, 방이 거의 가관이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어지럽혀져 있었다. 나도 치우는 성격이 되지 못하지만, 누가 볼까 봐 무서울 정도다. 남편이 지난주엔가 말했었다. 11월 11일에 딸 자취방 가서 방도 좀 치워주고 창문에 뽁뽁이도 붙이고, 커튼 달아야 하니 가족 출동하자고. 그래서 오늘 남편과 나, 아들 우리 식구는 딸 방으로 출동했다. 뽁뽁이 주문한 것과 커튼 다는 데에 필요한 각종 도구 등을 챙겨 가지고 말이다.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도 챙겨 왔다. 쓰레기를 그대로 챙겨 올 건가 보다. 딸이 그나마 지난번보다는 방을 정리해 놓은 상태다. 그래도 여전히 옷과 양말이 널브러져 있고, 연예인 사진과 각종 만드는 것들이 온 바닥과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일단 방한기능을 하는 뽁뽁이를 창문에 붙이는 작업을 먼저 했다. 그동안 아들과 나는 바닥에 있는 쓰레기와 머리카락을 치웠다. 발목 통깁스를 한 딸은 움직이는 데에 불편하기 때문에 최대한 적게 움직이도록 배려했다. 뽁뽁이 무늬가 별과 눈결정 무늬라 더욱 예뻤다. 딸 방이 훨씬 더 사랑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창이 두 벽면에 있는데, 한쪽 벽의 창은 넓기까지 해서 공정이 좀 더 어려웠다. 바깥쪽에 붙이기도 했다. 남편이 언제 이런 걸 배웠는지 아주 잘한다. 남편이 없으면 어찌 살까 싶을 정도다.     



뽁뽁이 작업을 하고 나서는 이제 커튼 작업이다. 넓은 창이 있는 쪽에 커튼을 달려고 커튼을 갖고는 왔는데, 막상 달아보니 봉이 짧았다. 봉을 달기 위해 먼저 창 틀 위쪽 부분에 봉을 끼우는 고리를 고정시켜야 한다. 그 작업이야 남편이 책상과 의자를 이용해서 잘 달았다. 문제는 커튼과 봉이 함께 있는 걸 동시에 그 고리에 끼워야 한다. 우리 4명이 모두 달라붙어서 고리에 끼웠다. 끝을 맞추면 중간이 빠지고 중간에 빈틈없이 봉을 끼우면 고리 끝이 모자란다. 하는 수 없이 끝에 모자란 상태로 일을 마무리지었다. 지금 어찌할 수는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방을 깨끗이 정리할 동안 먹을 음식을 주문했다. 자취방 근처에 있는 굽네치킨에서 고추 바사삭을 주문했다. 아들이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해서, 딸이 로제떡볶이 보통맛과 마요네즈 김볶음밥도 같이 주문했다. 물론 결제는 남편이 했다. 치킨이 완성되려면 35분쯤 걸린다고 하니 5분 전쯤에 나가면 된다. 청소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서 아들과 함께 밖에 나갔다. 굽네치킨의 정확한 위치를 못 찾다가 다른 길로 내려갈 뻔했다. 뒤돌아보니 영어 굽네치킨 중 ‘Goobnae’ 빨간 글씨가 보여서 그리로 걸어갔다. 찬바람이 옷깃을 저절로 여미게 했다. 조금 일찍 나와서 아직 치킨 완성 때까지는 6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식당에 앉아서 기다렸다. 잠시 후 주문번호 123번, 우리가 주문한 고추 바사삭 치킨이 완성되었다. 어서 들고 딸아이 자취방으로 향했다. 치킨 냄새가 온몸을 파고든다. 마침 우리가 오기 전에 떡볶이도 배송이 되었나 보다. 식탁 위에 검은색 포장 플라스틱 용기가 보였다. 어서 뜯었다. 종이를 여민 스카치테이프가 뜯어지지 않자 그냥 마구 치킨 위뚜껑을 찢다시피 뜯었다. 인증사진까지 찍고 치킨무 식초물도 버리고 드디어 입으로 치킨다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굽네치킨만의 독특한 맛이 있다. 튀긴 다른 집과는 달리 깔끔하다. 고추바사삭이라 약간 매콤한 맛이 치킨무를 부른다. 콜라는 캔 하나밖에 없어 딸과 아들을 위해 양보했다. 오늘은 로제 떡볶이가 예술이었다. 함께 주문한 마요네즈 김볶음밥도 맛있었다. 나는 마요네즈와 단무지 잘게 쓴 김볶음밥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지 오늘 처음 알았다. 마요네즈 참치덮밥이 맛있는 건 안다. 그런데 이렇다 할 재료가 없이도 이렇게 맛있다니 놀랍다. 입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쫄깃 담백한 치킨과 떡볶이, 로제소스에 비빈 마요네즈 김볶음밥의 3박자가 입 안에서 춤을 추었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까지 해 주었다. 딸 자취방에 왔는데 싱크대 주변은 조금 깨끗하게 해 주고 와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이다. 이제 엄마 노릇 좀 하는 것 같다. 딸이 동생이 왔다고 빼빼로 하나 건네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누나 방 치우러 왔으니, 자! 일당이야”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지만, 역시 내 딸이다 싶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몸이 불편한 친구 가방도 들어주는 배려심 있는 아이였다. 그 딸이 이제는 다 자라 대학생이 되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열심히 공부도 하는 장한 딸이다. 발목을 다쳐 아르바이트는 쉬고 있지만 매니저에게 메이크업 쿠션 선물도 받는 멋진 딸이다. 매니저가 어서 딸에게 오란다. 발목 빨리 나아서. 딸이 건강한 모습으로 매니저에게 사랑받기를. 또 이 세상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뿐만 아니라 좋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사랑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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