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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Nov 10. 2023

6학년 남자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건

백일백장 글쓰기_13기_예순 번째 글

    

학원에는 6학년 남자아이들이 다섯 명 있다. 이 중에서 제대로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잘하는 친구는 두 명이다. 그 두 명 중 한 명은 성실하기까지 하다. 한 명은 시간을 재촉하지 않으면 너무 느리게 푼다. 느린 학습자도 아닌데 말이다. 문제는 나머지 세 명이다. 세 명을 붙여 놓으면 아주 난리다. 10월에 아무것도 모르고, 같은 시간대에 가르쳐 봤다. 그야말로 온 센터가 시끌벅적하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이들을 누가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초등학교 6학년이면 한창 사춘기로 아이들에게 변화가 일어날 시기이다. 예전보다 사춘기 오는 시기가 빨라져서 여자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이면 슬슬 시작되고, 남자아이들도 5학년 무렵이면 시작된다. 해도 해도 너무 말을 듣지 않는 이유가 바로 사춘기 때문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마음까지 수긍하기 어렵다. 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훈육할 수 있을까?

내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도 저랬을까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중학교 올라가서 조금씩 심해졌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반항을 했다.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신체적인 변화도 두드러지고. 특히 목소리의 변화가 먼저 왔다. 그에 비해 센터 아이들은 변성기가 온 친구들은 적은 듯하다. 세밀하게 관찰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수요일과 금요일에 6학년 아이들이 전부 오게 된다. 되도록 시간을 겹치지 않도록 영어 선생님과 조율은 했다. 그래도 조금씩은 겹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아와 초등 저학년을 주로 가르치는 옆 반 멘토 선생님이 부러울 때도 있다. 적어도 사춘기 아이들과 티격태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아이들 때문에 힘든데 말이다. 유아나 저학년 나름대로 어려운 점은 있을 것이다. 유아는 눈높이를 맞춰서 잘 가르쳐야 한다는 점, 초등 저학년은 학부모와의 소통이나 학습 습관이 잘 잡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을 주로 담당하는 나는 아이들이 센터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그 습관이 저학년 때 잘 잡힌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는 옆에서 끼고 가르쳐야 한다. 제각각이라 힘들다. 아이들에게 딱 맞춤 학습을 제공해야만 하는 학습지 회사이기에 그게 타 학원에 비해 어려운 것 같다.     

이번에 문해력 진단검사를 예로 들어보면 결과에 따라 초급, 중급, 고급으로 들을 수 있게 된다. 내 회원 중에서 3명 이상 꼭 실시해서 아이들에게 문해력 향상을 돕도록 지도해야 한다. AI수학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1일 차부터 5일 차부터 진행한 후 맞춤 학습을 제공한다. 그것까지 잘하는 친구들이 AI 수학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는 회원이라 할 수 있다. 오늘 5명 6학년 회원 중 한 명인 재형이가 한 AI 수학을 봤더니 대체로 잘했지만, 맞춤학습은 하지 않았다. 다음 주에 오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겠다.

정환이는 9월부터 나와 함께 하게 된 친구이다. 9월엔 차분하게 잘하던 친구였는데 태원이가 들어오고부터 상당히 수업 태도가 나빠졌었다. 그러다 지난주부터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머니한테 단단히 혼이 났었다고 한다. 시간을 달리 해서 집중력도 좀 더 높여서 다행이다. 태권도도 잘하는 친구다. 어머니 카카오톡 프로필에서 알게 되었다. 장난치는 것만 절제하면 머리도 상당히 좋고 중학교 가서 두각을 드러낼 친구이다.

태원이는 오늘 기다려도 함흥차사이다.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분명히 영어 교실에 있는 건 확인했는데……. 6시 30분, 드디어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왔다. 김혜원 대표님과 7시에 저녁 약속을 했지만, 늦을 것 같다 미리 말씀드렸다. 태원이는 아무리 못해도 수학을 40분은 가르쳐야 되기 때문이다. 소수의 나눗셈을 하는데, 도대체 앞에 개념학습을 제대로 했나 싶을 정도로 서술형 수학을 어려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구 O학습에서 연산만 주로 해서 서술형에 많이 약한 친구다. 그래서 서술형을 제대로 가르쳐 보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지국장님이 일반 수학을 제대로 가르쳐 보는 게 좋다고 말씀하셔서 방향을 틀었다. 가르치기도 훨씬 수월했다. 대신 한 호수에 한 문제 나오는 서술형이라도 제대로 가르치자 싶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이 세 명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좀 잘했으면 하는 회원들이다.

민재도 시월부터 나와 함께 하게 된 친구인데, 성실하게 잘하고 있어서 감사하다. 목소리도 나긋나긋하고, 시키는 것도 잘하고. 아주 마음에 든다. 다들 민재만 같으면 소원이 없겠다.

승헌이는 초단기 한국사와 올백 과목을 하고 있다. 오늘은 구글타이머를 앞에 두고 30분 주었는데, 시간 맞춰 잘 끝냈다. 역시 시각적으로 시간이 가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승헌이를 지도할 때에는 이 방법을 써야겠다.     

초등학교 6학년 다섯 명을 가르치고 집으로 가는 걸음이 가볍다. 가르칠 당시에는 힘들고, 짜증도 나고 고래고래 고함칠 때도 있지만, 막상 아이들을 생각하면 짠하다. 학교에서도 힘들게 공부하고 왔는데, 학원에서조차 선생님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니 얼마나 싫을까. 나라도 아이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며, 조금이라도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사춘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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