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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Nov 25. 2023

가족 외식, 애슐리 퀸즈 다산점

백일백장 글쓰기_13기_일흔여섯 번째 

     

딸이 대뜸 초밥을 먹고 싶단다. 어제 말하고 잤나 보다. 아침은 만둣국에 칼국수 면을 조금 추가해서 남편과 나, 아들이 먹었다. 아들은 흰 밥에 카레를 넣어 먹었다. 책 쓰기 수업 후에 만들어 먹어서 더 꿀맛 같은 아침이었다.     



토요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의 책 쓰기 정규수업은 초반에는 멍한 상태에서 시작하지만, 듣게 되면서 잠이 확 달아나는 시간이다.


“토요일인데 왜 일찍 일어났어?”


라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에게 어떤 수업을 듣는지 이러쿵저러쿵 말하면 수업에 집중할 수 없기에 간단하게 말하곤 했다. 토요일 나를 부지런하게 만드는 마법의 수업, 앞으로도 별 일이 있지 않는 이상 계속 듣게 될 것 같다.     



딸은 오전 내내 계속 잤다. 오후 3시에나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다음 주 목요일 교육공학 수업 때 수업시연 테스트가 있다고 한다. 역시 과목은 역사이다. 3 · 1절과 독립선언문에 대해서 수업을 직접 기획하고 대본까지 쓴 것을 어제 보여줬다. 뽑기를 잘못해서 두 번째도 테스트를 본다고 했지만, 나는 우리 딸이 어느 누구보다 잘할 것 같다. 딸 덕분에 우리 가족은 오늘 외식을 하게 되었다. 어디를 갈까 또 고민을 하고 검색을 해 보다가 다산에 있는 애슐리 퀸즈에 가기로 했다. 사실 별내에 쿠우쿠우가 있었다면 그곳에 갔을 가능성이 많지만, 없어지고 조금 더 고급스럽게 바뀌었다. 그만큼 더 비싸졌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거리는 좀 있지만, 다산 신도시에 위치한 애슐리 퀸즈로 향했다. 날씨가 매서워서 네 식구는 옷을 단단히 입고 나섰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감사하게도 웨이팅이 없었다. 천만다행이다. 저녁 시간에 우리가 다 먹고 나갈 때쯤에는 밖에서 기다리는 팀들이 너무 많았다. 다음에 또 오게 되더라도 4시에서 5시 사이에 꼭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슐리를 얼마 만에 오게 됐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몇 년 전 사모순모임 때 은평구에 있는 애슐리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애슐리 퀸즈 다산점은 크기도 크고, 준비된 음식들도 다채로웠다. 스시바부터 피자, 파스타, 한식, 중식, 튀김류에 수프도 네 종류가 있었다. 콘 수프, 글램 차우더, 머시룸 수프, 단호박 수프 등. 머시룸 수프와 단호박죽을 먹어보지를 못했다. 아, 국 종류가 있는 데에 가니 육개장, 미역국, 홍합탕과 함께 전복내장죽도 있었다. 본죽에서 파는 것만큼 진득한 맛은 덜하지만, 그래도 살도 씹히고 괜찮았다. 첫 접시는 일단 초밥이다. 약속이나 한 듯이 딸, 아들과 나는 거기에 같이 갔다. 사실 나도 어제 초밥이 먹고 싶었다. 초밥은 쿠우쿠우만큼 많지는 않았다. 쿠우쿠우는 원래 콘셉트 자체가 초밥이 많은 뷔페이기 때문이다. 있을만한 초밥은 다 있기 때문에 나름 만족한다. 우삼겹 롤, 한치회 초밥, 멍게살 군함을 비롯해 기본적인 초밥 몇 종류 담아와서 일단 사진부터 찍었다. 남편이 수고해 준 덕분에 식탁에 수저세트는 예쁘게 세팅되어 있었다. 뒤에 누가 쫓아오는 마냥 전투적으로 먹었다.


두 번째 접시는 튀김류, 파스타, 피자, 중식을 담아왔다. 콘 수프도 함께 담아와서 앞서 먹은 초밥으로 시원해진 속을 뜨끈하게 데우고 싶었다. 튀김류는 원래 이런 데 오면 잘 안 먹는데, 오늘은 김말이, 허니버터 포테이토칩, 길쭉하게 썬 감자튀김 등 튀김도 들고 왔다. 파스타도 종류별로 한 젓가락 양만큼 들고 왔다. 어찌 다 먹을까 싶었지만, 두 번째 접시까지 싹싹 비웠다.


세 번째 접시는 다시 초밥이다. 따뜻한 걸 먹으니 또 초밥이 당기는 거다. 네 번째 접시는 이제 가보지 않은 한식 코너로 갔다. 통영식 멍게 비빔밥을 챙겨 왔다. 거기에 홍합탕까지. 이렇게 먹다가 오늘 애슐리에 있는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겠다 생각되었다. 그런데 점점 배가 불러온다. 쉬지도 않고 먹는 나에게 남편이 걱정되는지 한 타임 쉬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잠시 쉬었다. 뷔페를 가도 세 접시까지만 먹는데 오늘은 총 다섯째 접시까지 클리어. 물론 양을 많이 담아 오지는 않았다. 마지막은 거의 죽이나 수프 종류로만 먹었다. 속을 잘 정리하기 위해서. 이제 다 먹었다. 완벽한 점심 겸 저녁 식사다.     



8시 김희진 작가님 초대특강이 있기 전까지 푹 잤다. 아, 먹은 것들이 죄다 살로 갈 것이다. 운동량은 적고 먹는 양만 늘었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좋은 식당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살은 뭐 또 빼면 되는 거니까. 오늘 나는 먹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 늘 이렇게 먹을 때만큼 진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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