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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Nov 24. 2023

한국사를 가르치며 드는 생각

백일백장 글쓰기_13기_일흔다섯 번째 글


센터의 말 안 듣는 박재형 때문에 미치겠다. 오늘 얘 때문에 근무 중에 밥도 먹고 오고, 퇴근도 2시간이나 늦었다. 도대체 얘 엄마는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켰을까? 엄마를 앞에 앉혀놓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다. 선생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대하는 태도 하며,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불성실함 하며.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오늘은 얼마나 기가 찬 지 센터에서 자기 혼자 저녁을 시켜 먹어도 되는지 다 물어본다.  


   

안 그래도 오늘 수수료가 너무 적게 나와서 카드값을 어떻게 납부할지 고민이 되는데, 센터 아이들까지 말을 안 들으니 죽을 맛이다. 미니금고에 그나마 돈이 조금 있어서 보탤 수 있어 카드값을 결제할 수 있다. 넣어놨다가 다른 곳에 결제될까 봐 선결제했다. 이러다 화병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한국사를 어쩜 이리도 모르지? B단계를 다해 가지만, 얘는 A단계 1호부터 다시 나가야 할 듯하다. 도대체 개념이 잡혀 있지가 않다. 이러고 중학교에 입학해서 어쩌자고 하는 걸까? 한국사 점수 잘 받게 하기 위해 복습할 때에는 제대로 잘 가르쳐야겠다.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한국사를 가르치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내 딸과 아들은 한국사에 관심도 많고 잘하는 거였다. 어제도 지인이 수업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 3 · 1 절을 3점 1절이라고 읽는 것이다. 애들이 수학을 잘하는 건지, 한국사를 전혀 모르는 건지 모르겠다. 비단 3 · 1 절뿐만 아니라 6 · 25 전쟁도 마찬가지다. 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마저도 없었다면, 아이들은 한국사를 공부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을 거니까 말이다. 웅진씽크빅 스마트한국사와 초단기한국사 과목은 정말 잘 만들어진 교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교재 채점할 때에도 내가 풀어보면서 채점할 정도로 공부하고 있다. 아이들이 물어볼 때 잘 설명도 해 주면 좋으니까. 물론 내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교재에 첨부되어 있는 큐알코드를 찍거나, 스마트기기 한국사로 들어가면 개념 설명이 잘 되어 있다. 웬만하면 글을 읽고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지만, 이해가 안 되면 꼭 개념영상을 보고 정리해 보라고 하는 편이다. 과거를 잘 알면 현재를 살아갈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현재를 잘 살면,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도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통찰력을 얻기 위함이 아닌가 한다. 우리 자녀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 역사관을 가지도록 하는 게 교사인 나의 책임이기도 하다.     



화가 나서 시작한 글이긴 하지만, 재형이도 얼마나 답답할까? 자기가 이렇게 한국사를 공부해도 해도 모르는 게 말이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장난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주의를 주는 것이다. 결코 모르는 것 갖고 나는 뭐라 하지 않는다. 학생이 모르는 게 있는 건 당연한 거니까. 다음 주에는 우리 재형이에게 조금 더 다정한 교사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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