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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Nov 23. 2023

한 번 먹기에 충분한 식당

백일백장 글쓰기_13기_일흔네 번째 글

     

출근일이다. 그런데 잠을 9시 넘어서까지 잤다. 비가 와서 그런지 몸이 천근만근이다. 일어날 수가 없어 그냥 자버렸다. 감사하게도 아들 아침은 남편이 챙겨줬다. 출근 준비를 하고 지국으로 왔다. 그런데 불이 다 꺼져있다. 물론 문도 잠겨있다. 그제야 지국 톡을 확인했다. 오늘 킨텍스 행사로 출근 쿡은 개인적으로 하라고 했다. 오늘 교육도 러브씽크빅 들어가서 듣고 이수한 거 사진 인증해서 보내라고 했다. 출근한 게 억울하긴 하지만, 온 김에 출근 쿡도 정시에 할 수 있었고, 교육도 빨리 들을 수 있었다. 오늘 교육은 지난번에 있었던 또또사랑경연대회 최우수, 우수상 방문 및 집합형 선생님들의 발표 영상을 보는 시간이었다. 역시 상을 타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계셨다. 나도 나름 동영상을 열심히 찍었는데 아쉽긴 했다.     

아침을 먹지 않고 나와서인지 배가 고프다. 남편에게 전화를 두 번이나 했는데 통화 중이다. 세 번째 전화했더니 받았다. 집으로 오라고 한다. 밖에 나가서 먹나 하고 좋아했는데, 집에 오라 해서 실망했다.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꺼냈다. 그런데 남편이 얘기를 한다.

“나가서 먹읍시다.”

가는 동안 뭘 먹을지 계속 이 집 저 집 고르다가 남편과 함께 한정식 뷔페집 ‘두부마을’에 갔다. 지난 월요일, 센터 선생님들과 함께 가려고 했는데, 정기휴무일이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갔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지만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자리해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좋은 자리를 안내해 주셔서 그 자리에 앉아 먹기로 했다. 4인석인데 우리 부부만 앉아 조금 미안하긴 했다. 그래도 아직 자리는 많으니, 별 의식 없이 먹었다.

리뷰 먼저 보고 온 터라 어떤 음식들이 있을지 예상은 했었다. 코다리와 뜨끈한 두부, 두부조림, 순두부가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두부마을이라 두부가 맛있을 것 같아서 두부는 다 챙겨서 왔다. 두부는 양념장이 맛있어야 한다. 파를 송송 썰어 새빨갛게 만든 양념장도 두부에 얹어 갖고 왔다. 녹두죽이 먹음직스럽게 생겨서 한 그릇 담아 왔다. 수육도 한편에 마련되어 있었다. 새우젓도 올리고, 함께 먹을 쌈과 청양고추, 쌈장도 잊지 않고 챙겨 자리로 왔다. 배가 너무 고파서 거의 흡입하다시피 먹었다. 근데 한 접시 먹고 나서 두 접시 째 가져다 먹었는데, 남편이 얘기한다.

“한 번은 오겠는데, 두 번은 오고 싶지 않은 식당이다.”

나도 딱 그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다. 처음이라 어떤지 올 수는 있지만, 두 번 찾아오기는 애매한 식당이다.     

나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어떤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 오늘 한정식 뷔페를 다녀오며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도 한 번만 읽어도 되는 책들이 있다. 그런데 어떤 책은 한 번 읽기에는 아까운 책들이 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 책들이 그런 책들이 아닐까 한다. 베스트셀러도 좋지만, 스테디셀러가 되고 싶다. 여러 세대를 거쳐 사랑받는 고전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초보작가가 처음부터 그런 책을 쓸 수는 없다. 여러 다작 활동을 통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고, 좋은 책을 출간할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베스트셀러가 되겠다고, 스테디셀러가 되겠다고 해서 그런 책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독자에게 어떤 것을 주고 싶은지 늘 고민하는 작가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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