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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Nov 29. 2023

눈도 오고 바람도 강하게 분 날

백일백장 글쓰기_13기_여든 번째 글


책 쓰기 수업이 있는 수요일이다. 며칠 전부터 신한카드 해외결제 48달러가 되지 않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처음 받았을 때에는 스팸인가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노션 1년 유료 결제이다. 그러다 어제 잠이 들었고, 아마도 오늘 새벽에 꿈을 꾼 것이리라. 이상한 꿈이다. 내가 미국인가를 여행하고 있었고, 어느 건물에 들어가 보니 한국 사람이 있었다. 48달러 자신이 일단 먼저 결제해 준다고 했다. 고맙다고 하며 다음 달 월급 받으면 바로 갚는다고 했다. 그런데 좀 있다가 그 여자가 오더니 자기가 이자를 옴팡 뒤집어쓰게 됐다고 한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내야 맞다는 것이다. 



일어나서 구글 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11월 둘째 주에 세 번이나 메일이 왔다. 한 번은 48달러 결제가 안 됐다는 메일이고, 두 번은 유료 결제를 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한 메일처럼 보인다. (사실, 영어라서 다 해석해 보지는 않았다. 파파고로라도 돌려봤어야 하나?) 일어나니 6시 30분이다. 그때 일어나도 사실 이미 정신은 다 깨어있는 상태라 상관없었다. 두 번째 메일을 열고, 카드 결제로 48달러 결제를 했다. 이미 노션에 많은 내용을 저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내 보물 창고이기 때문이다. 무료로 저장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컴퓨터에 다 저장하지 못하는 것은 노션에 저장하고 있다. 어쨌든 또 1년 결제했으니 1년간 잘 사용해야겠다.



다시 자지 말았어야 하는데, 잠이 들었다. 8시! 남편이 깨웠다. 아들 시험 둘째 날인데, 엄마가 늦게 일어나다니. 어서 아침을 챙겨주었다. 어제 장 보면서 사 왔던 비빔밥 재료를 데운 밥에 넣었다. 그리고 계란 프라이 2개 구워서 넣고 스윽슥 비볐다. 물론 양념장으로 고추장과 참기름도 빠뜨리지 않고. 기가 막힌 향이 났다. 아들도 이게 무슨 냄새냐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그래도 시험 걱정 때문인지 많이 먹지는 않았다. 어제 수학 시험을 망친 까닭인지 풀이 죽은 모습이다. 어제 시험은 잊고 오늘 시험 잘 치라고 어제저녁에는 편지를 남겼었다. 과학과 중국어를 보는 날이다. 아들이 시험 볼 때 나는 책 쓰기 수업을 한다. 마실 물을 챙겨주고, 다시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남편이 의자를 뒤로 젖혀 눈을 붙이고 있었다. 그래서 거실에 나와 성경을 먼저 읽기로 했다. 매일 30분 동안 성경을 소리 내어 읽는다. 이번 90일 성경은 내가 직접 읽어보기로 한다. 아마 90일은 넘게 걸릴 것 같다. 지난번에는 30분 동안 다른 사람이 유튜브에 성경 읽기 하는 것을 1. 25배속으로 한 것을 켜 놓고 눈으로 읽었다. 속독으로는 그 편이 낫겠지만, 이번에는 낭독의 효과를 경험해 보기로 했다.


방으로 들어왔다. 성경을 너무 열심히 읽었나 아니면 비빔밥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인지 아니면 푹신한 침대에 앉아서인지 눕고 싶었다. 10시 수업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남편에게 부탁했다. 이따 45분쯤 깨워달라고 했다. 얼마나 잤을까? 남편이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50분이에요. 일어나요. 난 나가요.”

비몽사몽으로 어서 오픈채팅방에 띄워 주신 줌 주소로 들어갔다. 폰으로 말이다. 벌떡 일어나서 컴퓨터에 앉아 들어야 되는데……. 4주 차이기도 하고, 지난주 토요일 들었다는 안일함에 게을러진 내 모습을 반성해 본다.     


책 쓰기 수업 후에 어느 때보다도 빨리 수업 후기를 적고, 거실로 갔다. 점심을 잘 챙겨 먹고 출근해야 되기 때문이다. 점심 먹고 있는데 김수영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인계해 주기로 했던 예비중 한 명이 축구중학교를 가게 되어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몰라 우선 본인이 데리고 있겠다 한다. 나머지 한 명 진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셨다. 자세한 사항은 출근하고 나서 얘기해 준다고 했다. 물론 교재도 센터에 오면 주신다 했다. 

점심으로 맛있는 수육을 해 먹었다. 어제 장 봐온 깻잎과 묵은 지에 목살로 대충 삶아 낸 수육을 올려 참기름 양념한 새우젓을 화룡점정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어찌나 맛있던지 고기만 있으면 아마 계속해 먹었을 것 같다. 아쉽지만 끝. 수육 삶은 된장 육수를 조금씩 떠먹는데 너무 맛있다. 구수한 집 된장 맛이 예술이다. 

     

수업할 시간이 다 되어, 이제 나갈 채비를 하고 밖에 나왔다. 하늘이 예사롭지 않았다. 센터까지 갈 때에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아이들이 올 시간쯤 되었나? 어떤 친구가 얘기했다.

“선생님, 밖에 눈 엄청 와요. 함박눈은 아니지만, 작은 눈들이 막 쏟아져요.”

창문을 열어보니 진짜 눈이 엄청 내리는 것이다. 하루 종일 올 것 같았다. 그런데 센터 수업을 마치고, 방문 수업 갈 때는 오지 않고, 날씨만 차다. 바람도 쌀쌀하게 불었다. 이제 장갑을 끼지 않으면 밤에는 손이 얼 정도이다. 방문 수업 가기 전에 남편에게 패딩을 들고 오라 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이어폰을 첫 번째 방문 수업집에 두고 온 것만 빼면 완벽했는데. 그 집 갈 때 어찌나 춥던지, 시베리아를 연상케 했다. 따뜻하면서 가벼운 옷과 모자가 그리운 계절이다.     


이 추운 계절, 나는 따뜻하게 지낼 집이 있고, 나를 언제나 맞이해 줄 가족이 있어서 감사하다. 이 겨울 홀로 지내는 분들,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아 힘겹게 살아가는 분들도 많다.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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