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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Nov 28. 2023

아들 중학교 3학년 시험 부감독

백일백장 글쓰기_13기_일흔아홉 번째 글

 

아들은 중학교 3학년이다. 원래 3학년 시험 부감독은 1, 2학년 어머니들이 맡는다. 그런데 이번에 인원이 부족해서 3학년 어머니들의 지원도 받는다 했다. 가능한 날이 화요일이라 나도 11월 28일 시험 첫날에 참석한다고 명예교사 대표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냈었다. 며칠 전에 최종 안내 문자가 왔다.

“2023학년도 OO 중 2학기 2차 3학년 지필평가 학부모 명예교사 감독 안내 - 1일 차

안녕하세요. 명예교사 감독 오시는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 감독 일자 : 2023년 11월 28일 (화) 9시 20분 교육 시작입니다.

* 장소 : 2층 도서실

* 주의 사항 : 운동화 착용 부탁드립니다. 향수나 핸드크림 향으로 비염이나 알레르기 있는 학생들이 힘들어 할 수 있으니 사용자제 부탁드립니다. 오실 때 되도록 개인 텀블러 지참 부탁드립니다.” 


    

늦을세라 아침에 9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10시에 입실해서 2교시부터 감독하면 되지만, 늘 교장 선생님 또는 교감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안내지도 확인한다. 내가 가서 부감독 해야 할 반의 위치도 알아야 하고. 역시 오늘도 임원 어머니들 말고는 내가 일찍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들이 왔다. 명예교사 담당 대표 어머니는 내가 1학년 대표 어머니일 때 1학년 8반 부대표 어머니로 수고해 주신 어머니였다. 인사를 했더니, 그랬었냐며 머리를 긁적이셨다. 아들이 공부를 잘하는지 무슨 고등학교 갈지 고민이란다. 국제고를 보낼까……. 앞에 있는 어머니도 그냥 별내고를 보낼지, 아니면 동화고를 보낼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뀐다며 얘기했다.

“아이들이 참 공부를 잘하나 봐요. 우리 아들은 아마도 근처 별내고 아니면 별가람고를 갈 것 같아요.”

픽 웃으며 말했지만, 참 씁쓸하다. 딸은 기숙사 있는 고등학교, 기숙사까지 입사해서 참 편하게 고등학교 3년간 엄마로서는 편했는데 말이다.     



1차 지필평가와는 달리 여덟 과목을 보기 때문에 4일간 시험이 시행된다. 아들은 첫날이 가장 부담스러운가 보다. 첫 교시부터 수학이라니. 하필 내가 명예교사로 봉사하는 그날. 지난번 시험 때도 수학 지필평가 부감독관이었는데, 긴장감이 말로 다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물론 아이들에겐 시간이 빨리 흘렀겠지만, 감독하는 나는 1교시가 왜 이리 늦게 가는지 모르겠다. 교탁에 서서 감독하시는 정감독 선생님의 눈은 아주 재빠르게 아이들 전체를 보시는 듯했다. 나는 발자국 소리 날까 봐 돌아다니거나 하지 않고, 뒤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수학 시험인데 시험지 나눠준 지 10분도 안되어 엎드려 자는 남자 친구 포착!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저 친구는 풀기는 한 걸까? 한 번호로 다 찍고 저렇게 자는 걸까?’

수학을 너무 일찍 포기한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었다. 동일한 시간, 아들도 자기 반에서 이들과 같은 시험지로 수학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 역시 안절부절못하지 못했다.

‘모르는 문제가 나와 또 예전처럼 그 문제 푸느라 10분 넘게 붙잡고 있지는 않겠지?’

사실, 이럴까 봐 시험 보기 전에 잠깐 만나서 절대 이번에는 그리 하지 말고 모르면 그냥 넘어가라고 했다. 어머니들 말을 들어보니, 이번에는 어려운 문제는 6문제 정도 낸다고 했다 신다. 난이도별로 점수가 다르겠지만, 아마도 킬링 문제라 5점짜리일 것이다. 그럼 적어도 30점이다. 아들이 이 문제들을 다 틀리면 잘 받아도 70점이다. 아, 큰일이다. 어려운 문제에 눈길이 머문다. 그 문제들을 나도 머릿속에 체크해 두었다.     



시험 종료 10분 전, 정감독 선생님이 나에게 눈짓을 했다. 내가 교탁 앞으로 갈 시간이다. 선생님은 아이들 OMR답안에 확인란에 인감을 찍어야 되기 때문이다. 이 시간만 되면 늘 그랬지만, 학교 교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밝은 선생님의 과목은 나중 국어 시험 때 알았지만, 국어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좋은 선생님과 밝게 수업을 했다는 생각에 감사하다. 다음 시간이 국어 2차 지필 평가 시간이라는 것이 또 오묘하게 맞아 들어가지만. 인감을 다 찍고 이제 다시 뒤로 가서 앉아 있었다. 시간은 흘러 벌써 시험 종료가 임박했다. 2분 전인데 답을 고치는 친구도 있었다. 동시에 손을 들어, 선생님도 한 학생한테 가고, 나도 급히 가서 수정테이프를 주었다. 30초, 20초, 10초…… 1초 마침내 타종소리.

“자, 펜 놓으세요. 타종 후 마킹하는 건 부정행위입니다. 맨 뒤에 친구들이 답안지 거둬옵니다.”

교실에 들어오며 왈가닥 모습을 보이셨던 선생님은 시험 감독하시는 내내 근엄한 자세와 목소리를 유지하셨다.

답안지 검수 시간 원래는 같이 있어야 하는데, 선생님이 인사하셔서 그냥 나도 인사하고 나왔다. 어서 아들 반으로 향했다. 아들이 시험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했다. 문이 열렸다. 아들 인상이 좋지 않다.

“엄마, 수학 시험 망쳤어요. 10문제 찍었어요.”

아직 남은 시험들이 많기에 거기에 집중하라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중학교 마지막 수학 시험인데, 좀 더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자기도 남을 테니까.   


  

두 번째 감독 시간이다. 종이 울리자마자 이번에는 3학년 1반 교실로 향했다. 아이들이 아직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이라 소란스러웠다. 문을 스르르 열고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인사했다. 시험 잘 보라고. 조금 뒤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혹시, OO 어머니 아니세요?”

“맞는데요, 어? 혹시 담임선생님?”

맞다. 아들의 담임 선생님이시다. 사실 선생님과 톡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한 번도 뵌 적은 없었다.

“어머님이 명단에 없는 줄 알았는데, 제가 다른 요일을 확인했나 보네요.”

어찌나 반갑던지. 선생님이 영어 담당이라는 것도 아이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알았다. 물론 학년 초에 아들도 얘기를 했었을 것이다. 국어 시간은 수학 시간보다는 아이들이 조금은 덜 긴장하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 한 친구가 질문이 있다고 해서 2층에 있는 교무실에 가서 말씀을 드리고 3층으로 다시 올라왔다. 그러는 동안에 시간이 또 지났다. 선생님이 올라오셨다. 아까 1교시 수학 시험 때 정감독 선생님이시다. 질문한 아이가 선생님과 얘기하더니, “B?” 이러시며 손가락으로 ok 표시를 하고 나가셨다. 또 잠시 후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제야 국어 문제가 국어 B시간에 배운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도 되고 싶었던 중학교 국어 선생님을 두 명이나 시험 부감독관이 되어 뵙다니…….

시험 종료 15분 전쯤 인가? 한 학생이 화장실에 가겠다고 손을 들어 동행을 했다. 화장실에는 이미 한 친구가 있는지 명예교사 한 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한참 후 다른 학생이 나와서 교실로 들어가고, 나는 화장실 문만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언제나 나올까? 다행히 시험 종료 5분 전 안내 방송이 교실에 들어온 후에 나왔다. 마지막에 어떤 친구가 손을 들었는데, 종이 울렸다. 고치지 않은 답이 맞기를. 시험 감독 끝이다.     



4일 중 첫 번째 날 시험을 치르느라 수고한 아들과 3학년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결과가 어떠하든 격려해 줘야겠다. 아들의 수학 성적은 비밀에 부치고 싶을 정도다. 교감 선생님 말씀처럼 성적이 우수하지 않고 우습더라도 격려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성적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2차 지필평가가 다 끝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남은 시험은 잘 칠 것이다. 오늘 못 본 과목 때문에 기분이 너무 다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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