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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Nov 30. 2023

어른들도 몰라요, 당신의 문해력

백일백장 글쓰기_13기_여든한 번째 글


진동소리에 놀랐다. 재난문자시에 울리는 진동모드이다. 잠결에 무심코 읽어서 정확히 확인은 못했지만, 지진 재난경보 같았다. 어쨌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러고 5시 40분에 다시 알람이 울렸다. 이 알람은 원래 켈리스 회원들과 음독을 하기 위해 맞춰 둔 알람이다. 요즘 이마저도 쉬는 기간이라 패스하고 잤다. 그다음 알람은 6시 30분쯤 울렸다. 이 시간에는 일어나는 게 맞는데, 정말이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후에 7시 27분 알람이 마지막으로 울렸다. 일주일에 네 번 책과 강연 이정훈 대표님의 줌 강연이 있는데 이번 주는 한 번도 참석을 못했다. 늦잠 때문에. 월 마지막 교육일인데, 일어나 보니 허걱! 9시 35분이다. 얼른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출근 도장이라도 찍자 싶어서. 그런데 이미 8회 이상 나는 11월에 출석했기 때문에 출석 시상은 받아놨는데 무리했나 싶다.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집에서 싸갖고 온 천마차를 종이컵에 타서 저어 먹었다. 적은 양이지만 요기하기에는 충분했다. 따뜻하게 속을 데우기도 좋고. 오늘 교육은 눈치게임, 어른들도 모르는 문해력 테스트, 품 영상 이렇게 세 파트이다. 지국장, 팀장 두 분의 관리자와 교사는 나 혼자 교육이 시작됐다. 다른 선생님들은 오지 않나 보다. 배효진 선생님은 늦게 도착한다고 한다. 일단 10시가 넘어 시작을 했다. 눈치게임! 관련 없어 보이는 두 그림을 더해서 우리가 알만한 단어를 맞히는 게임이다. 예를 들면 손과 야구공 다섯 개 그림을 보여주고 뭔 지 맞히는 것이다. 답은 손오공. 자 네 개를 보여주고 답이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사? 자? 사자, 정답이다. 이런 식이다. 2단계 문제가 어렵긴 했다. 금방 예로든 두 문제가 눈치게임 2단계 문제였다. 1단계는 그나마 쉬운 문제들이다. 거미와 남자=스파이더 맨 이런 식이다. 그래도 지국장님이 힌트를 조금씩 주셔서 잘 풀 수 있었다.     






두 번째 시간은 오늘 유인물로 나눠주신 어른들도 모르는 문해력 테스트이다. 1번부터 8번까지 문제인 듯한데 한 장 출력이 안 됐는지 문제는 총 6문 제이다. 첫 번째 문제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사를 읽고 푸는 문제이다. 기사를 읽고 문장의 내용의 옳고 그른지 맞히는 문제이다. 사실 문장 1과 문장 2는 지문에 나오지 않는다. 정확히 읽으면 스위스 생모리츠는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도시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위스키 증류소이다. 두 번째 문장은 이 지문만 보면 알 수 없다. 기사만 읽어서는 위스키의 풍미와 품질이 해발고도와 관련이 높은지 낮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번과 3번은 문해력 테스트를 위해 억지로 짜낸 문제 같지만, 어쨌든 조금 시간이 걸렸다. 메모를 하면서, A가 운동선수 아니면 무용수. 무용수는 흰색 재킷을 입는데 A는 초록색 재킷을 입는다 했으므로 A는 운동선수. 여기까지는 잘 풀었다. 만일 A가 운동선수라면, 그는 미국인이거나 독일인이다. 어느 독일인도 한국 생활 경험이 없다면 김치를 먹을 줄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A는 김치를 먹을 줄 알기 때문에 미국인이다. 아, 글을 쓰다 보니 답이 확실히 나온다. 2번인 것을. 처음 답도 사실 나는 2번이었다. 다음을 아예 읽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한국생활을 경험한 운동선수들은 모두 흰색 재킷을 입는다. 마지막 이 문장은 그야말로 페이크였다. 2번 문제를 풀고 있을 때였나 배효진 선생님이 오신 듯하다.








3번 문제는 모두 찾으라 했지만, 답은 하나다. 사실 다른 보기는 지문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다. 문해력 또는 국어 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지문에서 알 수 없는 내용은 답으로 체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까 1번 문항도 마찬가지다.     

4번 문항은 단어들이 어려워서 낸 문제 같다. 문제에서부터 선택지까지 많은 단어가 한자어이다. 한자어 뜻을 모르면 답을 체크할 수 없을 것이다. ‘정보 가치, 합리적, 분석, 특정 집단, 과소표집, 편협, 상정, 불공정, 반영, 표현 양상, 왜곡, 객관적 해석, 결여 등.’ 물론 생활 속에서 많이 쓰는 단어는 알겠지만, 문제와 연결해서 풀려고 하니 약간 고민은 되었다. 다시 문제를 보니 원 그래프가 이상하게 그려져 있었다. 찬성이 82.9퍼센트인데 100퍼센트의 반도 안 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하!’ 하고 무릎을 쳤다. 4번이구나. 표현 양상이 왜곡되어 있었다.








5번 문제는 우리가 과자나 음식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영양 정보에 관한 표를 보고 해석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문제이다. 생활 속에서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알아두면 유익하다. 글씨가 좀 흐리게 나오긴 했지만, 이 문제를 푸는 중요한 열쇠는 총내용량이 위와 아래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풀지 않아 틀렸다. 아깝다.     

마지막 문제다. 8번. 쓰레기 분리배출에 관한 안내문을 보고 알맞게 버린 주민을 찾는 문제이다. 선택지를 보고 옆에 안내문을 찾아 읽어보는 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8번을 맞히기는 했는데 2번 선택지는 다른 이유로 틀렸다고 했다. 우리 생활 속에서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이라 좋은 문제이다. 어른들이라면 한 번씩 풀어보면 좋을 것 같다. 다 풀고 나서 팀장님이 화면에 문제를 띄워 정답을 맞혀보기로 했다. 정답을 맞히면 지우개나 볼펜을 주셨다. 6문제 중 두 문제만 틀렸다. 아깝게 틀린 문제라서 그랬지만.    







 

이후에 품 시간에는 캄보디아 선수가 빗속을 뚫고 결승선까지 달려갔던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미 다른 선수들은 결승선을 통과한 후였다. 응원해 주시는 국민들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포기할 수 없었다는 글귀가 가슴을 울렸다. 오늘이 11월 마감이고, 이제 곧 12월 한 달만 보내면 2023년도 끝난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보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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