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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Dec 08. 2023

아들 배 든든히 채워주는 기쁨

백일백장 글쓰기_13기_여든아홉 번째 글


중학교 1학년 회원 채린이가 놀다 오느라 학원에 늦게 왔다고 한다.

"채린아, 네가 늦게 오면 선생님 퇴근이 늦어지니 다음부터는 좀 일찍 와 줘."

채린이가 강의 들을 동안 책상도 정리하고, 집에 갈 준비를 마쳤다.

채린이가 하루치 좀 빨리 끝내서 그다음 강의도 들으라고 했다. 공식을 잊어버렸다고 해서, 왜 그런가 하고 물어봤더니 학교 체험학습 내고 결석한 날 했던 내용이라고 한다. 회전체의 부피 구하는 공식이었다. 각기둥, 각뿔, 원기둥, 원뿔 이런 공식은 보이는 곳마다 다 손으로 일일이 적어서 붙여 놓으라고 했다. 자주 봐야 암기할 수 있으니까.      

채린이가 두 번째 강의까지 다 마쳤다. 내 교실을 정리하고, 집으로 갔다. 원래는 아들이 다니는 학원으로 가서 같이 오면서 맛있는 걸 먹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배가 고파서 집으로 갔다. 일단 내가 먼저 먹고 아들한테 사 주기로 말이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어제 아침에 먹다 넣어 놓은 콩비지 찌개가 보였다. 시금치 한 단 꺼내서 삼분의 일을 씻어 볶았다. 밥을 데워서 조미김 한 봉지 뜯고, 쌈 채소와 고추장 꺼내어 대충 먹었다. 오랜만에 시금치 볶아 먹었더니 맛있었다. 원래는 끓는 물에 데쳐 조물조물 무쳐야 하는데, 그냥 씻어서 5중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에 바로 넣고 볶으니 조리도 간편하고 시간도 절약된다. 참기름과 소금으로만 간단하게 간했다. 뭔들 어떠하리? 내 입맛에 맞음 그만이지. 쌈 채소에 볶은 시금치 올리고 고추장 넣어 싸 먹어 본다. 고기 한 점 없어도 건강해지는 맛이다. 일단 그렇게 나의 저녁 식사가 끝났다. 일어나서 가려고 하는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한다. 아들은 이제 학원에서 마쳐서 나온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난주에 시험 마치고 아들과 함께 순댓국을 먹어서 아들이 전화를 준 거다.      

아들과 2주 연속 데이트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나도 집을 나선다. 길이 엇갈릴까 봐 아들한테 어디로 올건지 물어가며 만난 곳은 바로 우리 아파트와 가장 가까운 사거리이다. 길을 건너 아들 학교 쪽으로 걸어갔다면 더 빨리 만났을 텐데, 어쨌든 아들은 내가 마중 나와 기분이 좋은가보다. 그것보다 엄마가 저녁을 사준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은 거겠지. 김밥나라에 가서 김밥 사주려고 했는데, 기왕에 사주는 거 제대로 된 거 먹이자 싶어 순댓국집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는 곧 장사종료라서 지난번에 남편과 같이 늦게 저녁 먹었던 해장국집으로 갔다. 나는 이미 식사를 했기 때문에 아들 뼈 해장국을 주문했다. 두 명이 가서 1인분 시키는 게 죄송하긴 했지만, 이 집은 왜인지 이해해 주실 것 같았다.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반찬이 나왔다. 겉절이와 깍두기, 양파와 청양고추, 쌈장. 메뉴가 뼈 해장국이기 때문에 다른 반찬이 필요는 없다. 아들이 김치는 먹는데, 깍두기는 안 먹는단다. 그래서 나는 깍두기를 한입 물어본다. 시원하다. 아까 밥 먹을 때 못 먹었던 김치인데, 여기서 입가심하게 되어 좋다. 따끈한 밥이 나오고 조금 더 있으니 보글보글 끓는 뼈 해장국이 나왔다. 푸짐해 보였다. 아들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아들이 뼈를 발라먹고, 나를 준다. 깔끔하게 발라먹지 못한 부분을 내가 마저 발라먹고 버린다. 배가 고팠는지 잘도 먹는다. 에 붙은 고기를 다시 국에 넣는다. 밥을 거기에 말아서 야무지게 먹는 아들을 보니 흐뭇하다.     

오늘 원서를 썼다.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어머니, 우리 소명이 고등학교 원서 쓰려고 하는데, 별내고로 쓰면 되는 거죠?”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친구들이 많은 곳으로 가야지. 공부를 특출 나게 잘해서 기숙사 있는 학교로 보낼 수도 없고 말이다. 어쨌든 고등학교 입시 잘 끝나길 바란다. 아들이 벌써 커서 고등학생이 되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이제 3년 정도만 고생하면 된다. 아들이 잘 해낼 것이다. 

오늘 아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 줄 수 있어 기쁘다. 이제는 엄마로서 아들이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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