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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코치 윤희진 Dec 09. 2023

후회 없는 삶을 위해

백일백장 글쓰기_13기_아흔 번째 글

어떻게 보면 일주일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일이 토요일이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가족과도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한 달에 한 번 저자사인회도 참석할 수 있고. 오늘은 원래 주평강교회 6 교구 행복나들이 하는 날이다. 간다고 표시까지 하고 왔는데 오늘 병원에 가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7시 30분에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도, 병원 진료는 10시쯤에나 받을 수 있다. 예약제가 아니고, 선착순으로 진료를 봐주기 때문이다. 갔는데 대기인원이 많으면 이 시간도 어려울 수 있다. 원장님이 9시 30분 정도에 진료를 시작한다. 오늘은 다행히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한 명 밖에 없다. 남편이 나를 먼저 병원 앞에 내려주면 나는 올라가서 줄을 서 있는다. 주차를 하고 남편이 오면 나는 옆에 있는 스타벅스로 가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대기한다. 지난번에는 설렁탕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진료 마치고 바로 밥 먹을 예정이라 스타벅스로 가기로 했다. 남편이 화장실 갔다가 조금 늦게 왔다. 남편이 오자마자 원래는 바로 이동하는데, 오늘은 고민을 조금 더 하다가 다리가 아파 안 되겠어서 스타벅스로 갔다. 이제 점점 없어져간다. 나의 기프티콘이. 마침 베이컨 치즈 샌드위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이 있길래 아메리카노만 따뜻한 카페라테로 교환해서 그 기프티콘으로 사 먹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너무 써서 잘 마시지 않는다. 500원을 더 추가해야 하지만 나는 스타벅스에서는 카페라테를 즐겨 마신다. 샌드위치는 크기가 내 손바닥보다 더 작은 사이즈이다. 그래도 반은 잘라 두고 반만 먹었다. 베이컨과 모차렐라 치즈, 에그 마요 같은 소가 들어간 가장 간단한 샌드위치지만 너무 맛있었다. 남편에게도 먹어보라고 하려고.


남편이 곧 톡을 보내왔다.

“몇 번째예요?”

“두 번째요. 계단 제일 앞에 앉아계셨던 남자분이 첫 번째고요.”

선착순으로 도착해서 간호사가 문을 먼저 열어주면 진료 순서 적는 노트에 이름을 적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이동이 가능하다. 남편이 그걸 물어봤다는 것은 곧 스타벅스로 올 예정이라는 소리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곳에 앉아 있었기에 남편이 맞은편에 딱 와서 앉았다. 내가 남긴 카페라테와 베이컨 치즈 샌드위치를 남편은 맛있게 먹는다. 9시 30분이다. 이제 슬슬 일어날 때이다. 주섬주섬 책과 가방을 챙겨서 병원으로 갔다.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남편과 나는 한편에 마련된 1인용 책상이 있는 곳에 앉았다. 심리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둔 곳이다. 나는 이 쪽, 남편은 저 쪽에 앉아 앞사람이 끝날 때를 기다렸다. 앉아 뭘 좀 하려는데, 간호사가 말했다.

“윤희진 님, 환자분 나오시면 들어가시면 됩니다.”

역시 두 번째니까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잘 지냈냐는 의사의 질문에 나는 어떻게 지냈는지,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을 막 얘기했다. 오늘은 라이팅코치양성과정을 남편 몰래 결제했다는 이야기를 주로 했다. 어쩌다 그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1기 수료해서 그나마 550만 원 번 셈이라며 마무리를 했다. 어느 때보다도 말을 많이 했던 진료시간이다. 이 병원에 와서는 꾹 다문 내 입이 열일을 다하는 것 같다.


     

병원에서 나와서 남편이 주차해 둔 송파여성회관까지는 10여분 걸어야 한다. 그나마 거기가 주차요금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늘 병원에 오면 거기에 주차를 한다. 남편과 걸어가며 병원에서 나눴던 얘기에 대해, 또 오늘 점심 식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행복 나들이를 못 가게 되었지만, 이런 시간이 있어 좋다. 사실 다음 주 화요일에 병원은 오기로 했는데 평일에 병원에 오기란 만만치 않다. 아침 출근 시간 잘못 걸리면 한강 다리 건너는 데만 40~50분, 길게는 1시간까지 걸린다고 하니까. 그래서 오늘 오기로 한 것이다. 진료 마치고 가려고 하니, 수양관 가는 그 길은 주말에 엄청 막히는 구간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다. 아들과 우리 부부, 맛있는 점심을 먹기로.

지난번에 갔던 두부마을 한식 뷔페로 갔다. 두 번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 본인 입으로 말했으면서 아들을 굳이 데려가는 아빠. 아들이 먹을 것이 없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이미 인원체크도 끝났고, 돌이킬 수 없다. 먹어야 한다. 수육이 나오지 않고 간장불고기가 나와서 속상한가 보다. 수육 나온다니까 따라온 건데 말이다. 나도 요일에 따라 수육과 간장불고기가 번갈아 나오는지는 몰랐다. 저번에 갔을 때 잘 봤어야 했는데. 생선시절에 데려가지 못해 미안해졌다. 다시는 오지 않는 걸로.     



배부르게 먹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 오픈채팅방 친구와 2시간 가까이 통화를 했다. 친구도 나를 궁금해해서 이것저것 질문을 하고, 나도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하며 내 이야기를 했다. 친구 이야기도 듣고. 금방 2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통화가 끝났다. 온몸이 나른해졌다. 졸음이 쏟아졌다. 사실 30분 정도만 잘 생각이었다. 중간에 남편이 깨우러 오기도 했다. 그런데 일어나기가 싫었다. 더 잤다. 일어났더니 6시가 훌쩍 넘었다. 2시간 넘게 잔 것이다. 낮잠을. 그것도 배부른 상태에서 말이다. 이렇게 먹고 자고를 반복하니 살이 찌는 거지. 깊은 한숨이 내쉬어졌다. 후회할 일을 하면 안 되는데……. 차라리 아까 잠깐 밖에 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왔으면 나았을 텐데. 이미 지난 시간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 앞으로는 후회하지 말고,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바로 하자. 사람이 죽음에 임박하면 가장 후회하는 게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란다. 적어도 내 삶의 끝자락에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멋진 인생을 살아야겠다. 내가 살아왔던 삶의 흔적을 통해 다른 사람이 힘과 용기를 얻도록! 글 쓰는 삶을 응원하는 라이팅코치로, 라이프코치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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