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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MoM> - My old Mate

나의 오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by 강동원

​한 번도 떨어져 본 적 없으면서도,

나는 이제야 처음으로 너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젊은 날의 너는 나와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았고,

나는 너의 쉼 없는 수고를 당연한 배경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너는 매일의 작은 신호들로 조용히 말을 걸어온다.


​언제부턴가 세상의 감각이 조금씩 낯설어지고 나서야 너의 불편함을 알게 되었다.

아침이면 약으로 너를 다독여야 하고, 컨디션이 무너지면 존재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이따금 찾아오는 아픔은 내가 너를 얼마나 함부로 다뤄왔는지 깨닫게 하는 성적표와 같았다.

나는 너의 지친 모습을 보며 불평만 늘어놓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힘겨운 고비를 넘고 있었다.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온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너의 변화에 대한 원망과 서글픔이 극에 달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깨달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심장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너는 이 힘겨운 순간을 묵묵히 버텨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내가 온갖 불평을 쏟아내는 동안에도,

너는 단 한 번도 나를 이 세상 위에 놓아버린 적이 없었다는 것을.

​완벽하진 않아도, 너는 언제나 나라는 존재를 지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길 위에서 나를 배신한 것은 네가 아니라, 너의 고마움을 잊은 나의 마음이었다.


​그날 이후, 나와 너의 관계는 달라졌다.

너는 더 이상 다루기 힘든 대상이 아니라,

나의 모든 시간을 함께 통과해 온 유일한 동행이자,

내가 살아가는 단단한 기반이다.


​이제 나는 너의 완벽함이 아닌, 너의 성실함을 믿는다.

사소한 아픔들은 반백 년의 세월을 함께 견뎌온 훈장으로 여기기로 했다.


그 무엇보다, 여전히 나를 세상 속에 존재하게 하고 나의 하루를 떠받쳐주는 너에게,

조용한 감사를 보낸다.


​이제 나는 너의 이야기에 내 마음을 맞춘다.

오늘도 함께 숨 쉬어주어 고맙다,

나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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