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병실의 엘리스들』

5화: 체셔 고양이의 미소

by 시간 여행자

우리는 복순을 복순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대신 '저 사람'이라고 불렀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의 이름은 병원 기록에만 남아 있었다.

냄새나고, 말이 자주 바뀌고, 무심한 그 사람.

복순은 씻지 않았다.

머리는 늘 땀에 눌려 있었고,

발뒤꿈치는 거칠게 갈라져 있었으며,

발엔 무좀 자국이 하얗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병실에서 발톱을 깎았다.

"딱딱해서 안 잘리네…" 중얼이며 툭툭 깎은 뒤, 입으로 훅— 불었다.

은지가 바로 커튼을 쳤다.

"미치겠네… 이 냄새 진짜 못 참겠어요."

미선은 소리쳤다.

"여기 병원이야! 집도 아니고! 제발 좀 눈치 좀 보고 살아!"

복순은 아무 말 없이 깎은 발톱을 모아 휴지에 싸곤 자기 서랍에 쑤셔 넣었다.

그녀에겐 부끄러움도, 변명도 없었다.

밥은 한 시간을 넘게 먹었다.

혼자 천천히, 말없이, 반찬 하나를 오물거리다가,

그릇을 내려놓고 다시 만지작거렸다.

세면은 하루에 한 번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침대 옆에는 먹다 남은 음식이 며칠째 그대로 놓여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씻고 살아…?"

누군가가 중얼거리면 복순은 "난 원래 이래요"라고 툭 던졌다.

그녀는 거짓말을 자주 했다.

"나 사실 옛날에 결혼했었어. 근데 잘 안 됐지 뭐."

"자식? 있지. 연락은 자주 못 하지만…"

하지만 그 말들은 매번 다르게 반복되었고,

들으면 들을수록 아무도 믿지 않게 되는 종류의 말이었다.

"혼자 살아요"라고 말하던 그녀는 다음 날엔 "어제 가족 왔다 갔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꾸 무엇인가를 꾸며냈고, 그 꾸밈은 모두에게 피로했다.

은지는 처음엔 그녀에게 비누와 따뜻한 물을 건넸다.

"복순 씨, 이 물로 세수해요. 개운해요."

복순은 받았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비누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서랍에 들어갔다.

그다음 날부터 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른이니까요. 스스로 해야죠."

복순은 병실 안 누구와도 깊이 엮이지 않았다.

단지 자기 주변을 혼자서 점령했고,

모두가 눈치를 보며 거리를 두었을 뿐이다.

복순은 병원 편의점에 자주 갔다.

거기에서 혼자 컵 커피를 사서,

플라스틱 테이블에 앉아 말없이 커피를 마시는 시간만큼은

왠지 꽤 진지해 보였다.

가끔, 병실로 돌아올 때 손엔 아무것도 없었고 입에는 커피 향이 묻어 있었다.

"내 시간이에요. 누구랑 있는 것보다 그게 낫죠."

그녀는 그렇게 말했고, 누구도 대꾸하지 않았다.

복순은 샴푸나 린스를 다른 사람 물건에서 빌려 썼다.

"언니 그거 좀 줘봐요. 내 거는 통이 커서 안 들고 왔어."

그 말은 하루 이틀 들은 게 아니었고,

그녀는 끝내 자신의 샴푸나 린스를 가져오지 않았다.

누군가 한숨을 쉬면 그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난 그런 거로 불편 안 해요. 쪼잔하게 굴 필요 있나요?"

그러면서도, 꼭 눈치부터 살폈다.

하루는 혼자 과일을 깎았다.

손도 제대로 씻지 않은 채로, 사과와 바나나를 깎아

작은 종이컵에 과일을 나눠 담아 말했다.

"같이 먹어요. 깎은 김에."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모두가 "감사해요" 하고 말은 했지만,

커튼 너머로 아무도 그 과일을 받지 않았다.

과일 접시는 복순의 침대 옆 탁자에 그대로 남았고,

사과는 금세 색이 변했다.

복순은 괜찮다는 듯 웃었다.

"다들 까탈스러워서 그래요. 난 불편한 거 없어요. 그런 거 익숙하니까."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복순은 가장 먼저 주변 반응을 살피는 사람이었고,

가장 마지막까지도 외면당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괜찮다"는 말은 사실상

"왜 아무도 내 걸 받아주지 않느냐"는 작은 울음이었다.

나는 그날, 그녀가 혼자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휴대폰을 스크롤하는 모습을 멀리서 봤다.

눈은 화면을 향해 있었지만, 시선은 계속 출입문 쪽을 흘깃거렸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누구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커피가 남았는데도 그냥 일어나 걸어 나왔다.

그녀가 병실을 나갈 때가 되자, 간호사가 슬쩍 말했다.

"복순 님, 다른 병실로 이동하셔야 해요."

복순은 짐을 쌌다.

작은 가방 하나, 그 안에 담긴 건 몇 가지 간단한 물건뿐이었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냥 가방을 들고 툭툭 끌며 문을 나갔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버리지 않은 휴지가 나뒹굴고 있었고

환자복이 마치 지쳐 있는 듯 널브러져 있었으며

특유의 쾌쾌한 냄새가 조금 남았고,

그리고 묘하게 이상한 허전함도 남았다.

은지는 말했다.

"진짜, 냄새는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미선은 말했다.

"근데… 아무도 그 자리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좀 휑하네."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기억했다.

복순이라는 사람은, 우리 모두가 피하고 싶었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존재였다는 걸.

✏작가의 메모

"가장 지저분한 사람은,

어쩌면 가장 방치된 사람일지도 모른다.

복순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방식으로

자기 고립을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이상한 병실의 엘리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