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힘. 소통의 힘
대략 한 달 전쯤의 일기이다. 욕심을 낸 탓이었을까? 총 7과목 안에서 교양과목으로 '철학 이야기'를 듣는 건 무리였나 보다. 그래서 대신 편하게 들을 수 있는'대인관계와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신청했다.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다. 이 며칠 동안 너무 많은 수업을 원격으로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서인지 오늘 저녁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 슬슬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요즘 새벽 공기 가운데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창문을 열어두고 잔 탓일까? 목이 살짝 붓고 미세하게 열이 느껴졌다. 올해 유난히 가벼운 감기가 자주 오는 듯하다. 일주일 동안 마스크를 쓴 채 잠깐 분리수거를 하고 집 근처에 있는 문구점을 나간 일 외에는 바깥은 나 지지 않는 난 코로나는 아닐 거라며 스스로에게 확신하듯 말하며 애써 스스로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전화가 그날 밤 10시가 넘어서 아빠에게 걸려왔다. 그 전화의 내용은 아빠가 나가신 골프모임의 한 분이 코로나 확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빠에겐 아직 아무런 증상이 없다. 앞으로도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가끔 경우에 따라 그 골프모임에 나갈 수밖에 없다고 하신다. 아마도 페널티라는 돈 때문인 거 같고 아닐 수 도 있다. 실은 우리 집의 형편이 예전같이 않고 서로 아껴서 살아가는 새로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 몇 년이 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으시겠지만 아마도 그중 아빠의 사회적 위치와 체면의 비중이 크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에 쌓아오신 관계들 또한 무시 못 할 실 것이다. 그런 아빠가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젠 체면을 조금은 뒤로하고 힘든 사회와 가정의 경제적 현실을 바라보고 코로나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나가시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만 안 나가셨으면 좋겠다는 나의 말에 현재까지 아빠는 묵묵부답 이시다. 이번엔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어도 다음에 다시 또 걸릴 수 있는 위험을 맞이할 수 있다는 걱정이 벌써 앞선다.
건강만큼 중요한 게 또 뭐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고 조금은 화가 난다. 아빠도 물론 당당하게 말씀하시진 않았다. 겸연쩍어하시며 문장이 아닌 단어들로 조심스럽게 의사 표현을 하셨다. 비단 우리 아빠만의 상황이신 걸까?라고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허례허식과 체면치레가 기성세대에는 여전히 존재하는 듯하다. 바뀌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과연 쉽게 비판하거나 비난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그러한 패턴으로 살아왔고 우리 또한 미래엔 다음 세대들이 보기에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나부터가 불소통으로 서로를 탓하거나 무관심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예전부터 이어져 오던 불소통이 현대에 더욱 심해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성세대 또한 젊은 청년들의 상황과 그들과는 다른 삶의 환경에서 자라온 것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를 못마땅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해를 줄이려 나가려는 이해하려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해하고자 하면 대부분 이해 못 할 것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벽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나도 이것이 해결되기 위해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렇게 단순하지만도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선 기본적인 역사 배경을 배우고 자각하고 서로에 대해 배우고 난 뒤 소통을 한다면 조금은 좋아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조금의 희망을 갖고 있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작년쯤 나에겐 이와 관련된 작은 경험이 있다. 물론 나의 이 작은 경험을 일반화할 순 없지만 세대 간의 소통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 주었다. 한동안 화실을 다닐 때였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어떤 중년의 아주머니이자 몇십년동안 영어학원을 경영해 오신 분을 만났다. 우리는 각자의 소개를 간단하게 한 후 인사를 몇 차례 한 것 이외에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딱히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같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났고 알고 보니 우리는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서 10년이 넘도록 살아온 것이다. 이전엔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신기하게 그 이후로 한두 번 더 마주치고 우린 서로 영어공부를 하는 목적으로 폰번호를 주고받았다.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만났지만 가끔 사회적 이슈로 화제가 흐를 때가 있었고 나이 차이는 대략 20살 났지만 영어로 소통을 대부분 해서 인지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당시 취업에 관한 기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분이 '젊은 세대들은 너무 눈이 높고 불평이 많아, 우리 때는 뭐든 주어지면 했는데, 너무 아무것도 안 해. 고졸도 많이 필요한 세상인데 너무 다 대학을 가기도 하고 말이야'라고 하시는 말씀에 나는 청년들을 대변하듯 이야기했다. '열심히 사는 청년들도 꽤 많아요. 기성세대들의 차별적 또는 이중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본인들의 자녀는 대졸자 만들려고 하지 않나요? 저 또한 고졸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자녀들부터 '한 사람'이라도 본을 보인다면 설득력이 더 있을 듯합니다.' 등이라며 라고 받아쳤다. 이렇게 우리의 논쟁은 1시간 이상 이어졌고 결론은 생각보다 서로의 생각이 좁혀지고 그분 또한 젊은 세대를 나 또한 기성세대를 이해하는 값진 시간을 겪었다. 물론 우린 대부분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기에 가능했었던 면도 있다. 여기에서 누가 더 옳고 그르고 하는 것보단 서로의 입장 차이와 생각의 차이가 다름이 달랐었고 그러한 오해가 굳어져 서로의 갈등 풀림이 없이 계속해서 이어져 왔었고 나 또한 내 입장만 고집하던 생각이 있었고 그 사실을 깨닫고 인정하게 해주는 하루였다.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일은 미미할 수 있겠지만 그 미미함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난 이곳에서의 수업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카톡을 보냈다. 코로나 확정은 아직 아니라 그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확정이라면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겠지? 하지만 망설여질 거 같다. 그냥 다 나을 때까지 대략 한 달에서 길게는 두 달 정도 휴원을 할 듯하다. 왜냐하면 그나마 있던 나의 적은 수입이 올해 내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럼 현재 공부를 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무엇을 하며 먹고살아야 하나?라는 걱정이 밀려온다. 이런 나를 보며 난 참 간사하고 이기적이고 부끄럽다. 사람은 원래 이기적이긴 하다. 내가 당장 굶게 되었을 때도 과연 난 윤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선 그래서 혹시나 하여 몇 달 전 걸렸던 감기처럼 이번에도 단순 감기이기를 바라며 종합 감기약을 먹기 위해 밤 11시쯤 냉동실에 있던 페페로니 피자 한 조각을 꺼내었다. 피자는 꽤나 단단했지만 이전에 미리 칼집을 내는 탓인지 생각보다 쉽게 잘라졌다. 딱딱하고 차가운 피자는 전자레인지에 대략 2분 정도 녹여졌다. 난 뜨거워진 피자를 칼로 작게 잘라먹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있는 차가운 칠리소스를 피자 위에 뿌려 간단하게 먹었다. 마트에서 산 피자는 가성비 대비 맛있좋았다. 그리고 자려 누웠는데 약을 먹어도 잠이 오질 않아 이렇게 또다시 글을 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다. 이 글을 올리려고 하는데 쓰면서 조금 걱정도 했다.
워낙에 다른 사람의 실수와 잘못을 쉽게 평가하고 비난하는 댓글 문화가 아직은 자리 잡혀 있어 혹시나 언젠가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조금은 무섭다. 만약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평가와 비난보단 조언을 주기를 바란다. 나의 공간에 솔직한 나의 이야기를 쓰지 못한다면 난 성장하기 쉽지 않다. 난 내가 이렇게 스스로에게 쓰는 글을 통해 치유를 받고 있는 중이며 누군가가 공감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뿌듯할 듯하다. 그리고 쉽게 비난하는 사람은 본인 자신에게도 너그럽지 않을 가능성이 크디고 한다. 조금은 너그럽고 용서하고자 하는 태도와 문화가 확산되길 소망한다. 나부터 그래야겠지?! 노력하자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