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아있는 시간이 따사롭다면

by 박종성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는 '인연'이 있고, 모든 인연의 끝에는 헤어짐이 있다.

끝이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사는 동안 더 많은 존재와 좋게 닿았다 헤어질 수 있겠지.

닿아있는 시간이 따사롭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_ 문지안, <무탈한 오늘>


부모님 댁에서 사진첩을 꺼내봤습니다.


왜 이리 오랜만이냐며 40년 전의 우리 가족이 해맑은 얼굴로 투정 부리더군요. 사진 몇 장 봤을 뿐인데 봄꽃 같았던 추억으로 온 집 안을 가득 채우시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다시 4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면 그때의 우리 모습은 지금과 얼마나 다를까?” “더이상 곁에 없는 이에게 그제서야 말 한 마디 건네고 싶어 자꾸만 사진을 꺼내보진 않을까?”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혹은 감미로운 달빛 아래서 속깊은 이야기를 넉넉히 나누지 못한 것이 가슴에 사무치는 후회로 남진 않을까?”



우리는 유한한 존재인데도 마치 무한한 존재인 양 살아갑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중한 사람을 외면하는 까닭은, 그들이 영원히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주리라는 착각 때문입니다. 서로가 닿아있는 시간은 유한합니다.


책방 주인 최인아 선생님은 하루하루 닳아 없어지는 시간을 ‘통장 잔고’로 비유했습니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잔고를 앞으로 어떻게 잘 사용해야 회한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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