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누군가가 주입한 것인지
오징어잡이 배에 등이 쭉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신 적 있죠? 집어들이라는 건데 오징어를 불러들이는 기능을 합니다.
어느 철학자의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우리는 욕망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집어등에 달려드는 오징어 떼처럼 그 욕망이 자신에게 좋은지 안 좋은지도 모르면서, 독이 되는 욕망인지도 모르고 내달리고 있다."
학습된 욕망, 부모로부터 혹은 사회로부터 내려와 스며든 욕망들이 자신의 욕망인 줄 알고 열심히 추구하다가 동력을 잃어버리면 어느 순간 좌절하고, 실패하면 더 이상 추동할 힘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게 지금 우리 사회입니다.
_ 정재승, <열두 발자국>
주입식 교육으로 인한 폐해는 생각했던 것보다 광범위합니다. 학생 신분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나서도 여전히 정답을 갈구합니다. 자기계발서 시장이 마르지 않는 샘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의 이러한 성향을 가장 잘 간파한 사람들은 광고인입니다. “요즘 누가 그런 델 가니?” “다른 사람은 다 안다, 너만 몰랐다.” “이것이야말로 인싸템이다.” 오직 당신만 정답을 모른다고 압박을 가합니다. 물론 그들이 간악하다고 욕하는 건 아닙니다. 광고는 욕구를 주입하거나 쓸데없는 물건을 쓸 데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만드는 거니까요.
문제는 그 욕구가 원래 나의 것인지 아니면 순전히 남이 부채질한 것인지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인싸가 아닌 ‘아싸’로 낙오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우리에게요.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머릿속이 온통 혼탁할 때는 일단 종이에 적어보라고요. 욕구가 차올랐을 때에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내가 지금 갈망하는 건 무엇인지, 정말 내 마음에서 우러난 것인지, 아니면 남에게 설득 혹은 현혹 당한 건지, 그 욕구를 채우고 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적어보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지금 당장 판단하려 하지 말고 다음날 아침, 하루 중 머릿속이 가장 맑을 때 종이를 다시 펴보는 거죠. 만약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욕구를 채우고 싶은 생각이 여전하다면... 그땐 그리 해야죠. 뭘 어찌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