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돌봄 맞닥뜨리기 11

노인들의 싸움

by 박주현

아침 7시에 전화가 왔다. 잔뜩 업된 흥분된 목소리로 마치 자신의 불안을 안절 부절 하면서 "약을 안 먹고 입 다물고 있다. 미치고 팔딱뛰겠다."라고 말을 꺼낸다.

아빠에게 전화기를 주어버린 듯 하다.

"네가 이야기해봐라."

"아빠 약을먹어야 병이 나아요."

"어, 그래."

약을 스스로 못 드시니 주는 약이라도 잘 받아 드셔야 하는데 입을 다물고 잘 안 벌리시니 엄마가 급기야 아버지에게 육두문자를 날리신다.

전화를 끊지도 않고 두 분이 아니 엄마가 일방적으로 아버지에게 소위 성질을 내는 것이 생중계되는 걸 듣게 될 줄이야..엄마의 성격은 익히 경험하여 알지만 50년 넘게 살아도 겨우 말년의 모습이 저렇게 끝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2시간이 걸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 소파에 앉아 두분이 텔레이젼을 보고 계신다. 아버지 옷을 정리해서 모시고 데이케어센터로 향한다. 비가 추저리 추저리 내리고 우산을 아버지 쪽으로 충분히 받쳐드리고 모르는 길을 네이버지도 따라 걸어보려고 했다. 아버지가 비 덕분에 시원한지 잘 걸으신다. 같이 걷는 것이 상쾌하기도 하고 아버지 기분도 풀어지는 것 같은데 엄마는 왜 아빠를 이렇게 구박하는지 같은 여자이지만 왜 그러고 사는지 답답하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길을 결국 못 찾아서 택시를 불러 타고 도착해서 엄마가 약을 못 먹이니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고 나섰다.

엄마는 젊은 시간 열심히 살았는데 늙어서 고생하는 당신의 팔자를 한탄하신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어긋남은 어디서부터 잘못인가.

"나는 열심히 돈 벌려고 노력한 죄 밖에 없다. 그런데 늙어서 이렇게 살 줄을 몰랐다."고 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중요한데 모아두고 정작 필요할 때 내어놓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언젠가 누군가 비ㅣ지 주머니에 먼지까지 털어주시던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선배가 생각났다. 우리 부모님은 벌고 모을 줄만 알았지 자식들에게 퍼주는데 인색하셨다.결국 지금도 움켜지고 있는 엄마를 보연 안타깝다.

나는 잘 쓰는 방법을 연구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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