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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은 디자이너 Jun 07. 2020

뉴욕판 이직의 달인 : 직장, 나만큼 옮겨봤니?

이직도 기술이다

"평생직장이 어딨나요?

신입사원 80% 이직 준비생.


작년쯤이었나, 이런 제목의 한국 기사를 보았다. 평생직업은 찾았지만 평생직장은 없다고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이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기사였다. 생각해보니 요즘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해봐도 확실히 직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뀐 걸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그중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뉴욕의 이직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다만 본 이야기는 뉴욕에서 공간 디자이너로 일하는 저자가 겪은 개인적 경험과 주변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언급하고 시작하고 싶다. (직업군이나 회사의 형태에 따라서 다양한 예외들이 수없이 존재하므로 혹여나 지나친 일반화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이직에 관한 진실 #1

첫 직장은 무조건 3년을 채워야 한다.


No.


일단 미국의 노동시장은 굉장히 유연한 편이다. 사실 이 말을 온몸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른 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처음 자리 잡은 디자인 회사에서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사실 주변 지인들로부터 하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녔었다.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닌 것과 실제로 그 일을 당한 건 아주 다른 일이었다. 그 외에도 어느 날 출근해보니 한쪽에 있던 팀 전체가 사라진 것도 목격한 바 있다.(마케팅 회사에서는 주요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이 사라지면 그걸 담당하던 팀 전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해고가 쉬운 이곳에서 직원이라고 정해진 몇 년이란 시간을 회사에서 채우라는 법칙 따위는 없다. 물론 모든 직장의 경력이 모두 1년 이하라면 인터뷰 시 왜 인지 이유를 물어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의 경우 1년 미만인 경우는 없었지만 2년 미만의 경력이 연달아 두 번 있어서 그 이유 설명해야 했고 채용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직에 관한 진실 #2

미국에선 회사를 자주 옮겨 다니는 사람이 능력자라고 생각한다.


Case by case.


이건 개인에 따라 견해차가 큰 편이다. 채용을 하는 디렉터급 사람의 성향이나 본인의 과거 이직 정도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난다. 한 예로 어떤 디렉터는 본인이 한 회사에 들어와서 10년 이상 일한걸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겼고 자주 옮겨 다닌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대로 꾸준히 이직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또 다른 디렉터는 이직하지 않고 한 자리에 있는 사람을 안일하게 보는 경향도 있었다.


미국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되면 헤드헌터들의 러브콜을 꽤 많이 받게 되고 그들이 제시하는 연봉이나 조건은 기본 회사의 조건보다 상당히 좋은 편이다. 보통 이런 제안을 받고도 현재 회사가 마음에 든다면 오퍼 받은 회사가 제시한 조건으로 현재 회사와 협상해 연봉 인상을 받곤 한다.







이직에 관한 진실 #3

연봉을 올리려면 이직은 필수다.


Yes and YES!


직장생활 초반에 알게 된 불편한 진실과 한 번의 해고의 경험이 나를 뉴욕판 이직의 달인(순전히 자칭)으로 만들었다. 불편한 진실은 한 직장에 아무리 오래 있어도 그 충성심과 연륜이 대접받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이 정신없이 변해가는 요즘도 주변을 둘러보면 10년, 20년씩 한 회사를 다니며 진심으로 회사를 아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회사가 이들에게 하는 대우이다. 말로는 당신만큼 든든한 직원이 없다고 하면서도 연봉은 절대 그 사람의 가치만큼 올려주지 않는다.


얼마 전 신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겪은 일이다. 이제 입사 7년 차인 그녀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너무 좋아하고 본인이 디자인하는 브랜드에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한다. 하지만 얼마 전 우연히 최근에 들어온 자기 후배 디자이너의 연봉을 보게 됐다고 한다.(아마도 프린터기에 누가 두고 실수로 놓고 간 것 같다.) 그녀가 본 것은 이제 3년 차 되는 후배 디자이너의 연봉이 본인과 같다는 사실이었다.


"네가 이 회사에 있는 한 절대 그만큼 올려줄 수 없어"


실제로 이게 나의 지인이 상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다른 곳에서 이직 오퍼를 가져오거나 아니면 다른 곳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원하는 연봉을 주겠다고 말했단다. 일을 잘해도 기존 직원에게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주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런 이상한 심보. 나는 이것 때문에 미국에서 이직의 기술을 익히고 사는 건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제 필수가 되어버린 이직,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1. 현재 시장을 꾸준히 모니터링한다.


현재 시장에서 내 몸값은 얼마인지를 아는 건 필수다. 나는 Google Jobs라는 사이트에서 내가 관심 있는 기업의 채용 소식을 정기적으로 받는다. 적극적으로 이직을 생각하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일 밤 구직사이트를 기웃거리는 건 굉장히 소모적인 일이다.


#2. 헤드헌터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


이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다. 바쁜 회사 생활 속에 리크루터들의 연락을 가끔은 무시하기도 하고 중간에 연락을 끊어 버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지금 당장 손해를 보는 건 아니지만 사실 이들과의 관계는 긴 시간을 보고 하는 가치투자 같은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리쿠르터들과 연락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에게 기회를 주어서 너무 고맙다는 진심을 전한 것뿐인데 요즘도 좋은 자리가 나면 나를 먼저 염두해 주고 연락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3. 직장생활 3-5년 사이에 꼭 한번 이직을 고려하기를 추천한다.


아주 사회생활 초년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카우팅 하기에 너무 높은 연봉을 요구하지도 않는 3년 차에서 5년 차의 직장인들. 이 시기에 보통 꽤 많은 리크루터들의 연락을 받게 되면서 기회가 많아진다. 사실 이때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해서 그냥 안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가 지나면 이직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근육이 도태되어 버려서 이직을 원해도 그 두려움을 이기기가 쉽지 않아 진다.


#4. 연봉 협상의 기술을 길러라.


나는 동양인이라서 그리고 여자라서 주는 대로 받는다는 선입견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를 가든 내 밥값은 한다고 자부했기에 내가 만족할만한 연봉을 받고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연봉 협상에 관한 책도 보고 조언도 많이 얻으며 그동안 연봉협상의 대가까진 아니어도 크게 어려움 없이 원하는 연봉을 받고 이직하였다.


연봉협상에선 겸손이 미덕이 아니다. 이미 회사는 어느 정도 인상을 요구하는 협상 단계를 고려하고 부른 금액이기 때문에 이걸 그냥 오케이 하면 절대적인 나의 손해이다.(심지어는 주는대로 받으면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고 느끼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또한 엄청난 심리전이기 때문에 나는 항상 플랜 B를 손에 쥐고 협상을 한다. 조금 귀찮아도 꼭 여러 회사와 동시에 진행하고 최소한 두 번째 회사에서 받은 오퍼 하나쯤은 꼭 손에 쥐고 있어야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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