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사는 그녀_두 번째 이야기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정성 들여 제안해주신 기획서를 보며,
저도 글을 써보았어요.
글 쓰며 괜스레 울컥하네요.
이런 소중한 기회 주셔서 감사해요.
그녀가 보내온 글 전문이다.
《꿈의 공간》
24시간 마음껏 꿈꿀 수 없을까? 꿈나라에서 보내는 8시간, 자아실현이라 쓰고 실제로는 8시간 내내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꿔주는 8시간을 빼면 하루 8시간만 온전히 내 시간이 된다.
그 8시간 마저도 의식하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로 주르륵 흘러가는 게 시간이다. 나는 그런 시간을 부여잡고 싶었다. 멈출 수만 있다면 무한정 멈춰놓고, 내가 원하는 걸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이뤄둔 후에 놓아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 시간을 멈추게 하는 장소, 나에게는 책이 있는 곳 모든 곳이었다. 누군가는 너무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여도, 나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을 읽었다. 책을 쓴 사람에게는 그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닮아가고 싶은 책들에 빠지면 가슴이 떨려서 잠을 못 이루는 날도 많았다.
세상에 좋은 책들도 넘쳐나지만, 언젠가부터는 좋은 책을 여러 번 읽는 습관이 생겼다. 삶의 경험과 깊이에 따라 책도 읽히는 깊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책들만 모아서 집 전체에 표지가 보이게끔 배치를 해두었다. 표지만 봐도 작가가 무슨 말을 건네는지 뻔히 아는 그런 책들 말이다. 거실, 복도, 방 그리고 화장실마저도 나에게 영감을 주는 책으로 온통 둘러 쌓여있다."
마주칠 때마다 작가와 교감한다.
'나 지금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데 자극 좀 줘요'
'지금은 아무것도 하기 싫구나. 머리도 마음도 비워'
'오늘은 여유롭게 예술작품을 느끼고 싶은 날이에요'
'과거로 데러 가 주세요'
그날의 기분과 마음가짐에 따라 네게 말을 거는 책들도 달랐다.
때로는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도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디자이너와 그녀가 꿈꾸는 프로젝트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었다.
뉴욕에 사는 그녀, 파리에 사는 나. 우리의 인연은 책으로 시작되었다.
시차와 공간을 넘나들며 우리는 책으로 교감했다.
마치 만나야 할 인연인 것만 같았다.
나만의 공간을 감히 꿈꿔보라고 말하는 그녀는 나보다 더 열정적이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꿈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꺼낼 수 있도록 했다.
'어떤 스타일의 서재를 원했어요?'
'왜 이런 서재를 원하세요?'
무한정 꿈꿀 수 있는 공간. 서재에 들어가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 못할 정도로 멋진 책들로 둘러싸인 나만의 공간. 지금보다 더 깊게 사색할 공간을 만들고 싶어 졌다. 그렇게 우리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나의 마음에 쿵, 하고 와 닿은 그 단어.
모험.
어른이 된 우리가 '모험'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입에서 뱉을까?
어릴 적 좋아하던 '톰 소여의 모험'이후로 모험이라는 말을 거의 써본 적이 없는듯하다.
가볍진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무겁게 시작하지도 않은 이 프로젝트.
진심을 다해서 써 내려간 그녀의 글을 보니,
더 잘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처음의 의도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하자, 다시 한번 나 스스로를 상기시킨다.
잘하려고 시작한 게 아니라,
내가 행복하려고 한 프로젝트니까.
모험하듯,
놀이하듯.
머릿속 디자인을 종이에 옮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