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날이다
벌써 마지막주라니
처음 강의 시작할 때는 '아, 이제 한주 지났구나.' '이번주가 두 번째네' 이렇게 매주 앞으로의 강의도 별 탈 없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매주 몇째 주인지 확인하곤 했다. 점점 학생들과 익숙해지며 몇째 주 강의인지 확인하기를 멈췄고, 생각보다 마지막 수업이 빨리 다가왔다. 이제 수업도 좀 편해지고, 학생들과도 가까워졌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매주 금요일이 다가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학생들이 처음으로 혼자 힘으로 완성해 낸 전시회 디자인 프로젝트이기에 나도 학생들도 마지막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들었다. 학생들이 발표할 프로젝트는 'Food that matters'라는 공통 주제로 각자 자신이 전시회 주제로 정하고 싶은 음식을 하나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학생들이 전시회를 여는 장소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맨해튼의 미드타운에 위치한 Madison Square Park라는 곳이다. 바쁜 도심 속에 푸르른 작은 숲 같은 공간을 제공해서 뉴요커들에게 항상 인기가 많은 공원이다.
그렇게 학생들은 자신의 주제에 맞는 콘셉트를 정하고, 그 공간에 찾아온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이 선택한 음식을 경험하게 될지 구체화시킨다. 이때 방식은 매우 다양해서 개인의 창의성이 많이 요구된다. 이번학기에도 독특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광범위한 주제인 치즈를 골라서 고전했던 한 학생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반려견과 함께 체험형식으로 치즈를 알아갈 수 있는 경험 공간을 디자인했다.
바나나로 영감을 얻은 아트 경험 공간
호세의 디자인 스케치이다.
자신만의 자유로운 스타일로 심플하게 표현했지만,
자신의 콘셉트를 명확히 나타낸 스케치이다.
바나나를 주제로 선택해서 나에게 직설적인 피드백을 받은 호세는 고민 끝에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아트 경험 공간으로 방향을 잡았다. 바나나의 다양한 색상과 그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서 초현실적인 팝아트적 공간을 디자인했다. 그의 양해를 구하고 몇 장의 작품 사진을 여기에도 실어보았다.
공원 한가운데 커다란 잔디밭 공간에 위치해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활동이 설치되어 있다.
요즘 학생들이 전시회 디자인을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관련 경험이다.
초현실적 예술공간을 주제로 작업했고,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설치물은 기본 구조만 되어있을 뿐 전시회에 온 시민들의 예술활동 참여를 통해서 개성 있고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게 된다.
모찌가 공간화된다면
나는 나의 첫 학기 학생들이 한 16개의 작품이 모두 소중하다. 지금도 따로 저장해 두고 가끔 찾아보는데, 이 글을 쓰며 모두 소개할 수는 없어 고민 끝에 '모찌'를 주제로 한 학생의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Zuzanna라는 학생의 작품인데, 재미있는 것은 이 학생이 모찌의 형태나 맛에서 영감을 받은 것도 있지만, 이 전시회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그것은 모찌를 잘못 먹다 질식사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많고, 자신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모찌 먹는 법'을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표준어로는 '찹쌀떡'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지만 작품 설명에 '모찌'가 더 부합한다는 판단하에 아래 글에는 모두 '찹쌀떡'으로 표현되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모찌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데, 'Mochi and Me'라는 브랜딩도 만들어서 전반적으로 통일감 있고 짜임새 있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중간발표 때 제출한 대략적인 구조물에 대한 Zuzanna의 디자인 스케치이다.
입구에는 간단하게 'Mochi and Me' 전시에 대한 소개가 되어있고, 전반적인 구조물의 디자인은 모찌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여러 가지 체험 활동이 있지만, 그중 한 가지는 직접 모찌를 맛볼 수 있는 '모찌 바'이다. 이곳에서 16가지의 모찌를 맛볼 수 있고, 휴대폰 앱을 이용한 'MochiGo' 게임을 통해 얻은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직접 모찌를 만들어 보는 체험 공간이다. 프로젝터를 통해서 전통방식의 모찌 메이킹 영상이 방영된다.
16명의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이 끝났고, 그렇게 이들과 함께 한 나의 여정도 막을 내렸다.
너무 훌륭한 학생들과 첫 강의로 만났음에 감사했고, 이들의 열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 또한 초심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너무 그리울 나의 고마운 학생들,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