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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Mar 02. 2021

마스크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

헬스장에서 특히 편하다는 아이러니


코로나 직격타를 맞은 바깥순이(주: 집순이의 반대말)의 집콕 적응기.

2. 마스크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






마스크 대란 때문에 태어난 년도의 뒷자리를 따져가며 약국에 들러 비상식량 배급받듯 줄서서 마스크를 구매했던 기억도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이 때만은 평소에 다행스럽게 여기던 타고난 무딤으로 인해 손해를 본 듯도 싶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100장씩 쟁여두었던 주변의 몇몇 친구들은 위너가 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나는 매일같이 해오던 화장을 포기하는 식으로라도 최대한 마스크를 깨끗하게 사용해서 이틀은 써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마스크를 구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되었다. 마스크로 떼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회자되며 다들 마스크를 구해 팔아보려고 안달이 났던 일이며, 마스크 생산과 관련된 회사의 주식이 엄청나 급등세를 보였던 현상도 벌써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제 마스크는 모든 집에서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필수품이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밖에 나갈 때 마스크가 없으면 화들짝 놀라며 다시 집으로 되돌아갈 만큼 완벽하게 적응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져서 앞으로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해도 쓰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2020년 초, 새해를 맞이할 때 (매년 그렇듯) 야심차게 헬스장에 등록했다. 9개월 회원권을 등록했기 때문에 진작에 회원권이 만료되었어야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 따라 정지를 했다 풀었다 하기도 했고 작년 초겨울에는 아예 두어달 영업이 정지되는 바람에 자동으로 기간이 밀리는 바람에 아직도 다니고 있다. 작년 봄 쯤이던가. 헬스장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껴야한다는 사실에 놀라 헬스장에 연락해 이용 중지 신청을 했다. 아니 숨차게 운동하는데 마스크를 끼고 하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하며.


처음에는 좋았다. 운동을 좋아해서 가는 것도 아니고 건강관리와 다이어트를 위해 끌려가듯 억지로 가는 중이었는데 불가항력의 핑계가 생겨버렸으니. 하지만 그렇게 한 달 넘게 놀고나니 점점 나오는 뱃살이 느껴지면서 위기감이 엄습했다. 퇴사를 해도 좋은 건 한달이고 그 이후부터는 압박감이 느껴진다고 하지 않는가. 그 비스무리한 기분을 느끼며 코로나가 살살 약해지는 것 같았던 분위기를 타 헬스장으로 컴백했다. 물론 마스크를 껴야한다는 규정은 변하지 않았기에, 런닝머신을 탈 때면 특히 호흡곤란으로 쓰러질 것 같기는 했지만. 


하지만 역시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마스크를 낀 채 운동을 하는 것에도 점점 적응이 되었다. 이제는 오히려 운동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표정과 초췌한 얼굴을 가려준다는 것이 고맙기까지 할 정도다. 마스크의 고마움을 꼭 운동할 때만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화장에 쏟는 시간과 비용이 줄었다. 처음에는 화장을 덜 하거나 안 하는 게 어색했지만 이제는 조금 과장하면 해방감을 느낄 정도로 편해졌다. 대신 마스크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생겨났다. 마스크 스트랩이라는 전에 없던 아이템이 등장하며 널리 유행했고, 수공예품을 파는 셀러들은이 앞다투어 예쁜 스트랩을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아동용 마스크는 디자인이 다양해지면서 패션 아이템화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스크에 덜 묻어나는 화장품을 출시한 회사도 있고, 마스크에 메세지를 적어 공식 석상에 등장하는 정치인도 있다. 마스크에 적응하고, 더 나아가 마스크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정말 마스크를 완벽히 벗어던질 날이 올까, 하는 의문도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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