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생각을 줄여라!

제거의 미학에 대해서

by David Ha

UI/UX 고민하다 보면 인터넷상에서 가끔 접해볼 만한 이야기들이 있다.

바로 제거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 Less is more. 적은 것이 풍부한 것이다.

- 가장 훌륭한 디자인은 더 이상 추가될 것이 없는 게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것이다.

- 완벽함이란, 더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등등 말이다.


수 년동안 앱 개발하면서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돌이켜보면 기능이 없어서 보다는 혹 때려고 아니면 욕심에 기능을 더 붙이거나 UI에 설명을 더 붙이면서 일으켰던 고객과의 마찰이 더 많았던걸 생각해 보면 위에 어록들은 틀린 말은 결코 아니다.

(물론 너무 잘 쓰고 있는데 무지성으로 줬다가 뺏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빼기를 잘하려면?

사실 필자도 잘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나름 계속 노력해 오긴 했다.

필자가 경험한 선에서 가장 좋은 방법들은 아래와 같았다.

1. 고객인터뷰, 고객에게 물어보기 (물론 단점은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하다 보면 우리 서비스의 고객들의 문해력 수준을 가늠하기 좋은 수단인 건 확실하다)

2. 조금씩 바꿔가면서 지표 개선 관찰하기 (괴롭지만 재미있다, 항상 시간이 더 필요하면서도 부족하다는 느낌 많이 받는다)

3. 좋은 UI/UX 많이 참고하고 머리에 욱여넣기 (쌓다 보면 아이디어 빵 터진다)

4. 개밥 먹기, 고객관점에서 생각해 보기 (만들다 보면 공급자 관점에 머무는 위험한 순간이 오는데 지속적으로 환기는 필수다)


이번엔 최근 14일 이내에 있었던 오해할 만한 요소나 생각이 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수정을 통해서 얻었던 기쁨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기쁨 편: 전환율 10% 상승

필자가 운영하는 서비스는 두 사람이 함께 써야 의미 있는 서비스라 부분적으로는 두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고객들도 중요하고 기존 고객들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리텐션 쪽으로 계속 집중하다 보니 두 사람이 연동하는 퍼널 쪽에서는 솔직히 무심했었던 거 같다.


탈퇴사유에서 혼자 쓰고 싶은데 많은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이유도 많이 있었고, 새로 가입한 분들도 잘 연동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연동은 필자가 통제한다고 되는 영역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 생각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AI와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는 과정에서 해당 퍼널의 아쉬운 부분을 최근에 들어서 인지할 수 있었다.


연동하기 기능이 사실 어느 다른 커플 서비스들처럼 특별히 다를 건 없었고 충분히 단순하게 제공했다 생각했다.

1. 초대링크 공유하기 원버튼을 제공했다. 누르고 링크를 파트너에게 공유하고 파트너는 해당 링크 누르기만 하면 됐다.

2. 가까이에 있으면 QR코드를 카메라로 인식하기만 하면 끝! (이건 초기 개발 당시 기술적인 욕심이기도 했지만 보조수단에 가깝다)

3. 연동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기재했었다.

물론 연동화면 전에는 충분한 온보딩 과정도 있었다!


이런데도 당일 연동 비중이 평균 30%면 개인적으론 무척 아쉬운 수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비슷한 방식으로 두 사람 간의 연동이 필요한 업계에서의 타 서비스의 연동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AI에게 대략적인 구간을 물어봤더니 필자관점에선 굉장히 낙관적? 인 답을 제시했다.

스크린샷 2026-04-19 오후 8.28.05.png 이 왕 구독 중인 거 돈값하려고 굴린 ChatGPT
스크린샷 2026-04-19 오후 8.09.35.png

그래서 곰곰이 생각한 끝에 필자는 고객이 오해할 만하고 직관적으로 쉽게 와닿지 않는 부분들을 고치기로 했다.

1. QR코드 딸랑 하나는 공급자 입장에선 초대코드가 포함된 정보인건 알지만 고객입장에선 이게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뜬금없고 오해하기 쉽다 => QR이 의미하는 정보를 추가하자! (예: 초대 코드를 QR로 표시)

2. 설명에 초대 방식에 대해서 2가지 설명이 있는데 설명자체가 선택장애를 일으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차라리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더 쉽고 단순하게 풀어보자!

3. 초대링크 공유하기 버튼은 있지만 "공유하기" 보다는 "초대하기"가 생각이 덜 필요한 건 사실이다. 당연히 초대하려고 들어온 화면이니깐 말이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아래와 같다.

스크린샷 2026-04-19 오후 8.09.35.png

지금 다시 봐도 훨씬 직관적으로 변했다.

QR코드 밑에는 초대코드가 추가되었고, 코드를 복사할 수 있도록 버튼도 열어두었다.

그리고 아래에 설명은 사라지고 고객이 해야 할 행동은 딱 두 가지다.

초대하거나 초대 코드를 입력하거나!


그리고 마법과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배포한 다음날 신규 가입자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오가닉 유입 기준으로 무려 10% 이상이나 연동률이 상승한 게 아닌가!

스크린샷 2026-04-19 오후 8.31.21.png

물론 여기까지는 아주 소소한 기쁨 편이고 반대로 절망편도 있다.


절망 편: 제거했을 뿐인데 몰아치는 고객문의

스크린샷 2026-04-19 오후 8.41.45.png

필자 서비스에 가계부 기능이 있는데 두 사람이 쓰는 가계부다 보니 각자의 지출/수입 내역을 볼 수도 있고, 전체 통합해서 볼 수도 있다. 위에 사진에 보이는 '전체 가계부' 원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말이다!

저걸 필자는 "가계부 토글 버튼"이라 불렀다.


문제는 개별로 처리하던 이체금액이 문제였는데 이체를 했으나 가계부 토글 버튼의 상태값 때문에 이체 내역이 보이지 않아 오류로 오해하던 고객들의 문의가 제법 많았다.

그래서 이체 시 아예 해당 고객의 가계부 아니면 전체 가계부로 상태값을 바꾸는 실험도 해보고 했지만 여전히 저 토글 버튼으로 인해서 오해를 산건 사실이었다.


오히려 복잡도를 높인다 판단했고 버튼을 누르는 데이터가 없기도 하고 가계부 리포트에서 필터링해서 충분히 볼 수도 있으니 필자는 그냥 과감히 토글 버튼을 제거하는 선택을 했다. 매를 맞아보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예상했던 대로 고객문의가 다량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대로 이체에 대한 문의는 거의 없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 느낌이랄까?


그래서 고객의 불편한 부분들을 구체적을 여쭤보고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래서 출시했던 게 상단에 필터를 넣는 방식이었다.

스크린샷 2026-04-19 오후 8.48.40.png

과연 이게 정답일까? 하면 60점짜리 답이었다.

필터링해서 보고 싶은 니즈는 맞았지만 이전 "가계부 토글 버튼"대비하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었고 고객님들께서는 다소 아쉬워하는 입장을 표명했었다.


다시 고객님들을 만족시켜드려야 했고 동시에 오해도 줄여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다소 UI의 시각적인 심미성은 공급자의 욕심이고 오해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린 결론은 아래 사진과 같다.


스크린샷 2026-04-19 오후 8.42.30.png

그냥 선택가능한 가계부들을 나열하고 선택 중인 가계부의 시인성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로소 이체 시 오해를 하셨던 고객들과 접근성에 아쉬움을 표명하셨던 두 고객님들 만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괴로울 것이다.)


마무리

요즘 딸깍하면 UI가 만들어지는 시대에 AI가 인간이 즐겨 사용하는 UI/UX패턴에 대한 데이터는 매우 방대할 것이고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에 맞춰서 UI는 잘 설계하는 거 같다.

심지어 앤트로픽, AI 디자인 도구 ‘클로드 디자인’ 출시까지 했는데 만드는 건 쉬워진 건 사실이고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더 필요한가, 더 이상 디자인은 어려운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필자 생각은 신나게 딸깍하기 전에 정말로 서비스를 이용 중인 고객들로부터 시작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등산로도 최적의 코스는 있지만
동네 주민들이 오르는 코스는 최적으로 오르진 않는다.


일요일 연재
이전 03화활성화의 꽃, 온보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