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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Mar 08. 2020

Julia & Us 8. 로스트 포크

Roti de Porc. 오만함이 부른 뼈아픈 레슨

<남편의 요리>

친구들을 초대했다. 와이프가 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이 틈을 타서 나는 고기 요리들을 좀 연습해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요리들을 실패한 적이 많이 없다는 오만함 때문에 새로 하는 메뉴들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던 차였다. 지금까지의 요리는 오븐을 이용한 요리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요번엔 오븐을 한 번 써 보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선택한 메뉴는 로스트 포크.


로스트 포크는 사실 마리네이드를 하면 맛이 더욱 좋다. 하지만 오만했던 나는 마리네이드를 얼마나 해야 하는지 제대로 보지도 않게 된다. 이상적으로 마리네이드는 24시간 정도 재우는 것을 추천하고, 최소 6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우는 과정에서부터 너무 늦게 시작하게 됐다. 실제로 재운 시간은 1시간 정도.


내가 한 마리네이드는 "Marinade Simple"라는 심플 마리네이드 (이라고 혼자 해석 중)이다. 재료는 다음과 같다.


500그람 정도의 돼지고기당:

- 소금 1 티스푼

- 1/8 티스푼 후추

- 3 티스푼 레몬주스

- 3 티스푼 올리브 오일

- 3 파슬리 줄기

- 1/4 티스푼 타임 혹은 세이지

- 1 월계수 잎

- 1알 으깬 마늘


허브와 레몬, 올리브 오일에 재운다는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뭔가 고기가 좀 더 향긋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과 함께.. 물론 24시간 정도 재워 두면 그만큼 향긋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저렇게 계량은 되어 있으나 정확한 계량 따위는 창 밖으로 던져 버린지 오랜지라 (여윽시 요리는 손맛!!) 소금과 후추를 냅다 돼지고기 위로 뿌려 버렸다.



그래서 이렇게 슥슥 모든 면을 묻혀주고,



레몬즙을 난사했다. 저건 흔히 파는 레몬즙이지만 개인적으론 생 레몬을 살 수 있다면 사는 것을 추천한다. 뭐 당연한 얘기일지도.



올리브 오일과 파슬리, 타임도 난사해 버렸다. 타임은 잎을 줄기에서 떼어 내 잘 최대한 많이 고기에 묻혔다.



월계수 잎도 있고, 비주얼 상으로는 나쁘지 않다. 이걸 24시간 동안 재우면, 꽤 향긋한 돼지가 될 것 같다.



1시간 정도 재운 것도 이 정도는 하기 때문이다. 비주얼 상으로 나쁘지 않다는 자신감을 갖고 이제 본격적인 로스팅에 들어가게 된다.



오븐에 들어가기 전에 캐서롤에 기름을 두르고 거의 김이 날 때까지 온도를 높인 다음, 고기를 올린다. 이때 문제가 좀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고기를 올릴 때 칙 소리가 나긴 나는데 그렇게 반가운 칙 소리가 아닌 거다. 좀 목소리가 약하다 너?


어쩔 수 없다 싶어 일단은 구워 봤다. 10분 정도 구웠는데,



음.. 색깔이 시원치 않다. 소고기 스테이크 할 때처럼 팍팍 까맣게 됐으면 좋겠는데. 돼지가 닭고기가 된 느낌이었다. 이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다 싶었다. 이 과정의 목표는 겉면만 센 불에 빨리 지지는 건데, 속이 익어버리면 오븐에 들어가면 식감이 고무처럼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고기를 겉면만 익혔다 싶으면 고기를 꺼내고, 고기를 익히는 과정에서 나온 기름을 2스푼 정도만 남기고 버린다. 그 자리에 버터를 2스푼 정도 넣고,



고기가 익는 와중에 감자와 당근도 썰고 양파도 썰었다. 마늘 두쪽과 허브도 추가로 같이 넣어주면 좋다.



‘겉면만 익힌' 고기를 눕혀 주고 야채를 위에 올린다. 그리고 여기에 라드 (돼지 지방) 도 좀 넣어 주라고 레시피는 되어 있다. 프렌치 레시피 중 돼지 요리에 라드를 쓰는 경우가 가끔 있는 듯한데 (일본 돈가스들도 라드로 튀기는 경우가 꽤 있다), 돼지의 수분을 보존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나는 굳이 라드까지 쓸 필요 있겠나 싶어 넣지 않았다. 언젠가 부자가 되면 라드도 써 볼 테다.



오븐을 섭씨 163도 정도로 온도를 맞춘다 (화씨 325도). 자~ 들어간다.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점이 있다. 레시피에선 고기를 2시간 정도 로스트 하라고 되어 있다. 혹은 고기 온도가 85도 정도 되었을 때까지만 로스트 하라고도 되어 있다. 이게 굉장히 헷갈리는 거다. 30분 정도 되었을 때, 한 번 꺼내서 조금 잘라먹어 봤는데, 끄트머리를 자른지라 고기가 별로 퍽퍽하지 않고 괜찮았다. 하지만 온도를 재 보니 이미 85도는 넘어 있는데,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하는 거다. 솔직히 2시간 쿠킹 하라고 했는데 30분 만에 같이 제시했던 온도를 넘어버렸다면, 이거 당최 뭐가 맞는 건가요?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난 결정을 내려야만 했고, 결국 30분만 더 넣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돼지는 고무가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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