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mpignons Grillés . 남편표 버터가 다한 초간단 레시피
<아내의 요리>
느지막이 눈을 뜬 주말 아침, 침대 속에서부터 '냉장고에 뭐가 있더라' 생각했다. 왠지 짭조름한 야채를 듬뿍 올린 따뜻한 토스트가 당기는 날이었다. 문득 남편이 만들어둔 에스카르고 버터와 며칠 전에 산 버섯이 생각났다.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에는 채소의 종류별 특성, 신선한 채소를 고르는 법, 레시피에 어울리게 자르는 방법 등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녀에 의하면 버섯은 결코 오버쿡해서는 안 되는 채소다. 너무 오래 조리하면 버섯 특유의 맛과 탱글한 질감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동그란 버섯에 허브 버터를 채워 구운 다음 토스트에 올려 먹으면 꽤 근사한 브런치 메뉴가 될 것 같아 신이 났다. 수란까지 곁들이면 더 예쁘고 고소하겠지?
[재료]
버섯 (사이즈나 종류는 기호에 따라), 허브 버터, 소금 & 설탕 약간
1. 깨끗하게 씻은 버섯의 뚜껑과 줄기를 분리해준 다음 물기를 제거한다.
2. 버섯 뚜껑에 에스카르고 버터를 듬뿍 바른 후 팬에 올린다.
3. 소금과 후추를 솔솔 뿌린다.
4. 5분 정도 약불에 천천히 익힌다.
5. 버섯을 뒤집어 5분 더 익힌다 (버섯이 말랑해지고 익히기 전보다 더 짙은 갈색을 띌 때까지)
6. 다 익은 버섯 속에 파슬리와 버터, 잘게 썬 양파를 채워 넣고 조금 더 익힌다.
7. 버섯이 익는 동안 수란을 만든다. 수란 만들기는 정말 간단하다.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린 물이 끓기 시작할 때쯤 젓가락으로 빙글빙글 저어 회오리를 만들어주고, 그 회오리의 중심에 달걀을 깨트려 넣어 2분 후 건져내면 된다. 솔직히 이 간단한 과정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 엄청난 수의 달걀이 껍질 밖으로 나와 제대로 된 형체 한 번 갖추지 못하고 사라졌다.
8.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 위에 수란과 버섯 구이를 올리면 완성이다. 너무 간단해서 허무할 정도다.
버터를 듬뿍 머금은 버섯에 수란까지 더해지면 자칫 느끼해질 수 있어 고민하다가 며칠 전 만들어둔 가지 피스투가 떠올랐다. 팬에 피스투를 볶다가 분리해두었던 버섯 줄기를 더했더니 씹는 맛이 두 배가 되었다. 모든 레시피를 처음부터 다 만들어야 할 때보다 부담감이 훨씬 덜해 비몽사몽 브런치 메뉴로 딱이었다.
토스트 위에서 수란을 톡 깨뜨려 버섯 구이와 조물조물 섞으니 버터와 계란의 풍미가 어우러져 입 안 가득 즐거웠다. 에스카르고 버터가 다 한 브런치. 앞으로도 자주 만들어두고 다양하게 응용해야겠다. 달팽이가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에스카르고라는 이름이 붙다니, 구운 버섯과도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달팽이랑은 대체 얼마나 찰떡궁합인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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