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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Mar 16. 2020

Julia & Us 11. 가지 그라탱

Gratin D'aubergine . 가지의 매력은 가지가지

<아내의 요리>

레시피를 읽자마자 '오, 이거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기술 역시 줄리아 차일드의 매력이다. 만약 음식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면 가지를 가장 아름답게 서빙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시작하는 가지 그라탱 레시피는 비주얼과 맛을 동시에 잡고 싶은 욕심쟁이(=나)에게 있어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지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조리하여 보랏빛을 유지하는데, 토마토소스의 붉은색과 스위스 치즈의 밝은 노란색이 교차하며 화려하게 완성되는 요리다. 먼저 신나게 토마토소스를 만들었다. 소스가 식는 동안 가지를 데쳐야 해서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가지가 없는 것이다.


가지 그라탱을 만들어야 하는데 가지가 없는 것이다. 이건 마치 김치 없는 김치찌개, 미역 없는 미역국, 계란 없는 계란찜 같은 것이다. 남편과 잠깐이지만 굉장히 깊은 토론 끝에, 가지 그라탱은 주말에 장을 봐와서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정성 들여 만든 토마토소스는 이틀간 냉장고에서 울고 있었다.



[토마토소스 재료]

잘게 썬 양파 1컵, 올리브 오일 2Tb, 토마토 퓌레 1컵, 월계수 잎 1 잎, 타임 또는 오레가노 1/4 tsp, 사프란 1꼬집, 으깬 마늘 1쪽, 소금 1/4 tsp


1)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양파를 먼저 볶는다. 양파가 부드럽고 투명해지되, 갈색 빛을 띠기 전까지 8-10분 볶는다.

2) 토마토를 비롯한 나머지 재료를 팬에 넣은 후 뚜껑을 덮은 상태에서 약불에 뭉근하게 졸인다. 소스가 팬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틈틈이 저어준다. 최소 30분에서 최대 60분 동안 천천히 끓이다가 숟가락으로 소스를 떠보았을 때 흘러내리지 않고 형체를 유지한다면 소스는 완성이다. 각종 허브와 양념이 배어든 토마토소스는 그 자체로도 별미였다.



이틀 후, 통통하고 속이 꽉 찬 가지를 사 와서 민망하지만 요리를 이어가 본다. 오븐은 190C (375F)로 예열해둔다.


[재료]

가지 1개 (우리는 남편 팔뚝만큼 거대한 가지를 사 왔기 때문에 반개만 썼다), 소금물 1 냄비, 올리브 오일 2Tb, 스위스 치즈


재료에 '단단하고 빛나는 가지 1개'라고 써둔 줄리아 차일드의 귀여움에 피식 웃음이 났다.



3) 가지는 꼭지를 떼고, 깨끗이 씻어 세로로 네 등분을 한 다음 0.3센티 굵기로 썬다.

4) 끓는 소금물에 가지를 2분간 데친 후 페이퍼 타월에 올려 물기를 제거한다.

5)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데친 가지를 살짝 볶는다. 가지의 양면을 골고루 볶되, 갈색빛을 띠기 전에 팬에서 건져낸다.



6) 스위스 치즈는 가지와 비슷한 두께로 썰어준다. 스위스 치즈는 모짜렐라나 체다치즈보다 밀도가 높아, 녹인 후에도 식감이 비교적 단단하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재료가 색과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 이 레시피에 사용하기에는 스위스 치즈가 제격이다.


7) 바깥쪽부터 가지, 토마토 소스, 스위스 치즈 순으로 착착 쌓는다. 동그란 판을 사용했더니 꽃모양이 만들어졌다.


8) 예열해둔 오븐에서 45분 구워내면 완성!


오랜만에 짜잔~하고 선물처럼 내어놓을 수 있는 예쁜 메뉴였다. 간단한 레시피 대비 풍성한 비주얼이랄까. 부드러운 가지와 깊은 풍미의 토마토소스에 더해, 치즈의 겉면이 살짝 바삭하게 구워져 식감도, 맛도, 향도 황홀했다. 기록을 남기다 보니 지금 당장 또 먹고 싶어 지는 디쉬다. 시간이 허락할 때 토마토소스를 미리 만들어둔다면 언제든지 가지와 치즈를 몇 바퀴 돌려 후다닥 만들어낼 수 있는 효율적인 메뉴. 나의 단골 레시피로 단번에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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