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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Apr 19. 2020

Julia & Us 20. 치즈와 쌀로 속을 채운 양파

Stuffed Onions . 양파를 그릇처럼

<아내의 요리>

속을 채운 양파 (Stuffed Onions) 라니 아무래도 낯설다. 나에게 채소, 그중에서도 특히 양파는 언제나 주연이라기보다는 인기 많은 조연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식에서 국, 찌개, 각종 채소 볶음, 카레 등등 양파가 들어가는 메뉴는 아주 많지만 그걸 양파 요리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에는 각각의 채소가 확실한 주인공 역할을 하는 디쉬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번 요리는 양파의 속을 파낸 다음, 그 속을 잘게 잘라 다른 재료들과 섞어 다시 채워 넣어 먹는 거라고 한다. 먹을 걸로 장난친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궁금하니까 한 번 만들어보도록 한다.


[재료]

양파 큰 것 6개, 소금물 끓인 것, 쌀 1/3컵, 파마산 치즈 1/3컵 (다른 치즈도 가능), 우유 1/4컵, 빵가루 1/2컵, 다진 파슬리 1/2컵, 허브 (바질, 오레가노, 타라곤, 세이지 등등) 2Tb, 소금, 후추, 버터 3Tb, 화이트 와인 1/2컵, 비프스톡 1/2컵

   


1. 양파의 양 끝을 칼로 자른 후 껍질을 벗긴다. 요리책에는 지름이 적어도 8cm인 '거대한' 양파를 쓰라고 되어있다. 마트를 아무리 뒤져도 거대한 양파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보통 크기의 단단한 양파를 썼다.



2. 양파 껍질을 벗긴다.

3. 날카로운 칼로 양파 속을 원뿔 모양으로 파낸다. 파낸 양파 속은 따로 모아둔다.

4. 끝이 휘어진 자몽 칼 (같은 건 없기 때문에 쓰던 칼로 계속)로 양파 속을 둥그렇게 파낸다. 이때 주의할 점은 속을 파내는 과정에서 양파 바닥이 뚫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

5. 속이 빈 양파들을 끓는 소금물에 10분 데친다. 바로 속을 채워 오븐에 넣어도 되긴 하지만, 그러면 조리 시간이 한정 없이 길어지기 때문에 한 번 데치는 것이 좋다.


6. 양파가 데쳐지는 동안 양파 속을 잘게 썰어 버터와 함께 천천히 익힌다. 8분 정도 짬짬이 저으면서 약간 갈색빛을 띨때까지.



7. 다 데쳐진 양파는 물기를 빼두고, 양파를 끓인 물에 쌀을 넣어 10분 끓인다. 그러면 쌀이 거의 다 익다시피 부드러워지되 완전히 익지는 않을 정도가 되는데, 리조또 식감이다.

8. 쌀을 건져낸 후 물기를 완전히 뺀 다음 보울에 담는다.



9. 보울에 치즈와 빵가루, 우유, 양파 속을 넣고 섞어 속을 만든다. 약간 꾸덕한 반죽처럼 섞여야 하는데, 너무 묽다면 빵가루를 좀 더 넣으면 된다.

10. 허브와 소금, 후추를 더한다.


웬만하면 정석대로 요리하고 싶지만, 프렌치 요리에는 헤비 크림, 설탕, 버터가 정말 많이 들어간다. 솔직히 이런 재료들을 팍팍 쓰면 당연히 맛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쯤 되니 프렌치는 모조리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맛있는 건 먹고 싶지만 피부관리와 다이어트는 하기 싫은 나로서는 헤비 크림을 우유로, 버터를 올리브유로, 설탕은 권장량의 절반만 넣거나 꿀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번에도 헤비 크림 대신 우유를 넣으면서 이 메뉴를 남편이 아니라 내가 만들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풍미를 최우선시하는 남편이라면 헤비 크림을 썼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장을 보면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면 원 없이 먹고 싶은 게 무엇인지' 같은 말도 안 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한참을 재잘거리는 위험한 부부다.



11. 오븐을 190C (375F)로 예열한다. 양파의 겉면에 버터나 오일을 바르고 베이킹 디쉬에 올린다.

12. 양파 속에 소금과 후추를 약간 뿌려준 다음 비프스톡이나 부이용을 한 스푼씩 넣는다 (개인적으로 이 과정은 생략해도 괜찮을 것 같다).



13. 만들어둔 속을 양파 가득 채운 후, 빵가루를 한 번 더 올려준다.

14. 양파 주변에 화이트 와인 반 컵을 붓는다.

15. 오븐의 아래쪽에서 85분 정도 구우면 완성!



말이 85분이지 배가 고플 때는 참기 어려운 시간이다. 요리는 완성도 높게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도록 타이밍을 잘 맞춰 완성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요리는 합격점을 주기 힘들겠다. 다행히 양파 속으로 만들어둔 스터핑이 많이 남아서 리조또 처럼 먼저 먹었다. 오븐이 예열되는 동안 올리브유랑 소금 대충 뿌려 구워둔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이니 오븐 속에 들어있는 양파는 바로 잊어버릴 만큼 맛있는 리조또 한 접시였다.



완성된 요리는 치즈와 쌀, 허브가 양파 즙과 어우러져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맛이 워낙 마일드해서 양파만 따로 먹는 것보다는 스테이크나 생선 요리에 가니쉬처럼 곁들인다면 더 즐기면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아, 저렇게 묘사하긴 했지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프랑스 요리는 만들 때마다 문화충격이다. 갖은 정성을 들여 이렇게 마일드한 맛을 내고서는 완성이라니. 정성을 들일수록 화끈하고 깊어지는 음식에 열광하는 나로서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일단 계속 만들어 봐야지. 프렌치의 매력을 제대로 알게 될 그 날이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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